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 떠서 도시의 풍경을 감상하는 기구 체험(Hi Flyer)과 서서 타는 전동 이륜차를 타고 시내 관광에 나서는 세그웨이 투어스(City Segway Tours). 이 둘은 요즘 베를린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중에 하나라고 한다. 기구 체험(19유로)은 기구를 타고 약 150m 상공에서 베를린 중심을 15분간 내려다볼 수 있고, 세그웨이 투어스(69유로)는 운송수단의 혁명이라는 세그웨이를 타고 베를린 시내를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각은 오후 3시. 아쉽게도 무엇을 새로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5시 고속열차 ICE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야 하므로 남은 시간은 두 시간여에 불과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구 체험을 하자니 포츠담 광장에서 적지 않은 거리를 이동해야 했고 가면 바로 탈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세그웨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유명하다는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의 소니센터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딱히 볼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베를린에서 유명한 명소라고 하니 일단 그곳으로 가기만 하면 뭔가 볼거리가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앞섰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근처에 있는 총각네 돈가스 가게인 쉬어스 슈니첼 가까이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포츠담 광장으로 이동했다.
“전쟁 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혼잡했던 베를린의 중심지. 세계 최초로 교통 신호기도 설치되었다. 지금은 쇼핑 아케이드, 카지노와 호텔, 소니 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복합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소니 센터 안에는 마를리네 디트리히의 컬렉션 등의 필름 박물관과 블록으로 재현한 베를린의 거리 모습 등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레고 랜드도 있다.” (시공사 Just go 독일 중에서)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포츠담 광장 역에서 내려 소니센터를 찾았으나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었으니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그나마 소니센터에서는 영화개봉을 앞두고 헐리우드 배우 조니 뎁의 무대인사가 준비되어 있는 듯 보였다. 베를린까지 와서 조니 뎁을 만나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추억의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언제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조니 뎁이 나타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 레고 랜드를 찾아갔다. 레고 랜드 앞에는 실물 크기의 기린이 세워져 있었다. 레고로 만든 조형물이었다. 이런 작품을 만드는 이의 손재주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베를린 시내를 레고로 꾸며놓았다는 레고랜드의 입장료가 무려 16유로나 하고 있었다. 볼만하다고는 하지만 그 돈 내고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솔직히 확신이 서질 않았다.
역시 문제는 시간이었다. 먼 길까지 왔으니 아무리 비싼 입장요금이라 해도 보고 갈 만 했지만 넉넉지 않은 시간이 문제였다. 베를린에서 마지막 일정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에서 검문이 이루어졌던 체크 포인트 찰리도 찾아가는 일이었다. 둘 다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선택은 분명해진다. 그 길로 버스를 타고 체크 포인트 찰리로 향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