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환영하는전통 춤 ‘아두무’를 추는 마사이족 청년들. ‘점핑 댄스(jumping dance)’로 알려졌지요. 참 높이 잘도 뛰어이다. 그런데 마을 입장료를내고 나서야 춤을 추기 시작하더군요. 그때부터 ‘아 여기는 실망스럽겠구나’란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았습니다. 사진=김성윤
물소 수십 마리가 사파리 차량 앞을 지나갔다. 윌손은 “저 물소떼에 수컷은 하나 뿐”이라며 “우리 케냐인들은 저 물소떼와 같은 결혼생활을 한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케냐에서는 아내를 몇 명이건 제한 없이 결혼할 수 있어요. 저 물소떼처럼요. 단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아내가 동의해야 하고, 돈이 많아야죠. 결혼할 때 신부집에 혼례비로 소를 줘야 해요. 대개 12마리를 줘요. 신부가 미인이면 두 배인 24마리를 줘요. 물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소 대신 그 가치에 해당하는 돈을 주지요."
아직도 결혼할 때 소를 준다고 하지만, 케냐는 세계 어디 못잖게 현대적인 사회이다. 마사이마라에서도 휴대전화가 서울 한복판인양 터진다. 마사이족은 케냐를 구성하는 50여 부족 중에서 전통을 가장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꼽힌다. 성인이 되려면 사자를 사냥해야 한다고 알려진 용맹한 부족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축을 잡아먹는 사자 등 포식동물을 죽일 뿐 사자사냥이 대단한 전통은 아니라고 한다. 윌손은 “마사이족은 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야생동물을 죽이면 죽인 만큼의 가축을 신이 빼앗아간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소·양·염소 등을 목축하며 살아온 마사이족은 마사이마라 주변에 여러 부락을 형성하며 살고있다. 그러나 이 부락들은 관광객들이 게임 드라이브와 함께 빠지지 않고 찾는 관광지로 변해 있는 듯했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관광객 1명당 2500케냐실링(약 3만원·1케냐실링(KES)=약 12원)을 내야했다. 물론 이 돈이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고는 하지만 입맛이 상쾌하진 않았다. 돈을 내고 나자 비로소 화려한 색상의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마사지족 청년들이 ‘아두무(adumu)’를 추기 시작했다. 이른바 ‘점핑 댄스(jumping dance)’라고도 알려진, 하늘 높이 껑충껑충 뛰며 손님을 환영하는 전통 춤이다. 흙과 소똥 등을 섞어 만든 오두막 20여 채가 둥그렇게 모여있고, 가운데 빈터에는 밤이면 소 등 가축을 지킨다. 오두막 주변에는 가시 돋힌 아카시아 나무 울타리를 둘렀다.
사진=케냐관광청
케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목걸이·팔찌·나무조각 따위 관광기념품을 둘러보고 나서 소떼가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이 마을 가이드 데이빗(David)은 “마사이족의 주식은 소 피와 젖, 고기”라며 “고기는 자주 먹지 못하지만 피와 우유를 섞어 매일 마신다”고 했다. 신기해하자 데이빗은 “소 피를 받아 우유와 섞어 마시는 걸 보고 싶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
돈을 주자 소를 잡기 위해 마사이족 청년 여럿이 달려드는데, 대단히 민첩하고 힘 센 소라서 그런지 10여 분이 지나도록 소를 붙들지 못했다. 겨우 소를 붙들자 청년 하나가 활을 들고왔다. 데이빗은 “화살을 쏴 소 목에 있는 동맥에 상처를 내 피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동맥을 제대로 찾지 못해 활을 다섯 번이나 불쌍한 소에게 쏴야 했다. 그 실력으로 어떻게 매일 피를 뽑아 마시는 지 궁금할 정도였다.
겨우 동맥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동맥에서 콸콸 솟구치는 피를 대야에 받더니 호롱박병에 우유와 함께 담아 흔들어 나눠 마시더니 “맛보겠느냐”며 건넸다. 비릿하면서 미지근하고 달큰한 그 혼합액체의 맛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전통이 관광상품으로 박제된 마사이 마을을 굳이 방문할 필요는 없겠구나, 야생동물이면 케냐 관광은 충분하겠다고 생각하며 마을을 나섰다.
소를 10여 분 만에 간신히 붙들어 목의 동맥에 활을 쐈지만 계속 실패하다가 겨우
동맥을 맞춰 피를 받아 우유와 섞어 마시는 모습입니다. 사자를 잡는다더니, 사자는
커녕도망다니는 소를붙들기도 힘들어하더군요. 소 피와 젖을 섞은 액체의 맛은…
뭐 오묘했습니다. 그리 권하고 싶은 음료는 아닙니다. 사진=김성윤
/케냐 여행 나머지 2부입니다. 7월14일자 주말매거진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