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으로 행복한 밥상을 받아본 성북동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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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교 사거리에서 혜화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혜화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에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상 앞쪽은 1층이지만 뒤쪽은 지층이 되는 구조다. 정면에서 보면 입구만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식당은 담벼락이라는 정다운 이름을 가졌다. 오래된 건물치고는 입구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다 가다 한 번은 들러야겠다고 생각한 집이었다.

마침 점심 식사 시간에 맞춰 그 집 앞을 지나갈 일이 생겼다. 혼자였지만 그리 붐비지 않을 시간이었기에 용기를 내어 담벼락 입구로 들어섰다. 겉에서 보기에는 작은 식당일 것만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리 작다고 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크다면 크다고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실내 인테리어도 무척이나 깔끔했다.

이 집에서 내세우는 주메뉴는 7천 원짜리 덕장이다. 덕장이란 ‘황태를 갈아만든 담벼락만의 우렁쌈장’이란다. 일종의 쌈밥 메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3천 원을 더한 1만 원짜리 담벼락 정식에는 우렁초무침과 제육볶음이 추가된다. 이외에도 바지락칼국수(7천 원), 순두부(7천 원), 코다리 조림(8천 원), 찐만두(4천 원) 등의 식사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다른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제육볶음, 바지락 찜, 갈치구이, 통새우 튀김, 미도 어묵탕, 고추튀김, 매운 해물 부추전, 날치알 계란말이, 오징어볶음, 고등어구이, 조개탕, 오징어튀김, 우렁무침, 흑온두부 등에는 ‘만원의 행복’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식사와 함께 해도 되고 혼자든 여럿이든 술 한 잔 할 때 안주로 삼아도 되겠다.

혼자서 정식을 주문해도 되는지 물으니 당연하단다. 얼마를 기다리니 기본 반찬이 깔리고 쌈과 장이 나온다. 장 안에 우렁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게 바로 황태를 갈아만들었다는 우렁쌈장이라는 덕장인가 보다.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해 보이는 비주얼인데 우렁초무침과 제육볶음이 나오니 식탁이 가득 찬다. 오랜만에 정식 다운 정식상을 받아보는 기분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더니 음식 맛도 일품이었다. 우렁쌈장에 들어있는 우렁의 양도 많았고 우렁무침 역시 새콤달콤하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제육볶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우렁쌈장을 넣어 제육볶음과 함께 쌈밥으로 먹어도 좋고 우렁무침을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았다. 혼자서 먹기에 아까울 정도였다. 모처럼 대우받는 기분으로 식사할 수 있었다.

담벼락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붙어 있다. “함께 즐거이 식사를 할 수 있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의 장소입니다. 아련한 추억이 깃든 그때 그 시절의 ‘담벼락’이 그립습니다. 그리운 사람들과 아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머리를 맞대고 즐거운 식사를 하는 행복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인이 직접 쓴 건지 아니면 누가 헌사한 것인지는 몰라도 내 마음도 그 글과 다르지 않았다.

누가 돼도 걱정인 제19대 대통령선거

대통령선거

 

지역적으로 온도가 다르기 마련인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대통령 선거는 전국적인 행사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신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기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도 있으나 누가 되더라도 될 터이니 기권은 정당하지 않다. 최선은 아니더래도 차선 혹은 차악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좋겠지만 만약 이번에 안 되더래도 5년 후를 기약할 수 있었다. 단 한 표라도 더 받는 후보가 모든 권리를 갖는 다수결 제도가 우리 사회에게 최선은 아니더래도 최소한 차선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축제의 장이 아니라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되어야 하는 이유’보다는 ‘상대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난무하고 있고 그로 인해 분열이 극심한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패한 세력을 단죄하려 들고 다른 쪽에서는 좌파세력 척결을 내세운다. 내가 되면 나라가 살지만 상대방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문제는 대선일인 5월 9일 이후다. 예전에는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누가 되더래도 광화문은 다시금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이는 이유에서다. 이쪽의 당선을 저쪽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저쪽의 당선을 이쪽에서 보고만 있지는 않으리니 누가 돼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조진웅 때문에 선택하고 후회한 영화 보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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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obsession)이란 게 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일종의 정신병적 증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질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크고 작고 혹은 많고 적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영화 ‘보안관'(The Sheriff In Town, 2016)은 이런 강박증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흔히 강박증을 소재로 했다고 하면 음산하거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네이버 영화 소개에는 범죄, 코미디 영화로 되어 있을 정도로 밝은 분위기다. 겉으로만 보면 강박증에 대한 영화로 보기 어렵다. 전직 형사의 끈기와 인내가 주된 소재로 보일 정도다.

영화는 그것을 집념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강박증이라고 말하는 것은 종진 역을 맡은 조진웅에 대한 대호 역을 맡은 이성민의 병적인 집착 때문이다. 한 가지 일에만 달라붙어 정신을 쏟는다는 의미의 집념과 마음이 늘 그리로 쏠려서 잊히지 아니 함이라는 의미의 집착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것이 긍정적인 상황일 때는 집념이지만 부정적일 때는 집착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마약 수사반 대호는 실적에 대한 의욕이 앞서 단독으로 마약거래 현장을 급습한다. 하지만 검거하고자 했던 일식은 놓치고 대호와 함께 현장을 찾았던 파트너는 칼에 찔리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진다. 범인은 범인대로 놓치고 파트너는 파트너대로 다치게 만든 대호는 결국 과잉수사로 짤리고 고향으로 낙향한다. 그런 그의 앞에 5년 전 현장에서 만났던 종진이 성공한 사업가로 나타나면서 대호의 심기를 건드린다.

5년이 지났지만 대호는 여전히 가슴속에 응어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다 잡았던 마약범 일식을 놓쳤다는 아쉬움과 자신의 무모함으로 파트너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이었다. 그로 인해 경찰을 그만두어야 했다는 억울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응어리는 누군가에게 화풀이로 나타나게 마련이고 그 대상이 바로 종진이었다.

문제는 종진에 대한 대호의 시선이 범인을 잡기 위한 집념이 아니라 집착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이 집념이기 위해서는 결정적이지는 않더래도 어떤 단서라도 있어야 하는데 영화는 그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전직 형사의 직감만 믿으라고 할 뿐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집착이 아니라 집념이라고 주장한다.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1999)나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5)가 충격요법으로 성공한 후 요즘 영화들은 모두 반전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전반부와 다른 후반이 있어야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고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그만큼 억지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반전만 있으면 된다는 일종의 강박이라 하겠다.

이 영화 역시 반전이 있지만 그리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조진웅이 출연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2013년작 ‘끝까지 간다'(A Hard Day, 2013)를 잠깐 떠올리기도 했으나 수준은 한참 못 뒤진다. 범죄물이라면서 긴장감도 없고 코미디라면서 웃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드라마보다 허술할 지경이니 이런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조진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2016년 동안 주연으로 찍은 작품이 이 영화를 포함해서 대장 김창수, 안투라지(tvN), 사냥(The Hunt, 2016), 아가씨(The Handmaiden, 2016), 시그널(tvN) 등 무려 6개나 된다. 그나마도 특별출연으로 나왔던 국가대표2(Run-Off, 2016), 마차 타고 고래고래(Blue Busking, 2016) 등은 제외한 게 그 정도다.

오랫동안 공백기가 있었던 이경영이 다작의 상징이 되었지만 그가 주로 조연에 머물렀던 반면 조진웅은 주연급으로도 상당히 많은 영화를 찍고 있는 셈이다. 야구 선수가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칠 수는 없고 축구선수가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는 없듯이 배우도 출연한 모든 영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흥행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도 인정받을 수는 있어야 한다. 많은 관객들이 내용보다는 배우만 보고도 영화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성민을 믿고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보다는 조진웅만 보고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진웅은 많은 작품보다는 좋은 작품을 선별할 때도 되었다고 본다. 다시는 이런 영화에서 조진웅이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안관(The Sheriff In Town, 2016)
범죄, 코미디 | 한국 | 115분 | 2017 .05.03 개봉 | 감독 : 김형주
출연 : 이성민(대호), 조진웅(종진), 김성균(덕만), 조우진(선철), 김혜

제19대 대통령 선거, 도대체 누구를 찍으란 말인가

한지민투표

 

이번 선거에서 난 부동층이다. 사전 투표를 할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도 있다. 기권하는 대부분이 그렇듯 나 역시 ‘찍을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다. 오랜 김영삼 지지자였으면서도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이 아닌 박찬종 후보를 찍었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문국현 후보를 찍었을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누구한테도 찍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내가 찍든 말든 대선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내가 안 찍어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고, 다른 후보를 찍는다 해도 그 후보는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찍어도 그만 안 찍어도 그만이기는 하다. 그래도 누구를 찍기는 찍어야 할 텐데 도대체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1. 북한을 너무 호의적으로 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문재인 후보의 공약 가운데 하나가 개성 공단 재개다. 더 나아가 그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현재 3만 평 규모인 개성공단을 2천만 평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니 대단한 배포가 아닐 수 없다. 건설업자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통이 더 커 보일 정도다. 남한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북한은 오히려 남쪽 대통령이 나서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니 코미디가 아닌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라는 이슈에 대해서 문재인 후보는 북핵 동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슬그머니 갖다 붙였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북핵 폐기’가 아니라 ‘북핵 동결’이라는 점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핵은 인정해주고 새로 만들지만 못하게 하자는 말이다. 아이가 위험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아예 뺏어야지 가지고 있는 건 모른척하고 새로 사주지는 말자?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핵개발로 흘러들어간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개성공단하고 북핵하고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생각해보자. 생활비가 있어야 유흥비도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안정적으로 조달 받는 생활비는 유흥비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놀러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재인 후보는 북한을 너무 호의적으로만 보고 있다.

2. 쉬운 해고가 고용을 늘려줄 거라고 착각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기업 노조를 귀족노조로 규정했다. 그 귀족노조들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채용을 줄인다고 했다. 연봉 6천만 원이면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는 말도 했다. 노조에 대한 이런 비정상적인 견해는 비단 홍준표 후보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이 만든 프레임이라 해도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노조를 귀족 노조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문제는 전체 노동자 중에서 대기업 노조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억대 연봉을 받고 자식들까지 채용에 특혜를 받는 대기업 노조는 1%에 불과하다. 극소수들의 문제로 인해 많은 근로자들의 생계가 걸린 사안을 단순화시킨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배부른 노동자들보다 배고픈 노동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실직을 하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니와 당장 생계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해고를 쉽게 하겠다고? 기업에 의해 악용될 경우를 생각은 해봤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적처럼 흙수저로 태어나셨다는 분이 어찌 그리 재벌 편에만 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서민 대통령을 주장하다니 가증스럽기만 하다.

3.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할 줄도 모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가야 할 길은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닌 가운데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도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안철수 후보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것도 그것이었다. 이놈 저놈 다 싫고 꼴보기 싫으니 차라리 신선한 제3의 인물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좌절(?)과 아픔이 안철수를 많이 키운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제대로 컸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4월 23일에 열린 2차 토론이 압권이었다. 그때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설명이나 상대 정책에 대한 지적은 없고 오로지 찌라시에만 매달렸다. 문재인 후보에게 자신이 갑철수냐, MB아바타냐고 묻는데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4월 25일 3차 토론에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교/안보에 대한 주제로 토론하랬더니 미세먼지 얘기부터 꺼냈다. 환경에 관한 어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의미로 보이지만 북핵과 사드, 대중 외교 등의 현안을 제쳐두고 다룰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고 해야겠다. 저렇게 자살골만 넣고 다니는데 뭘 믿고 찍어준단 말인가.

4.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꼴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선 후보자 토론을 통해서 가장 눈에 띄는 후보가 바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였다. 말도 가장 조리 있게 잘했고 주장도 분명해 보였다. 복지가 곧 성장이라고 주장하던 심상정 후보처럼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여기 저리 양다리 걸친 듯한 문재인 후보처럼 애매하지도 않았다. 홍준표 후보처럼 막무가내도 아니었고 안철수 후보처럼 멍청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나 다른 후보를 공략할 때도 논리적이었고 일리도 있었다. 문제는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할 때는 기호처럼 4등이었는데 이제는 심상정 후보에 밀리기까지 했다. 그 뒤로로 무려 8명(기호 11번 남재준, 기호 13번 김정선 후보 사퇴)의 후보가 더 있지만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꼴찌에게 표를 준다는 것은 기권과 다르지 않다. 아무 의미 없는 사표(死票)가 되는 탓이다. 이미 판세가 빅3로 기울어 버린 상황에서 바른정당 내부마저 유승민 후보에게 중도 포기를 강요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후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며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간 의원마저 생겨났다. 유승민 후보에게는 시련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꼴찌에게 박수를 쳐 줄 것인가. 그게 의미가 있을 것인가.

5.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여자에게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남녀동수 내각을 반드시 구성하겠다고 했다. ‘능력에 따른 인사’가 아니라 ‘남녀동수’란다. 능력만 있다면 남녀동수가 아니라 여성 다수를 넘어 전원 여성으로만 내각을 구성하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일을 하는 데 있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지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심상정 후보가 ‘능력’이 아니라 ‘성’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이는 능력이 없어도 여성이면 데려다 쓰겠다는 말과 같다. 능력이 없는 남자를 쓰는 것도 문제지만 능력이 없는 여자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쓰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녀동수를 주장할 게 아니라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쓰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심상정 후보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번 대선은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등 빅3의 싸움이 될 것이므로 심상정 후보는 들러리 신세를 면하지 못할게 분명한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이 거슬리는 것은 아직도 이런 철 지난 페미니즘을 진보의 가치인양 외친다는 점 때문이다. 남자건 여자건 능력이 우선이어야지 무조건 여자가 우선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개그맨 이윤석 처가로 알려진 북한산온천 비젠에 갔더니

북한산온천

 

북한산에도 온천이 있나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일동온천으로 유명한 포천이면 몰라도 북한산에 온천이라니. 북한산 바로 아래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처음 듣는 얘기인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할까. 그런데 정말이다. 믿어도 될까 싶겠지만 어쨌든 북한산 온천이라는 이름의 온천이 실제로 존재한다. 도대체 이 온천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포탈 검색에서 북한산 온천을 치면 비젠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비젠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일본 혼슈 주고쿠 지방 오카야마현에 있는 도시 이름이 Bizen(備前市)이라고는 하는데 설마 일본 지명을 갖다 붙였을까 싶다. 제주에도 비젠 빌리지라는 곳이 있는데 그 의미는 독일어 wissen으로 아는, 알고픈, 아는 것,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둘 다 온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름이야 어떻든 북한산 온천 비젠은 1995년 12월 고양시 제1호 온천이라고 한다. 동시에 북한산 일대 유일한 온천이기도 하다. 뭐 이런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북한산 온천을 찾았던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이윤석의 처가라는 점 때문이다. 휴일을 맞아 온천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마침 이윤석 처가가 한다는 북한산 온천이나 가볼까 싶었던 것이다.

집에서 북한산 온천까지는 약 45분 정도 예정되어 있었다. 다른 온천에 비하면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징검다리 연휴라 교통정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난번에 다녀왔던 포천으로 이동하는 시간보다 적게 걸렸다. 좁은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 북한산 온천에 도착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온천이라기보다는 그저 동네 목욕탕에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요금은 8천 원이다. 우리 동네 목욕탕이 5천 원이고 포천에 있는 일동 유황천이 7천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비싼 편이다. 찜질방을 이용하려면 추가로 1천 원을 내야 하는데 규모가 크지 않으니 굳이 찜질방까지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평일은 7천 원이고 휴일에만 8천 원이라고 한다.

시설도 단출한 편이다. 아니 온천이라고 다녀본 곳 중에서 제일 작은 듯했다. 온천이라는 말만 없으면 동네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정도다. 또한 남탕의 경우 지하 1층이다 보니 노천탕도 없다. 탕에 가득한 수증기로 인해 답답할 땐 노천탕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온천을 즐기곤 했었는데 노천탕이 없으니 그럴 수가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다만 다른 온천이나 목욕탕과 달리 실내에 수증기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실내 공기가 답답하지 않으니 실내에서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1시간 이상 버티기 어려웠으나 이곳에서는 그 이상도 버틸 수 있겠다. 지하 972m에서 분출되는 천연 온천수만 사용하고 게르마늄과 셀레늄이 풍부하며 항암작용에 특효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일석삼조로 쓸 수 있다는 KT 폰마우스를 써보니

폰마우스

 

오래전에 폰 마우스라는 게 있었다. 이름처럼 마우스와 전화기가 결합된 형태였다. 마우스가 전화기 역할까지 하니 자리만 차지하는 전화기를 치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마우스였다. 마우스 등에 번호판이 있었고 이어셋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돈 주고 산 것은 아니고 경품으로 받아서 실제로 썼던 마우스였는데 말로 설명하려니 좀 난감한 감이 없지 않네.

얼마 전 KT에서 폰 마우스라는 게 나왔단다. ‘나왔단다’라고 남 얘기하듯이 표현한 것은 이 제품이 나왔을 당시에는 그런 게 나왔는지도 몰랐고 이미 품절된 후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파는 제품은 아니었고 KT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했었다는데 KT 고객인 나는 왜 그런 줄도 몰랐던 것일까. 몹시 서운한 감이 없지 않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그만인데 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우스 하나로 무선과 블루투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즉 마우스 하나로 무선 마우스로도 이용할 수 있고 블루투스 마우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제품이 필요하던 차였으니 당연히 이 제품도 관심 대상 리스트에 오르고 말았다.

이런 방식의 마우스가 필요했던 것은 마우스 하나로 두 가지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필요에 의해서다. 주로 쓰는 기기 중 하나는 노트북형 크롬북이고 다른 하나는 윈도우 태블릿인데 하나는 무선으로 쓰고 다른 하나는 블루투스로 쓰고 싶었기에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윈도우 태블릿도 어댑터만 있으면 무선 마우스를 쓸 수 있지만 어댑터는 왠지 거추장스러워 잘 쓰지 않고 있다.

이런 방식의 마우스 중에 샤오미 마우스가 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무선과 블루투스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제공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매물이 많지 않았고 해외 배송의 경우 배송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였다. 게다가 이용 후기를 보면 예쁘기만 하고 그립감이 좋지 못하다는 평이 많았다. 허울만 좋은 셈이었다.

과감히 샤오미를 배제하고 장만한 KT 폰 마우스는 무선과 블루투스를 모두 지원하면서 1800mAh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다. 마우스로 쓰다가 급할 때는 보조 배터리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석이조에 하나를 더 붙여 일석삼조가 되었다. 이름에서 보듯이 전화까지 되면 1석 4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는 못하다. 뜬금없이 폰 마우스(Phone Mouse)라는 이름은 왜 붙었는지 모를 일이다.

마우스 바닥에는 ‘Slim & Small / Emergency Power Bank / Sports Car Look’이라고 적혀있다. 날렵하고 작고 보조 배터리 역할도 하는 스포츠카 모양의 마우스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가로 폭이 작아 날렵한 모양새여서 휴대하기에도 괜찮아 보인다. 그렇다고 많이 작은 것도 아니다. 다른 마우스의 3/4 정도 되려나. 많이 작아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무게는 묵직한 편이다. 가벼운 마우스와 비교하면 좀 무겁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기는 하겠으나 무게 때문에 움직임이 좀 둔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손목과 어깨에 약간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이 마우스 쓰다 다른 마우스를 쓰면 날아다닌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오래 쓰지 않고 두 가지 방식으로 쓰고 싶다면 그럭저럭 쓸만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남들은 사은품으로 받은 마우스를 나는 왜 중고로 사서 쓰고 있는 건지.

북한산78s님께 드리는 위블로그 11호 머그컵입니다

11-북한산

 

새봄 맞이 위블로그 머그컵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소하지만 작은 성의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블로그 머그컵 11호 주인공은 북한산78s님이십니다.

김남조 시인의 ‘너를 위하여’ 중에서 뽑은 싯구와 함께 북한산78s님 블로그 정보가 들어가게 됩니다.

머그컵을 받으신 후에는 솔직한 심정을 기탄없이 블로그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받으실 분은 산고수장님이십니다.

감사합니다.

http://blogs.chosun.com/journeyman/3662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로 만든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

밀레니엄4

 

전 세계 46개국에 걸쳐 6천만의 독자를 사로잡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이런 대단한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소설처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후속편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이자 2011년 데이빗 핀처 감독에 의해 스크린으로 옮겨졌던 영화 ‘밀레니엄'(Millennium) 이야기다.

소설 ‘밀레니엄’에는 ‘다빈치 코드’와 ‘해리포터’를 잠재울 불멸의 베스트셀러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있다. 사실인지 아니면 출판사의 희망사항에 불과한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작가의 모국인 스웨덴에서 350만 부가 팔린 것을 시작으로 미국 900만 부, 영국 700만 부, 프랑수 330만 부, 독일 560만 부, 이탈리아 320만 부, 스페인 35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은 팩트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스웨덴 인구 910만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1/3 이상이 이 책을 샀다고 할 수 있으며,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인구의 1/5 이상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매일 5만 부씩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대단한 원작을 영화계가 가만 놔둘 리 없다. 2005년부터 3년에 걸쳐 출간된 소설은 2009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버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작가의 모국인 스웨덴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할리우드 버전이다. 스웨덴 버전은 2009년에 영화화됐고 할리우드 버전은 2011년에 만들어졌다. 스웨덴에서는 2009년에 3편이 모두 만들어졌지만 할리우드에서는 2011년에 1편이 먼저 만들어진 후 속편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제6대 007 다니엘 크레이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세븐'(Se7en, Seven, 1995),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나 재미를 보지는 못했고 한국에서도 처참한 성적을 남겨야 했다. 그나마 할리우드 판은 개봉관에서 개봉이라도 했지 스웨덴 버전은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 상영되어 개봉했는지 모른 채 지나가야 했다.

‘밀레니엄’의 스웨덴 판을 보고자 했던 것은 할리우드 판을 너무 지루하게 본 탓에 스웨덴 버전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였다. 할리우드 판의 정사신이 상당히 농후했었기에 스웨덴 버전은 어떻게 묘사했을지도 궁금했었다. 할리우드 판보다 먼저 만들어진 스웨덴 버전을 보면 할리우드 버전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할리우드 판에 비하면 스웨덴 버전은 영화라기보다는 미니시리즈에 가까웠다. 일단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유명 배우를 내세웠던 할리우드 버전에 비해 주인공의 임팩트가 약했다. 음모를 추적하는 밀레니엄 잡지의 편집장 미카엘 블룸크비스트 역을 미카엘 니크비스트라는 스웨덴 배우가 맡았는데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이는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판이 아니라 스웨덴 버전을 먼저 봤다면 또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할리우드 버전을 먼저 본 것을. 미카엘이 스웨덴에서는 유명 배우인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그저 낯선 배우일 뿐이었다.

3부 중에서 1부만 제작된 할리우드 버전은 158분 짜리다. 그에 비해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를 모두 보려면 7시간(1부 152분, 2부 129분, 3부 148분)이 필요하다. 여자 주인공 리스베트의 수난이 주된 내용이었던 1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이후가 궁금하다면 소설을 읽는 방법도 있겠으나 스웨덴 버전 영화로 보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원작자인 스티그 라르손은 원래 10부작으로 펴낼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3부까지만 마치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할리우드 버전을 통해 2부부터는 다니엘과 리스베트가 팀이 되어 사건들을 처리하나 싶었는데 스웨덴 판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끝까지 리스베트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뿐이었다. 잡지 편집장으로서는 대단한 사건일 수도 있겠으나 관객 입장에서는 그다지였다는 점은 유감이라 하겠다.

사실 할리우드 버전을 보고 나서 도대체 왜 이 소설이 대단하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원작 소설 1편을 사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소설 역시 나하고는 맞지 않았다. 끝까지 읽지 못했고 2편과 3편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스웨덴 버전을 보고자 했던 것은 그때의 감정을 다시 확인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나 소설이 괜찮았다는 후기도 있는 것을 보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는 한가보다.

밀레니엄 제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Man Som Hatar Kvinnor,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09
밀레니엄 : 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Flickan Som Lekte Med Elden, Millennium – the film part2 – The Girl Who Played with Fire
밀레니엄 : 제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Luftslottet Som Sprangdes, Millennium – the film part3 – The Girl Who Kicked the Hornet’s Nest
범죄, 스릴러 | 스웨덴, 덴마크, 독일
출연 : 미카엘 뉘키비스트(미카엘 블롬피스트), 누미 라파스(리스베트 살란다)

 

http://blogs.chosun.com/journeyman/2702

악마의 퍼즐을 맞춰라! 밀레니엄

밀레니엄

화제작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이 영화를 보게되었던가. 굳이 그 이유를 대라면 단연코 제목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밀레니엄’이라는 제목은 뭔가 비밀 결사대를 말하는 듯도 보였으나 그보다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부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말이다. 저속한 줄은 알지만 이 영화를 대하는 나의 심정은 솔직히 그랬던게 사실이었다.

요즘들어 영화를 선택하기에 앞서 영화 내용에 대해서 사전 조사하는 과정을 생략하다 보니 순전히 제목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았다.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심오한 깊이의 철학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눈요기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들인 시간과 비용이 허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요즘들어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내게서 시간과 돈을 갈취해 갔던가.

‘밀레니엄’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그리 낯선 인물이 아니다. 2006년 ‘카지노 로얄’에 출연하면서 파란눈의 007로 불렸던 인물, 바로 다니엘 크레이그다. 하지만 나는 007의 21번째 작품이었던 그 영화를 보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해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나하고 인연이 없는 것인지 하나같이 보지 못했던 영화들이기도 했다. 유일하게 본 영화인 2001년작 ‘툼 레이더’에서 그의 모습은 아예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안심이 되었던 것은 어쨌든 전혀 모르는 배우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내용도 모르고 보는 영화에 대한 불안이 그로 인해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와 반대로 그의 출연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선입견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007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전력의 배우이다 보니 추리극이고 액션활극일거라는 얼토당토않은 편견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 그런 나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추리극이기는 하지만 액션극은 아니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은 미카엘 역은 잡지사 편집장일뿐 슈퍼맨이나 배트맨 심지어 제임스 본드로 변신하지도 않았다.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머리를 쓸지언정 몸을 쓰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그런 시간을 나름대로 즐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려 158분이라는 적지않은 시간 동안.

그래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비교적 호평이 더 많은 편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 세계 46개국에 걸쳐 6천만의 독자를  사로잡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니 스토리 만으로도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만큼 스토리는 탄탄한 편이다. 이는 영화가 아닌 소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베네스트룀 스캔들이나 방예르가가 살고있는 섬이 마치 실제처럼 비교적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지루해질 때쯤 한번씩 등장하는 화끈한 베드신이다. 굳이 그 상황에서 그 장면이 필요했을까 싶은, 어찌보면 말초신경 자극을 목적으로 끼워넣은 자극적인 섹스신이기는 하지만 만일 그 장면이 없었다면 지루함에 관객들의 집중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교적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졸다가도 깨어나서 다시 보게되는 효과도 없지 않을게고.

영화 ‘밀레니엄’을 통해서 주목을 받는 인물은 파란눈의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니라 그의 상대역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역의 루니 마라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녀의 자유분방한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는 그렇지가 못하다. 어쩌면 예쁜 여배우를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배우 내 관점으로는 개성적이기는 한데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이 영화에서 살란데르라는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블롬크비스트라는 인물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었을 158분이라는 긴 시간을 이끌어 가는 것도 그녀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볼때 블롬크비스트는 24시의 잭 바우어와 닮았다. 테러 진압을 위해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잭이지만 그녀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클로이가 없었다면 잭의 확약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잭의 가장 큰 능력은 클로이를 갈구는 능력이라고도 하더만.

많은 분들이 이 영화에서 긴장감을 느끼셨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대부분 이런 영화에서 범인은 내부에 있게 마련이고 그것도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인물 가운데 하나일게 뻔하니 말이다. 다만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겠는데 나로서는 몇가지 눈요기거리 외에는 별다른 긴장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초반 부분에 졸았던 것도 이유가 되기는 하겠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다소 불만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제목 때문이었는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활약이 미진(?)해 보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녀는 어디에’ 정도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원작처럼 ‘용 문신의 소녀(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로 하던가. 물론 그랬다면 쳐다 보지도 안았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두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미국 판이고 다른 하나는 스웨덴 판인데 2009년에 만들어진 스웨덴 버전은 독립영화 취급을 받으며 아트하우스 모모, 필름포럼 등 소극장에서만 상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소설까지 보면 그랜드 슬램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이 작품의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은 10편을 계획했지만 3부까지만 쓰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영화는 3부작 중에서 가장 첫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스웨덴 , 영국 , 독일 | 158분 | 개봉 2012.01.11
감독 : 데이빗 핀처 /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루니 마라(리스베트 살란데르)

스크린 야구와 길거리 배팅볼의 차이는

스크린야구

 

야구는 대표적인 팀플레이 경기다. 축구도 그렇다고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축구나 배구, 농구는 2명이서도 할 수 있다. 길거리농구는 주로 3:3으로 하고 비치발리볼은 2:2로 한다. 축구 역시 최소 인원으로도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야구는 선수가 부족하면 상당히 고달프다. 게임은커녕 공만 주우러 다니다가 끝날 수도 있다.

야구는 하고 싶고, 상황은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생긴 것이 스크린 야구다. 앞에 스크린이라는 단어가 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스크린 골프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정해진 실내 공간에서 스크린에 나오는 시뮬레이션과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길거리에서 1000원 넣도 하는 배팅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둘의 차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현장감을 들 수 있다.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나오는 공을 치기만 하는 배팅볼과 달리 스크린 야구는 그라운드에 들어서 기계가 아니라 투수를 상대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당연히 스크린에는 투수가 나와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진다. 투수가 던질 때만 스크린 가운데 공 크기만 한 부분이 열리고 거기에서 공이 나온다.

시설도 괜찮은 편이다. 야구장처럼 철책도 있고 바형 테이블과 의자도 있어서 편안히 구경하며 즐길 수 있다. VIP석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꾸여놓았다. 게다가 야구장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치킨과 맥주도 팔고 있으니 갖출 건 다 갖춰져 있는 셈이다.

스크린 야구를 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입구에서 국내 프로야구 10개 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후 각 선수들의 이름을 입력하는 것이다. 팀 회식처럼 사람이 많다면 양 팀 9명씩 18명을 입력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인원만으로도 할 수 있다. 2명이서 1:1로도 붙을 수 있고 심지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배팅볼의 경우 10개에 1,000원 정도다. 볼이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고, 가격이 저보다 비쌀 수도 있지만 대략 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 야구에도 배팅볼이 있기는 하다. 15개에 4,000원이다. 야구 경기처럼 하려면 최소 18,000원(싱글 히트 20분)이 필요하다. 40분짜리 더블 히트는 34,000원, 60분짜리 사이클링 히트는 48,000원이다.

길거리 배팅볼은 10개를 치는데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에 비해 스크린 야구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투수가 와인드업하고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9회까지 진행하면 대부분 60분 정도 걸린다. 9회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면 정해진 시간 안에서 연장을 치를 수 있으나 만일 시간을 넘겼다면 추가 요금(10분 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배팅볼은 쳤다는데 만족할 뿐 타구의 질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데 스크린 야구는 해당 타구가 안타인지 파울인지 알려준다는 점도 재미를 돋우는 요소다. 다만 타격에 대한 정확성은 보장할 수 없다. 그냥 알려주는 대로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 홈런성 타구가 아닌데도 홈런이 되기도 하고 잘 맞은 타구인데도 포수 앞에 떨어지는 땅볼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