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게 해달라는 소원이 걸려있던 교토 야사카 신사

교토에서의 공식적인 첫 일정은 야사카 신사(八坂神社, やさかじんじゃ)에서 시작했다. 숙소의 위치나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어차피 가와라마치 역(河原町?)에 들러 코인락커에 짐을 맡겨두고 움직여야 했으므로 나름 최적의 동선이라 판단했다. 일본으로 오기 전 교토에 가면 반드시 청수사((?水寺, きよみずでら)에 먼저 들리라는 충고를 듣기는 했으나 비수기인지라 괜찮으리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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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라마치 역에서 야사카 신사로 이어지는 길은 볼거리도 많고 먹을 거리도 많은 곳이다. 강줄기 따라 이어진 산책길을 보고 있노라면 내려가서 잠시 걷고 싶어지기도 한다. 교토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리를 건너 야사카 신사로 향하는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기온 거리다. 어젯밤에 그토록 찾아헤매던 바로 그 거리였다. 지척에 두고도 엉뚱한 곳을 헤맸으니 허망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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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시죠거리 끝 삼거리에 서면 바로 앞으로 붉은 색 건물이 보이는데 여기가 액과 화를 면해주고 상업을 번성하게 해준다고 하여 교토 시민들에게 친밀감을 준다는 야사카 신사(八坂神社, やさかじんじゃ)다. 야스쿠니신사참배(靖國神社參拜)라는 말이 품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우리에게는 신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나 신사는 일본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이므로 모든 신사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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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들고 있는 장수가 앉아있는 대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우리의 약수터처럼 생긴 우물이 하나 보인다. 플라스틱 바가지가 아니라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나무인데다 대나무 관을 통해 물이 흘러나오므로 약수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신사에 들어가기 전 손과 입을 헹구는 용도라고 한다. 신사 입구에서 불결한 몸과 마음을 씻는 최소한의 의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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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지만 신사 입구에는 노점들이 즐비하게 판을 벌려놓았다. 아무리 유명한 관광지라지만 신사 밖이 아니라 신사 내부에 노점들이 성업 중인 다소 불경(?)스러운 모습을 보고 적지않게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500엔짜리 크랩맛살 꼬치는 그럭저럭 먹을만했던 데 비해서 300엔짜리 붕어빵은 비싸기만 하고 만족도는 기대 이하였다. 또한, 일본식 나무젓가락 한 벌을 500엔(5개에 2,000엔)에 팔고 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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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기도하려면 먼저 방울이 달려 있는 줄을 힘껏 당겨야 한다. 방울소리로 영혼을 불러내는 의식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라면 힘껏 잡아당겨서 소리가 크면 클 수록 기도의 효력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말이 방울이지 소리는 경쾌하지 않고 깡통이 부딛히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재미있는 것은 야사카 신사 안에도 규묘가 다른 법당(?)이 여럿 존재한다는 점이다. 혹시 기도의 용도가 다른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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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모습 가운데 하나가 소원나무다. 종이에 적어서 나무에 묶기도 하고 나무판에 적어서 걸어놓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한글로 적힌 소원도 만날 수 있었다. 올 1월 1일에 다녀간 어떤 커플은 “올해도 예뻐지게 해주세요. 작년보다 더”라는 글귀를 남겨 놓았다. 나무판의 경우 500엔에 판매하고 있으므로 기념으로 사와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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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7월이면 야사카 신사를 중심으로 한 달동안 기온 마츠리(ぎおんまつり, ?園祭)라는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869년 일본 전역에 역병(疫病)이 창궐했을 때 병과 악귀를 퇴치하기 위해 제를 지내고 기도를 드린 고료오에(御??, 원한을 품고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제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로서 1,1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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