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퍼즐을 맞춰라! 밀레니엄

밀레니엄

화제작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이 영화를 보게되었던가. 굳이 그 이유를 대라면 단연코 제목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밀레니엄’이라는 제목은 뭔가 비밀 결사대를 말하는 듯도 보였으나 그보다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부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말이다. 저속한 줄은 알지만 이 영화를 대하는 나의 심정은 솔직히 그랬던게 사실이었다.

요즘들어 영화를 선택하기에 앞서 영화 내용에 대해서 사전 조사하는 과정을 생략하다 보니 순전히 제목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았다.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심오한 깊이의 철학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눈요기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들인 시간과 비용이 허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요즘들어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내게서 시간과 돈을 갈취해 갔던가.

‘밀레니엄’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그리 낯선 인물이 아니다. 2006년 ‘카지노 로얄’에 출연하면서 파란눈의 007로 불렸던 인물, 바로 다니엘 크레이그다. 하지만 나는 007의 21번째 작품이었던 그 영화를 보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해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나하고 인연이 없는 것인지 하나같이 보지 못했던 영화들이기도 했다. 유일하게 본 영화인 2001년작 ‘툼 레이더’에서 그의 모습은 아예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안심이 되었던 것은 어쨌든 전혀 모르는 배우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내용도 모르고 보는 영화에 대한 불안이 그로 인해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와 반대로 그의 출연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선입견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007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전력의 배우이다 보니 추리극이고 액션활극일거라는 얼토당토않은 편견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 그런 나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추리극이기는 하지만 액션극은 아니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은 미카엘 역은 잡지사 편집장일뿐 슈퍼맨이나 배트맨 심지어 제임스 본드로 변신하지도 않았다.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머리를 쓸지언정 몸을 쓰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그런 시간을 나름대로 즐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려 158분이라는 적지않은 시간 동안.

그래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비교적 호평이 더 많은 편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 세계 46개국에 걸쳐 6천만의 독자를  사로잡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니 스토리 만으로도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만큼 스토리는 탄탄한 편이다. 이는 영화가 아닌 소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베네스트룀 스캔들이나 방예르가가 살고있는 섬이 마치 실제처럼 비교적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지루해질 때쯤 한번씩 등장하는 화끈한 베드신이다. 굳이 그 상황에서 그 장면이 필요했을까 싶은, 어찌보면 말초신경 자극을 목적으로 끼워넣은 자극적인 섹스신이기는 하지만 만일 그 장면이 없었다면 지루함에 관객들의 집중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교적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졸다가도 깨어나서 다시 보게되는 효과도 없지 않을게고.

영화 ‘밀레니엄’을 통해서 주목을 받는 인물은 파란눈의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니라 그의 상대역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역의 루니 마라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녀의 자유분방한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는 그렇지가 못하다. 어쩌면 예쁜 여배우를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배우 내 관점으로는 개성적이기는 한데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이 영화에서 살란데르라는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블롬크비스트라는 인물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었을 158분이라는 긴 시간을 이끌어 가는 것도 그녀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볼때 블롬크비스트는 24시의 잭 바우어와 닮았다. 테러 진압을 위해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잭이지만 그녀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클로이가 없었다면 잭의 확약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잭의 가장 큰 능력은 클로이를 갈구는 능력이라고도 하더만.

많은 분들이 이 영화에서 긴장감을 느끼셨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대부분 이런 영화에서 범인은 내부에 있게 마련이고 그것도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인물 가운데 하나일게 뻔하니 말이다. 다만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겠는데 나로서는 몇가지 눈요기거리 외에는 별다른 긴장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초반 부분에 졸았던 것도 이유가 되기는 하겠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다소 불만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제목 때문이었는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활약이 미진(?)해 보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녀는 어디에’ 정도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원작처럼 ‘용 문신의 소녀(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로 하던가. 물론 그랬다면 쳐다 보지도 안았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두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미국 판이고 다른 하나는 스웨덴 판인데 2009년에 만들어진 스웨덴 버전은 독립영화 취급을 받으며 아트하우스 모모, 필름포럼 등 소극장에서만 상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소설까지 보면 그랜드 슬램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이 작품의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은 10편을 계획했지만 3부까지만 쓰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영화는 3부작 중에서 가장 첫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스웨덴 , 영국 , 독일 | 158분 | 개봉 2012.01.11
감독 : 데이빗 핀처 /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루니 마라(리스베트 살란데르)

2 Comments

  1. 나의 정원

    2017년 5월 7일 at 5:08 오후

    책이 휠씬 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가 바뀌면서 새롭게 단장한 만큼 표지도 더 와 닿기도 하구요, 이 책의 소개로 북유럽권의 소설들이 더 알려진 부분도 있어 시간 되시면 책을 통해 느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journeyman

      2017년 5월 10일 at 11:17 오전

      영화 보고 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지 이해되질 않길래 전자책으로 1권을 사서 읽다가 말았습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저하고는 좀 안 맞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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