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싫어하는 군대이야기를 화끈하게 변신시킨 동작그만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 3위는 군대 이야기이고 2위는 축구 이야기라고 한다. 그럼 1위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나. 군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들이 입에 침이 튀어가면서 얘기하는 군대 이야기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참고 들어주려 해도 도저히 공감대를 찾을 수 없는 이유에서다. 대화에 끼지 못하니 소외감마저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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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요즘에는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 덕분에 사정이 좀 나아진 편이다.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던 군대에서 개고생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분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나친 군 홍보 프로그램이라 평가절하되기도 하고 리얼이 아니라 각본에 의한 연출이라는 이유로 비난받기도 하지만 어쨌든 군대에 대한 남자들의 특별한 감정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에피소드 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꼽으라면 80년대 중반 KBS 2TV ‘유머일번지’의 ‘동작그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비록 개그 프로이기는 해도 그 속에 군 생활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기에 남자들로 하여금 웃고 울렸던 작품이었다. 메기병장, 뺀질이, 그리고 곰팽이라는 별명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 캐릭터들은 아직도 이상훈, 이경래, 이봉원이라는 개그맨들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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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메기병장 이상훈과 곰팽이 이봉원이 의기투합해서 ‘동작그만’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기 때문이다. 왕십리 소월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동작그만’은 ‘남자는 군대 다녀온 힘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홍보 문구처럼 다분히 남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이 일으킨 복고바람에 힘입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니 꼭 남자들만을 위한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기본적으로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코메디콘서트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군대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도 있고 노래도 있으며 화끈한 쇼도 있다. 이상훈과 이봉원이 주요 출연진이라고 해서 TV에서 보던 단순 코메디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대형 무대에 무려 16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이기 때문이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마당놀이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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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군대 위문공연 장면에서는 모든 관객이 어우러져 신명나게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분명히 기대 이상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기는 하다. 남자 몇 명이서 펼치는 10분짜리 코메디를 두 시간으로 늘렸으리라는 생각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리스’나, ‘토요일 밤의 열기’와 같은 해외의 유명 뮤지컬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군대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내도 흥겹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상훈과 이봉원이라는 유명 연예인을 지나치게 내세웠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두 사람이 ‘동작 그만’을 대표하는 캐릭터이기는 해도 두 사람만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약이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공연장을 찾은 날에도 이상훈과 이봉원이 출연하지 않은 탓인지 관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열심히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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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과 이봉원을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면 최소한 둘 중의 한 사람만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 둘의 출연을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을 게 분명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과는 다른 버전의 공연을 볼 수 있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공연 기회를 준다는 점은 바람직하나 두 사람이 출연하지 않음으로 인해 실망할 관객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코메디콘서트 동작그만
장소 : 왕십리 소월아트홀
출연 : 곰팽이(이봉원, 유승을), 메기병장(이상운, 송요셉), 뺀질이 유승일, 김완순 신금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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