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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이델베르크성에서 결혼식 사진을

하이델베르크결혼

요즘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샘은 결혼을 두 번이나 했단다. 한 번은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전통혼례로 치렀고, 또 한 번은 자신이 태어난 호주에서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결혼 준비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 아쉬운 것들이 너무 많다. 틀에 박힌 예식장에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예식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새삼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이 멋진 곳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중인 신랑과 신부를 보고 나서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 성에 대한 첫인상은 무척 아팠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멀리 서 있는 경치라도 보고 왔으면 또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가까이에서 먼저 보니 여기저기에 입은 상처가 뚜렷했다. 그도 그럴 것이 1537년 낙뢰로 파괴되었다가 현재 자리로 옮겨졌고, 신교와 구교 간에 벌어진 30년 전쟁 이후 팔츠 승계 전쟁의 무대가 되는 등 파괴와 재건이 반복되었다가 18세기에는 폐허가 되어 채석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단다.

그럼에도 19세기경부터 폐허가 된 성에 매료된 사람들이 원 상태로 보존하려고 노력하여 1903년에는 프리드리히 관, 1934년에는 고딕 양식의 내부 장식이 아름다운 부인 관 등이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성의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하이델베르크 경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네카강 위로 펼쳐진 그림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만든다.

성의 많은 곳은 여전히 보수 중이다. 언제 끝날는지도 알 수 없다. 모르긴 몰라도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아마도 하이델베르크 성의 묘한 매력의 근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억지로 꾸미고 단장한 도시 여자가 아니라 수수하고 화장기 없는 시골 처녀처럼 말이다. 혹은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보이기도 한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프리드리히궁이다.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가장 화려한 곳으로 일반 입장권으로는 출입할 수 없고 별도의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야 한다. 오른쪽으로는 벽만 남은 듯한 건물이 서 있는데 이 건물 1층과 지하에는 약제박물관이 있다. 볼 게 있나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상당히 잘 만들어 놓았다. 독일에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즐비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약제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다.

프리드리히궁 지하에는 거대한 와인통이 숨겨져(?) 있다. 1751년에 만들어진 길이 9m에 높이 8m에 달하는 와인셀러다. 영지 내에 사는 주민들로부터 세금으로 걷은 와인을 저장했는데 130개의 떡갈나무 조각이 사용되었고 221,726ℓ를 저장할 수 있어 실제로 사용된 목제 술통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성에 물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와인통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저쪽으로 가면 와인통 앞에 페르케오(Perkeo)라는 이름의 목각 인형이 보인다. 술을 좋아하는 광대로 이 술통의 파수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15리터나 마셔댈 정도로 술을 좋아했는데 “한 잔 더 하겠소?”라는 질문에 항상 “왜 아니겠소?”이라는 의미의 “Perche no?”라고 답한 데서 페르케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오른쪽 상자의 손잡이를 내리면 깜짝 놀랄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패키지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있는 통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그 옆의 판매소에서 와인을 직접 맛볼 수도 있다. 유리잔이 포함된 와인은 4유로이고, 잔만 구입하면 2.5유로다. 하지만 이 와인이 대형 와인통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따로 제조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어보면 되겠지만,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그렇다고 믿는 수밖에 없겠다. 아니라고 한들 어쩔 수도 없는 일이고. 추억이란 게 가끔은 현실과 달리 조작되기도 하는 거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나라에도 고궁에 가면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의 야외 촬영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경복궁도 왕궁이었으니 하이델베르크성에 비해 꿀린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왠지 이국적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성 한켠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의 모습을 보니 다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니, 두 번째 결혼이 아니라 두 번째 결혼식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2월 21일 at 6:39 오후

    우리집 둘째는 결혼식 세번 했어요.
    미국법정에서. 그리고 한국 성균관에서
    다음은 사위의 고향인 프랑스 성당에서..

    그리고 지금은 싱가폴에 살고 있지요. ㅎ

    하이델베르크 성에서의 결혼식도 참좋겠는데요.

    • journeyman

      2016년 12월 22일 at 2:21 오후

      실제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에서 보면 외국인들은 결혼식을 축제처럼 즐기더군요.
      우리도 획일적인 결혼식이 아니라 축제같은 결혼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둘째 자녀께서는 아주 근사한 결혼식을 경험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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