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이나 런던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은 해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에 하나다. 시대를 아우르는 진귀한 보물들이 가득하기에 시간을 내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라고 하겠다. 앞의 두 박물관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에서는 루브르나 대영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고대 오리엔트 페르가몬의 유적을 볼 수도 있다.
그에 비하면 하이델베르크 약제 박물관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하이델베르크 성 안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루브르나 대영 박물관 또는 페르가몬 박물관은 오직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따로 시간을 내서 찾아간다면 약제 박물관은 하이델베르크 성을 찾은 김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보는 곳이다. 별도의 입장료도 없다.
약제 박물관은 정면으로 보이는 프리드리히궁 오른 편에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이래 봐야 볼만한 게 있기나 할까 싶은 마음으로 들어섰던 게 사실이었다. 구색 맞추기로 만들어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구나 별도의 요금도 받지 않는 무료입장이라는 사실이 그러한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들기도 했다. 입장료를 받았다면 굳이 돈 내고 들어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규모가 상당했고 나름대로 체계적이기까지 했다. 결코, 구색 갖추기용으로 대충 만들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하고 자료도 많이 모은 것으로 보였다. 독일 의료과학의 풍부한 역사를 증언하는 약 2만여 개의 자료들이 주제별로 10개 전시실로 나뉘어 있는데, 박물관 측에 의하면 약 2천년 제약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이자 최대 규모의 약제 박물관이라고 한다.
제약이라는 의료과학이 발달한 나라답게 설명도 비교적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설명이 독일어와 영어로만 되어 있으므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약제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서 사전에 선행학습을 하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약제 박물관 홈페이지 www.deutsches-apotheken-museum.de). 약국과 약사 직업에 대한 역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물론 영어와 독어).
약제 박물관의 설립은 1937년 바바리아 상공 회의소 꼭대기 층에서였고 몇 년 후에는 뮌헨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자료들은 많은 약국 및 개인 소장품 기증으로 이루어졌는데 장소가 협소해 다시 프랑크푸르트암마인으로 이전해야 했다. 그 후 전쟁으로 인해 1939년 폐쇄되었다가 밤베르크를 거쳐 1957년에야 비로소 하이델베르크 성에 자리 잡게 되었다.
약국은 약을 사고파는 장소와 재료를 저장하는 저장소, 그리고 약을 제조하는 실험실 등 3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국에서는 고풍스러운 약장이 즐비한 당시 약국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저장소와 실험실에서는 당시 어떤 방식으로 약을 만들었고 어떤 기구들이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약국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구현한 모습이 이채롭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약국도 재산에 따라서 갈 수 있는 곳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곳이고 재미없다면 재미없는 곳이다. 무료이므로 본전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대충 둘러보고 나올 수도 있지만 하나씩 살펴본다면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새로운 것들도 보일 것이다. 가령, 당시에 약제로 사용했던 재료들에는 무엇이 있었나와 같은 내용들이 그렇다. 알고 나면 깜짝 놀랄 일도 있을 것이다.
초아
2016년 12월 27일 at 9:39 오후
제가 사는 대구에도 한의학박물관이 있습니다.
입장료 없이 무료로 들릴 수 있구요.
볼거리도 많구요.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journeyman
2016년 12월 28일 at 5:29 오후
대구에는 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초아님 덕분에 좋은 곳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대구에 갈 일이 생기면 꼭 들러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