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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찾아간 총각네 돈까스(?)

시어즈슈니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베를린 장벽이지만 지금은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끝에서 만난 사거리 건너편에 작은 식당이 하나 보였다. ‘쉬어스 슈니첼(또는 시어스 슈니첼이나 슈어스 슈니첼, scheers schnitzel)’이라는 집이다. 오버바움 다리(Am Oberbaum) 아래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자칫하면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 근사하고 좋은 식당도 많으련만 굳이 고생해가며 이런 허름한(?) 집을 찾아간 것은 싸고 맛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이 집의 주메뉴는 당연히 슈니첼(schnitzel)이다. 우리식으로 하면 돈가스라고 할 수 있다. 한때 돈가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던 것처럼 슈니첼도 이곳에서는 국민음식이라고 한다. 가격은 4.5유로에 불과하다. 감자와 야채를 곁들여도 5유로다. 현재 유로 시세가 1,405.68원이니 약 6,300원에서 6,900원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다면 감지덕지하지 않은가.

싸고 맛있다는 소문만 믿고 찾아가기는 했어도 정작 이 집의 매력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자유분방하다는 점이다. 실내 보다 야외 테이블의 인기가 더 좋으니 어떤 점에서 보면 실내 포장마차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 보인다. 요리사들은 20대 젊은이들이었고 바깥쪽 테이블에 자리 잡으니 웬만한 테라스가 부럽지 않았다. 젊은 연인들이 오다가다 들러서 가볍게 식사하는 모습이 다정스러워 보였다.

대표 메뉴인 5유로짜리 ‘schnitzel mit pommes und salat’와 4.5유로인 ‘schinitzel mit kartoffelsalat’를 주문했다. 둘의 차이는 4.5유로짜리의 ‘kartoffelsalat’는 감자를 으깬 샐러드였고, 5유로의 ‘pommes und salat’는 감자튀김(일명 프렌치 프라이)과 야채라는 점이었다. 슈니첼은 기본적으로 똑같고 사이드 메뉴만 다르다고 보면 된다. 물론, 진리의 ‘둘 다’를 외쳤다.

‘쉬어스 슈니첼(scheers schnitzel)’은 홈메이드를 강조한다. 차이가 있다면 ‘엄마의 손맛’이 아니라 ‘총각의 손맛’이라고나 할까. 주문을 마치면 주방 쪽에 있는 청년이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맨손으로 작업한다는 점이다. 야채 샐러드에 들어갈 야채를 집을 때 집게를 사용하거나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집어 든다. 혹시 이게 바로 유럽스타일?

가격이 가격인지라 고급 서비스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접시도 일회용이고 모든 게 셀프다. 별다른 번호표도 없으므로 눈치껏 받아와야 한다. 마치 패스트 푸드점에서 식사하는 기분이다. 그럼 맛은 어떨까? 솔직히 맛에 대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이미 밥때를 놓친 후라 맛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던 탓이다.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비로소 배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의미가 컸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일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야채 장사하며 기존의 야채가게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하는 ‘총각네 야채가게’가 있었다. 베를린에서 찾아간 ‘쉬어스 슈니첼(scheers schnitzel)’은 ‘총각네 돈가스 가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베를린에서 들른 유일한 식당이 이 집이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와서 아침은 역에서 빵으로 때웠고, 점심을 슈니첼로 해결한 후 5시 고속열차 ICE로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일정이었으니 이제 와서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베를린을 한나절 일정으로 잡았나 싶다.

2 Comments

  1. 無頂

    2016년 12월 2일 at 7:51 오후

    좋은 경험하셨네요.^^
    유럽여행때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 한적이 있는데,
    주민들이 퍽 검소하다고 느꼈어요 ^&^

    • journeyman

      2016년 12월 6일 at 6:02 오후

      그러게요. 독일 사람들 정말 검소하더군요.
      우리는 체면이라는 걸 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서 문제에요.
      나보다 남을 먼저 의식하게 되니까요.
      실용이 최고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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