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에 미니정원이 있는 게스트하우스 교토 이코이노이에

주말에 빈방을 잡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게다가 먼저 예약했던 오사카 숙소를 취소하고 일본 옛 수도였다는 교토에서 다시 찾으려니 싸고 괜찮은 숙소는 이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돈을 더 주고 급을 높이던가 아니면 다소 허름한 방을 각오해야 할 판이었다. 결국, 숙소에서 보낼 시간이 길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은 게스트 하우스 이코이노이에(IKOI-NO-I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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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인 것은 화장실과 욕실이 붙어있는 3인 가족실(Family room)이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게스트 하우스라면 낯선 사람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기에 오붓하게 떠난 가족여행에는 피하기 마련인데 그나마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있는 방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숙소를 알아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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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예약사이트 외에는 이 집에 대한 이용 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글로는 ‘이코이노이에’, 영어로는 ‘IKOI-NO-IE’이며 간판에 쓰여있는 이름은 ‘憩の家’다. 즉, ‘휴식의 집’이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후쿠오카에서 탔었던 예쁜 기차 ‘유후인노모리(ゆふいんの森)’가 생각난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몰랐지만 이름을 직접 보니 ‘유후인의 숲’이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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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마친 후 교토로 이동해서 짐을 풀기 위해 숙소를 찾았는데 첫 여정부터 험난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지도에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여 오미야 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무려 20분 이상 걸어야 나오는 곳이었다. 간사이쓰루패스가 있다면 사서 고생하지 말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좋겠다. 가와라마치 역(河原町?)에서도 버스로 두 정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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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찾아가기가 만만하지도 않다. 골목을 찾아 들어가서도 한참을 걸어가야만 나오는 집인 탓이다. 얼마를 걷다 보면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다. 게다가 저녁 시간대라면 오고 가는 사람도 없어 어둡고 적막한 골목길을 걸어야 하니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다. 구글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만일 데이터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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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숙소를 찾았다고 해도 안심하면 곤란하다. 또 다른 벽이 가로막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 집은 그야말로 게스트 하우스 전용이다. 입실절차를 위한 관리실은 따로 있다. 가깝지도 않고 이리저리 골목길을 누비고 가서야 나온다. 게스트 하우스 문에 관리실 약도가 그려있기는 하니 억지로 외우려 하지 말고 스마트 폰으로 찍어서 찾아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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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페디아에서 예약하고 지불은 현지에서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가진 카드는 안 읽힌다고 해서 현금으로 결제해야 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런 일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 집 카드결제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한, 객실 열쇠를 주면서 보증금으로 1,000엔을 내야 한다. 체크아웃할 때 열쇠를 돌려주면 보증금 1,000엔도 돌려받을 수 있다. 아침 식사는 990엔이며 이코이노이에가 아닌 이곳에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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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맡은 총각과 함께 이코이노이에로 돌아오면 청년은 현관문 여는 방법부터 알려준다. 관리실이 붙어있지 않고 방문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이므로 현관은 버튼식 도어락으로 되어있다. 현관문을 열면 테이블이 있고 냉장고가 있으며 싱크대와 전자렌지, 가스렌지, 유료 PC 등 각종 편의도구들이 있는 거실로 바로 들어설 수 있다. 조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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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이노이에는 2층집이었는데 3인이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룸은 1층에 있었다. 특이한 것은 거실을 지나 문을 열고 나가는 그야말로 별실이라는 점이다. 그 거리가 멀지 않아 별실인 듯 아닌듯하지만 어쨌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작은 마당(?)을 지나야 한다. 그래도 명색이 마당인데 양쪽이 담으로 막혀있어 그저 통로에 불과하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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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들은 일반 객실처럼 생긴 데 비해서 가족실은 미닫이문이라 료칸 느낌을 물씬 풍겨준다. 일본식 다다미방에 작은 탁자에는 커피포트와 찻잔 그리고 티백 몇 개가 놓여있고 구석에는 아무 의미 없는 소형 TV모니터도 놓여있다. 화장실과 욕실은 의외로 작지 않은 편이다. 이 정도 시설이면 게스트 하우스 중에서도 특실급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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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방 한쪽의 문을 열면 미니 정원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초라한 규모이기는 해도 대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창문이 없기에 아마도 환기용으로 만들어진 듯한 데 밤에는 못 느꼈으나 날이 밝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그 나름대로 멋이 느껴진다. 문을 열고 지낼 수 있는 계절에는 아쉬운 대로 그럭저럭 괜찮은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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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난방은 불만이다. 방문 쪽 벽에 냉온방 겸용 에어컨디셔너가 달려있는데 난방기라고는 그 하나가 전부다. 다다미라 가뜩이나 바닥도 찬데 다른 난방 수단이 없다 보니 춥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별실 형태이고 입실하면서부터 난방을 가동시켜야 하니 냉장고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따뜻한 온돌 아랫목 생각이 간절하지 않을 수 없다. 체크 아웃 역시 체크 인할 때처럼 골목들 돌고 돌아서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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