아내는 늘 강조한다. 마누라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떡만 기억에 남으니 늘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다. 어쨌든 아내의 주장대로 무리해서 밤베르크를 떠나 로텐부르크로 향하지 않았더라면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밤베르크의 야경을 포기한 만큼 로텐부르크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못 말리는 아내 따라서 다녀온 독일에서의 일곱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1. 동화 같은 마을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동화 같은 마을 로텐부르크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숙소는 Gasthof Butz(www.kreiselmeier.de)이다. 원래 예약했던 곳은 네이버 유럽여행 카페 ‘유랑'(cafe.naver.com/firenze)에서 호평이 자자했던 Pension Then이라는 곳이었는데 일정을 하루 앞당기고 싶다고 하자 방이 없다고 해서 부랴부랴 찾은 곳이었다. Gasthof Butz는 1층이 식당이고 2,3층이 객실이었는데 3층은 다락방 기분도 나고 깔끔한데다 가격(4인실 105유로)도 저렴한 편이었다. 마음에 드는 곳이다.
2. 어른들도 환장할 크리스마스 마켓
시청이 있는 마르크트 광장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는 케테 볼파르트(Kathe Wohlfahrt)는 일명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불리는 곳이다. 크리스마스 계절도 아닌 한여름에 무슨 볼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상점 안으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크리스마스 용품과 장난감 그리고 선물을 모두 모아놓은 듯 했다. 게다가 가격도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므로 가급적 이곳에서 기념품을 준비해도 좋을 듯하다. 이 가게 맞은 편 가게 앞에는 예쁜 크리스마스 선물버스가 서 있어서 기념촬영 대상으로 인기가 좋다.
3. 중세 마을에서 겪은 화장실 습격 사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다가 급히 변마담의 호출을 받게 되었다. 서둘러 뛰쳐나와 달려간 곳은 중세풍의 시청사. 계단부터 시작해서 실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지만, 결코 기죽지 않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지 않은가. 굳게 닫혀있는 문을 열려는 찰나 어느 직원이 나오길래 물어봤더니 흔쾌히 따라오란다. 그러면서 미로 같은 길을 지나 어느 문 앞에 서서는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더라는. 시청 직원들도 화장실 열쇠를 들고 다니는구나. 시청 화장실은 아무나 못 가는 곳이었구나. 내가 귀인을 만났구나 싶더라는.
4. 중세 기념품 가게에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기고
크리스마스 마켓 못지않게 마음을 홀리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중세 기념품 가게이다. 중세 기사 갑옷이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이 집에서는 여러 가지 모양의 중세 기념품과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안 봤으면 모르되 일단 들어갔으면 안 사고는 못 베길 것이다. 특히 남자라면 더더욱. 하지만 주의할 것은 칼이나 총 같은 기념품은 인천공항에서 모두 압수당할 가능성이 크므로 사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도 장남감으로 생각하고 샀던 작은 중세 기사 칼 모양의 기념품을 공항에서 뺏기고 말았다. 속절없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5. 동화 같은 중세 마을을 거닐며
로텐부르크는 독일에서 1,2위를 다투는 인기 관광지라고 한다. 아름다운 중세의 건물과 집들이 모두 원형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마치 중세시대 동화책 속을 거니는 듯 느껴질 정도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 시가의 끝에서 끝까지 약 15분 정도 걸릴 만큼 작은 마을이라지만 걸어왔던 길을 반복해서 걷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로텐부르크에서만 하루를 보내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이 말은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는 말이기도 하고.
6. 말로만 듣던 정조대를 직접 볼 수 있는 중세범죄박물관
로텐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세범죄박물관이다. 과거 700년에 걸친 유럽의 법과 형벌의 역사를 소개하는 곳으로 단두대와 목 자르는 칼, 사기범에게 씌웠다고 하는 징계 마스크등 3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죄인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죄값으로 벌 받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말로만 듣던 중세시대 정조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철로 만들어 비위생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앞뒤 구멍이 너무 작아서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싶다. 근데 전쟁터로 떠나는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기는 했을까?
7.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슈네벨
로텐부르크에서 결코 잊지 빼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 중에는 슈네벨도 있다. 영어로 스노볼, 즉 눈의 구슬이라는 의미인 슈네벨은 띠 모양의 반죽을 둥글게 말아 튀긴 것으로 표면에 가루 설탕이 뿌려져 있다. 로텐부르크의 명물인 만큼 찾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실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어디나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콧대도 높아지는 법인가 보다. 주먹 크기만 했고 딱딱하지 않아 먹기에 좋았다. 현금이 똑 떨어져 가고 있었지만, 동전을 탈탈 털어 두 개를 살 수 있었다는. 한 개에 2유로.
8.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한데
이제 사흘 동안 둘러봤던 바이에른을 뒤로하고 프랑크푸르트로 떠날 시간. 전날 뮌헨에서 밤베르크로 올 때 기차 연착 때문에 그렇게 마음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도 연착 소식이 들려왔다. 더구나 이번에는 앞차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뒤차 도착의 안내가 전광판에 뜨는 통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결국, 기다려서 무사히 프랑크푸르트행을 타기는 했지만 약 50여 분 정도를 얼마나 마음 졸이며 기다려야 했는지. 1등석의 특권인 룸서비스(?)를 모처럼 이용해봤는데 같이 있던 이런 것도 다 추억이 되는구나 싶다.
9. 결국, 프랑크푸르트는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이번 독일여행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서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치는 일정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정작 프랑크푸르트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첫날은 베를린행 야간열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그랬고 마지막 날은 기차 연착 때문에 도착 시간이 늦어져 마땅히 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오후 5시 무렵에 뢰머광장을 찾았는데 아기자기하고 깜찍하기는 했지만, 뮌헨의 마리엔 플라츠와 비교하면 작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나마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광장에서 연주하는 아랍계 청년들의 연주를 들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0. 왜 마인타워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7시부터인 숙소의 저녁식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트램을 탔다. 독일철도패스로도 트램 이용이 가능하리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트램이 별도의 승차권 검사를 하지 않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망신이라도 당할 뻔했다. 한인민박집에서 마련해준 저녁식사로 모처럼 한식을 먹으니 그냥 눕고만 싶어진다. 마인타워가 9시까지라는 점을 모르고 대부분의 관광지가 이미 문을 닫았으리라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긴장이 풀어진듯하다. 걸을 힘도 남아있지 않아 마인강 산책도 미루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무리해 볼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8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