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뇌가 섹시한 남자. 누군가가 영화평론가 허지웅을 찬양하며 표현한 말이다. 그 표현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개인적으로 허지웅보다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풍부한 지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적 섹시미가 그 누구보다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TV에 출연한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광활한 그의 지식 세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밤을 세워가면서 얘기를 듣고픈 인물이다.

그의 직업은 팝 칼럼리스트다. 한때 팝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 위세가 한풀 꺾인지라 팝 칼럼니스트라는 직업마저 구시대의 유물일 것만 같은데도 여전히 팝 칼럼니스트를 고집한다. 은근슬쩍 문화 칼럼니스트 또는 연애 카운슬러라고 소개되기도 하지만 그의 직업란에는 언제나 팝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이 가장 앞에 적힌다. 고집스럽고 우직한 성격인가보다.

‘열 개의 오해, 열 개의 진심’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김태훈의 편견'(예담 위즈덤하우스)은 그렇게 지적으로 섹시하고 고집스럽고 우직한 남자 김태훈이 만난 열 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편견을 가진채로 만났어도 진심을 품은채로 헤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외로운 것은 옆 사람의 진심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가 만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좀처럼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황정민, 류승범 주연의 ‘부당거래'(The Unjust, 2010)를 연출한 영화감독 류승완, 연기파 배우 곽도원,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7년의 밤’으로 호평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 작곡가이자 뮤지컬 음악감독 장소영, 해학과 익살의 소설가 성석제, 행위예술가 낸시랭, 소설 ‘고령화 가족’의 저자 천명관, 마술사 이은결 등이 김태훈이 만난 이들이다.

그리고 또 있다. 지난 가을 불현듯 우리 곁을 떠난 사람. 가수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신해철이다. 신해철편 서두에서 김태훈은 <신해철 선배와의 인터뷰를 단행본에 싣기 위해 정리하고 있는 지금, 선배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술 한잔하자는 소리에 “태훈아, 나 이제는 술 못 마셔”라고 씁쓸히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마지막 인터뷰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달라진 무엇이 있었을까?>라며 쓸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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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204페이지부터 229페이지까지 약 25페이지에 걸쳐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가 담겨있다. 신해철 인터뷰 말미에 김태훈은 <2014년 10월 27일, 신해철 선배는 세상을 떠났다. 드골의 장례식장에서 정치적 동반자였던 앙드레 말로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죽음으로 나의 시대도 끝났다.” 이제 우리의 시대도 저물어 간다. 그가 그립다. 진심으로.>라면서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 했다.

편견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편견만 깊어질 뿐이다. 프롤로그에서 김태훈이 말한대로 편견은 나 이외의 다른 이를 보는 방식으로 몇 가지 이미지와 정보로 자신만의 ‘그’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오해와 왜곡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편견이 해소되려면 그(또는 그녀)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는데 좀처럼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이 책은 편견이 얼마나 무시한지, 그리고 진심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려준다. 나 역시도 신해철이라는 뮤지션에 대해 적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신해철이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느껴졌던 것은 매주 토요일 밤시간에 방송되던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을 통해서였다. 그 전까지는 삐딱하고 세상에 대한 불만만 많아보이던 사람이었는데 그 방송을 보고난 후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사라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도 상당히 치열하게 살고 있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는 달리 상당히 건전한 인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세상을 용서할 정도로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그를 이해할 정도로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제라도 오해 아닌 오해가 풀렸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후라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단골 술집만 찾고 익숙한 이들하고만 술을 마시며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될 즈음 누군가를 만나 무엇인가를 물어봐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김태훈은 밝히고 있다. 그 즈음 그는 “내게 그런 호기심이 남아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렇게 책으로도 묶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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