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_ “이북식 비지찌개죠. 표준어로 되비지라고 하죠. 우리 이북 출신들은 ‘이남’ 사람들이 먹는 비지찌개는 사람 먹는 음식으로 쳐주지 않아요. 두부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게 소 여물이지, 어찌 사람이 먹어요? 콩을 삶아서 통째로 갈아 넣고서 돼지뼈와 돼지고기, 배추를 듬뿍 넣고 푹 끓이지요. 뽀얗고 고소하고 매끄러워요. 간장 양념에 쓱쓱 비벼서 국 먹듯 밥을 말아 먹습니다.”/황해도 출신 재미교포 김진출
▨어디가 맛있나_되비지는 순두부보다 두부에 담긴 모든 맛을 모조리 온전하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일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이북식 비지를 파는 식당이 거의 없다. 그나마 서울 남대문 철산집(02-753-4861)이 되비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되비지./조선일보DB
평양냉면_ ‘선생님이 고향 이야기를 꺼내셨다. 선생님의 고향은 북녘 어느 산골이었다. “얼음 서걱서걱 언 동치미 국물을 붓고 위에다 김치 송송 썰어 올리고 돼지고기도 한 점 올려 안방에 들고 들어오면, 엉덩이는 펄펄 끓는 아랫목 때문에 들썩들썩하고 입은 얼음 둥둥 뜬 냉면으로 달달달. 이걸 다 먹고 나면 차가워진 뱃속을 녹이느라 아랫목에 배를 깔고 가만히 누워 있었지. 그럼 속이 짜아한 게 그게 바로 제대로 된 냉면이야. 여름에 먹으면 냉면 맛이 난 나.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인 게야.”’/‘소문난 옛날 맛집’ 중 ‘교감 선생님 북녘 고향 주막의 냉면’ 인용
▨어디가 맛있나_ 서울에선 필동면옥(02-2266-2611) 을지면옥(02-2266-7052) 우래옥(02-2265-0151) 봉피양(02-587-7018) 평양면옥(02-2267-7784) 등을 평양냉면 명가로 꼽는다.
평양냉면. /조선일보DB
함흥냉면_ “함흥냉면은 3분의 1은 뱃속에, 3분의 1은 입속에, 3분의 1은 그릇 속에 넣고 먹는 거야. 가위는 물론이고 이로도 자르면 안 돼. 그 맛이 안 나지.” 한 고수(高手)가 알려준 함흥냉면 맛있게 먹는 비법이다. 녹말로 만든 질긴 국수에 생선회와 매콤달콤한 양념을 비벼 먹는다. 이북음식은 본래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데, 함흥냉면은 유독 매운 별종이다. 평양냉면과 마찬가지로 6·25 이후 월남한 함경도 사람들에 의해 이남에 퍼졌다. 국수 재료가 감자녹말에서 고구마녹말로 바뀌었고, 가자미회가 홍어회로 바뀌었지만 맛은 별 차이 없다. 최근 홍어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시 가자미회로 선회하는 추세이긴 하다.
▨어디가 맛있나_ 오장동함흥냉면(02-2267-9500), 오장동흥남집(02-2272-7117) 등 서울 오장동에 역사 깊은 함흥냉면집이 많다.
함흥냉면./조선일보DB
/아버지 본적이 황해도 봉산이고, 자란 곳이 평안도라 이북음식이라면 예민한 편입니다. 되비지는 진짜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인데, 이상하게 파는 집이 없어요. 철산집도 사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집이란 것이지, 엄마가 만들어주는 되비지 맛에는 따라오질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엄마는 서울토박이신데,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에게 배운 솜씨가 능가할 정도지요. 남은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