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새우젓의 고향, 전남 신안 임자도 - 김성윤의 맛
새우젓의 고향, 전남 신안 임자도

_MG_5188.jpg

임자도’전장포항 새우젓’에서 파는 1년 숙성된 육젓. 뽀얗고 감칠맛 기막힙니다.

사진은 유창욱 기자가 찍었습니다.

우리 김치를 김치답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자, 입맛 없는 여름철에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게 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새우젓. 짜고 달고 감칠맛이 도는 새우젓은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재료이다. 새우젓은 만드는 철에 따라 오젓(음력 5월에 만드는 젓), 육젓(음력 6월에 만드는 젓), 추젓(9~10월 가을에 만드는 젓) 따위로 나뉜다. 이 중 육젓을 최고로 쳐준다. 명품 새우젓을 담그는 것을 구경할 수 있는 적기가 지금인 셈이다.

육젓 만드는 현장을 보러 전남 신안군 임자도로 갔다. 지금은 오젓에서 육젓으로 넘어가는 시기. 신안군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승용차를 배에 싣고 20분이면 임자도에 도착한다. 임자(荏子)는 한자로 들깨라는 뜻. 이 섬의 모래질 토양 덕분에 들깨 농사가 잘 된다고 하여 임자도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임자도는 요즘 들깨보다 새우젓으로 더 이름을 날린다. 전국 새우젓 생산량(약 1만2000)의 60%가 이 섬에서 나온다. 새우젓의 고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임자도에서 새우젓 생산중심지는 선착장에서 자동차로 10분쯤 거리에 있는 전장포항이다. 새우젓 부리는 선박과 새우젓 팔고 사는 사람들로 북적댈 줄 알았는데, 기대보다는 한산하다. 새우를 실은 배가 들어오면 나이 지긋한 주민들이 몰려나와 새우를 소금에 절이고 드럼통에 담는 모습을 이따금씩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임자도에서 태어나 평생 새우젓으로 먹고 살아온 ‘전장포 새우젓’ 주인 장길택(77)씨는 “새우젓은 새우를 잡는 즉시 선상에서 소금에 버무려 젓을 담근다”고 했다. 게다가 요즘은 새우젓 파시(波市)가 임자도가 아닌 신안군 증도에 있는 수협어판장에서 열린다. 배를 타야 들어올 수 있는 임자도와 달리 증도는 다리로 뭍과 이어졌기 때문이다.

_MG_5173.jpg

임자도 토박이 장길택씨가 운영하는 ‘전장포항 새우젓’.

그래도 임자도가 국내 새우젓 생산 중심인 것엔 변함이 없다. 장길택씨는 임자도 새우젓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임자도 주변 바다 가운데에 모래산이 여럿 있어요. 이 커다란 모래산들은 바다가 아무리 거칠어도 안 없어집니다. 거기에 새우들이 알을 까고 자라요. (새우젓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광천 같은 곳도 여기서 새우젓 사다가 숙성해서 파는 것이요. 거긴 새우 한 토막이 안 나요."

장길택씨는 새우젓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했다. 그는 “음력 4월에 잡은 새우로 담그는 젓을 사젓, 5월은 오젓, 유월은 육젓이라고 한다. 육젓을 최고로 치는 것은 알이 차고 새우 자체의 크기도 커버려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이어 “7월부터 8월, 9월 전까지는 새우가 안 잡힌다.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린다, 바닷물이 뜨거우니까. 새우잡이도 2개월을 쉰다”고 했다.

장씨에 따르면 새우는 9월부터 다시 잡히기 시작한다. 새우젓 만들기도 이때 재개된다. 장씨는 “9월과 10월에 만드는 새우젓을 가을에 만든다고 해 추젓이라고 한다”며 “10월이 지나면 새우가 차츰 줄어들다가, 동지만 닥쳤다 하면 갈 곳으로 가버린다. 겨울이 넘어가고 음력 2월부터 배들이 다시 슬슬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 잡히는 새우는 잘잘하고 눈만 있어서 젓 담그기에 썩 좋질 않다”고 했다.

이밖에 뎃데기젓은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면서 누런 보리새우(뎃대기)로 담근다. 잡젓이라고도 하는 자젓은 작은 새우를 크기별로 선별하지 않고 담은 젓갈을 말한다. 곤쟁이젓은 2~3월에 잡히는 보랏빛 어린 새우로 만든다.

“바다가 피폐해졌는지 새우가 안 잡힌다”고 말하는 장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모르겠어요. 해류가 변해버렸는가. 생산이 고갈되었어요. 게다가 타산이 안 맞아요. 기름 비싸지, 소금도 비싸지. 과거 5000~6000원 하던 소금 한 포대(30㎏)가 요즘 2만5000~3만원 해요. 새우젓 담가봐야 타산이 안 맞아요."

그래도 새우젓 사겠다고 임자도까지 찾아오는 이들이 있어서 위안이 된다. 중국산 새우젓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거나 섞어 파는 것에 속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오젓은 2.4㎏짜리 한 통에 2만원, 1.2㎏짜리는 1만원이다. 숙성이 덜 된 육젓은 아직 팔지 않는다. 오젓이나 육젓보다 품질이 좀 떨어지지만 김장용으로 쓰기에 충분한 새우젓은 3.8㎏에 1만원이다.

이밖에 멸치젓과 여러 생선을 섞고 삭혀서 액젓으로 만든 잡어액젓도 있다. 멸치젓은 3.8㎏에 2만원, 잡어액젓은 5㎏에 1만원을 받는다. 가격은 변동될 수 있다. 별도의 택배비를 부담하면 전국 어디건 부쳐주기도 한다. 전장포 새우젓 010-3191-3367, (061)275-3307. 바로 만든 것을 먹어도 상관 없지만 1년 이상 숙성시켜야 감칠맛이 더 깊다.

/6월16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 원본입니다.너무 한산해서 기분이 좀 짠했지만, 그 분위기도 나쁘진 않더군요. 구름에

2 Comments

  1. kleetraveler

    2011년 6월 20일 at 11:43 오후

    갑자기 새우 젓이 먹고 싶어 집니다.
    허나 이곳 미국에서는 맛있는 새우젓을 구할수가 없어서 사진만 보고 침만 삼킵니다.   

  2. 구름에

    2011년 6월 23일 at 12:03 오후

    미국에 없나요? 코리안타운 가면 많을 것 같은데, 아닌가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