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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생선계의 베이글녀’, 병어 - 김성윤의 맛
‘생선계의 베이글녀’, 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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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어회 한 점. 붉은살 생선의 감칠맛과 흰살생선의 탱탱하고 담백한 맛을 동시에 지닌

병어는 모순적인 맛의 생선이더군요. 이 멋진 사진은 유창우 기자의 작품입니다.

병어는 영어이름이 ‘버터피시(butterfish)’이다. 왜 이렇게 부르는지는 요즘 전남 신안 지도읍 송도수협공판장에서 나오는 병어를 먹어보면 안다. 결이 곱고도 보드라운 흰살에서 버터처럼 고소한 감칠맛이 배 나온다.

병어가 제철을 맞았다. 생선은 산란기를 앞두고 생식기가 비대해지고 지방을 몸에 비축한다. 따라서 생선 맛은 산란기 직전 가장 좋을 수밖에 없다. 이 때를 제철 또는 순(旬)이라고 한다. 병어는 산란기가 5~8월경. 산란을 코 앞에 둔 5~6월 기름이 최대치로 오르고 맛도 극대치에 도달한다. 그 중에서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병어를 최고로 친다. 갯벌에서 맛난 먹이를 잔뜩 먹은데다 신선도에서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도읍 송도수협공판장은 주변에서 잡히는 병어의 집산장이다. 여기서 팔리는 병어를 ‘지도병어’라고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공판장 중개인들은 “다른 곳에서 잡은 병어도 지도병어라고 해야 잘 팔린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흰살 생선은 콜라겐 함량이 높아 육질이 단단하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이 횟감으로 광어, 우럭 등 흰살생선을 높이 치는 이유가 바로 높은 콜라겐 함량 때문이다. 대신 지방을 포함한 맛 성분은 붉은살 생선보다 적다. 이로 느끼는 쫄깃한 식감보다 혀로 느끼는 달고 감칠맛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이 다랑어나 방어, 전갱이 따위 붉은살 생선을 선호하는 건 맛 성분이 많아 진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병어는 흰살 생선이면서도 붉은살 생선처럼 지방 함량이 높다. 100당 지방 함유량이 5.0g. 광어(1.7g)보다 훨씬 높은 건 물론이고 기름진 생선의 대표격인 삼치(6.1g)나 방어(5.8g)에 육박한다.(황지희 ‘생선 해산물 건강사전’) 그러면서도 붉은살 생선처럼 비리지 않고 흰살 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다. 몸매가 육감적이면서도 얼굴은 청순한 여성을 요즘 ‘베이글(베이비 페이스+글래머)녀’라고 한다는데, 기름지면서도 담백한 병어야말로 ‘생선계의 베이글녀’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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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마름모꼴인 병어. 지도 송도수협위판장에서 유창우 기자가 찍은 사진입니다.

병어는 한눈에 다른 생선과 쉬 구분할 정도로 독특한 외모를 지녔다. 등 한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은데다 폭이 좁고 납작하다. 전체적으로 큰 마름모꼴이다. 정약전도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편어(扁魚)라는 생선이 있는데 속명이 병어(甁魚)이며 모양이 사방으로 뾰족하다”고 묘사한 것으로 봐서,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병어를 먹었음을 알 수 있다. 몸 길이가 최대 60㎝까지 자란다. 어른 손바닥 둘을 합친 크기쯤 되면 최상품으로 친다. 입은 작고 암팡지다. 등쪽은 푸르스름한 회색이고 배쪽은 흰색이다. 전체적으로 금속빛을 띈다. 작고 둥근 비늘이 쉬 떨어진다. 비늘이 온전하면 물 좋은 병어라고 봐도 좋다.

회·찌개·조림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특히 회와 조림으로 즐겨 먹는다. 작은 병어를 뼈째 회로 썰어서 된장과 함께 깻잎에 싸먹으면 특유의 단맛을 즐길 수 있고, 병어와 마찬가지로 초여름 제철을 맞는 감자와 함께 매콤달콤짭짤하게 조림으로 만들면 보드랍고 촉촉한 육질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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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수협공판장 옆 ‘지도횟집’에서 병어회를 먹다가 한 장 찍었습니다.간장이나 된장이 어울리더군요. 초고추장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병어 맛을 가려버리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일 신안 지도읍 송도수협공판장은 병어를 구하려고 전국에서 몰려온 상인들로 북적댔다. 그런데 기대보다 병어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송도수협공판장 중개인이자 ‘유달수산’ 주인인 주영자씨는 “요새 병어가 귀하다”고 했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공판장에선 한 상자에 들어가는 숫자에 따라 병어를 ‘20미’ ‘30미’ ‘40미’로 구분해 판다. 물론 20미 병어가 가장 크고 30미가 다음이고 40미가 가장 작다.

공판장에서1일 현재 병어는 경매가가 20미 1상자 20~23만원, 30미 25만~28만원, 40미 15만~16만원쯤 한다. 공판장에서 소매가격은 여기에 10% 정도가 붙는다. 20미짜리 병어가 1마리 1만원, 40미라고 해도 1마리 3000원가 훌쩍 넘는 셈. 지도수협 남희연 과장은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병어 어획량이 줄어든데다, 병어 맛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수요도 과거보다 늘었기 때문에 병어 가격이 예년보다 비싸진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에서 왔다는 한 식당 주인은 “옛날에는 쓰키다시(밑반찬)로 마구 썰어서 서비스하던 것이 병어인데…”라며 아쉬워했다.

/6월2일자 신문에 쓴 기사의 원문입니다. 병어가 이리 맛있는 생선이었던가, 이번에 알았습니다. 서울사람들이 즐겨 먹던 생선이 아닌데다, 식당에서 맛본 병어는 그다지 맛있지 않았거든요. 신안 지도에서 병어의 참맛을 알았습니다. 보드랍고 기름진 그 살맛이 또 생각나 군침 흘립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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