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힘을 다해서 겨우 찾아간 돔보리 리버크루즈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아쉬움이 아직 많이 남은 탓이다. 이대로 떠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최소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공항에 도착하려면 지금 출발해야만 했다. 풍신수길(豊臣秀吉), 즉 도요토미 히데요시(とよとみひでよし)를 위해 만든 오사카성 천수각(大阪城 天守閣, てんしゅかく)이 이번 여행의 공식적인 마지막 방문지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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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아내는 타 들어가는 내 속도 모르고 딱 한 군데만 더 들렀다 가자고 한다. 어차피 난바역(難波?, なんばえき)에서 짐을 찾아야 하니 근처에서 마지막 일정을 하나 더 소화하자는 말이었다. 도톤보리가와강(道頓堀川)의 돔보리 리버크루즈(とんぼりリバ?クル?ズ)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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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 역에 도착했을 때는 2시 50분을 넘긴 상태였다. 3시 출항이니 10분도 남지 않았다. 더구나 돔보리 리버크루즈 선착장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난생 처음 가보는 곳을 10분 만에 찾아간다고?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 아내가 횡단보도에 서있던 어느 여인에게 다짜고짜 물어본 것인데 선착장이 보이는 곳까지 친히 안내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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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헐레벌떡 뛰어서 선착장에 도착하니 시계는 3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여인이 아니었다면 떠나가는 배를 찹찹한 눈으로 바라보며 뒤돌아서야 했을 것이다. 정말 고마운 여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찾아가서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타려고 했던 이유 역시 오사카 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가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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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가장 번화하거니와 오사카 여행의 필수 코스인 도톤보리(どうとんぼり, Dotombori)지만 짧은 일정에 교토와 고베를 비롯한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정작 도톤보리는 이제서야 둘러보는 셈이었다. 그것도 배에서. 그 유명하다는 글리코 러너(일명 글리코 아저씨)도 못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만나니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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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용 모자를 쓴 차장이자 안내인은 출발하면서부터 도착할 때까지 열정적인 수다로 탑승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그 열정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쪽 회항 지점에는 어느 공연장이 하나 있었는데 한국의 카라(KARA)가 공연했던 곳이라며 춤과 함께 ‘미스터’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일본 말을 알아들었다면 훨씬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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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흘 간의 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 마지막 남은 문제는 제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탈 때는 좋았다. 안 탔으면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배에서 내리니 현실적인 걱정이 몰려왔다. 다행히 공항은 혼잡하지 않았고 무사히 6시 15분발 인천행 피치항공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끝까지 숨가쁜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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