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과 알이 꽉 찬 가을 참게로 담근간장게장.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네요. /사진=유창우 기자
‘서리 내릴 무렵 참게는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가을 참게는 조선시대 임금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었다.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참게를 “게 중에서 맛이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살 많기로만 따지자면 참게는 꽃게나 대게에 미치지 못한다. 꽃게와 비교하면 가련해 보일 정도로 왜소하다. 그럼에도 게 중에서 으뜸으로 인정받는 것은 꽃게나 대게보다 식욕을 더 자극하는 풍미 때문이다. 이 풍미의 근원은 등딱지에 들어 있는 내장이다. 버터처럼 고소하면서 비릿한 듯 싱그럽다.
식욕 자극하는 등딱지 속 내장
참게는 민물게지만 고향은 바다이다. 봄철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와 민물에서 성장한 암컷과 수컷 참게는 가을이면 교미를 하고 알을 낳으러 바다로 돌아간다.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오르고 등딱지가 내장으로 가득 찬다.
참게 등딱지는 가로 약 7㎝, 세로 약 6㎝쯤 된다. 암수 모두 집게발이 털로 감싸여 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수컷은 다리에 털이 있다”고 했다. 관찰과 기록이 매우 정확하고 세밀한 그였지만, 참게만큼은 실수했다. 파주어촌계 박영숙 대표는 “참게 수컷이 훨씬 털이 많긴 하지만, 암컷도 집게발에 털이 있다”고 했다. 등딱지 한복판에 H자 모양 홈이 파여 있다. 등은 녹색을 띤 갈색이고 배는 희다. 삶거나 구우면 붉게 변한다. 단백질과 결합해 있던 아스타산틴이란 색소 성분이 열을 가하면 단백질에서 분리돼 드러나는 것이다.
참게는 야행성으로 밤에 활동한다. 달이 없는 그믐께 잡은 게가 가장 살이 많고 맛있고, 달 밝은 보름 앞뒤로는 먹지도 않고 강바닥에 웅크리고 활동하지 않아서 가장 여위고 맛이 없다.
산란철을 앞두고 살이 오르고 내장과 알로 가득 찬 가을 참게. 이 사진은 잡은 게를 임진강에서 연출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게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강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거든요./사진=유창우 기자
선비들이 참게 그림을 아낀 까닭
과거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이나 개울에서 참게를 볼 수 있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해(蟹), 즉 참게가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1개 고을의 토산물이라고 기록했다. 이 중 임진강이 참게가 많고 맛나기로 특히 이름났다. ‘파주게’ 또는 ‘임진강게’라고 따로 부르기도 했다.
조상들은 ‘게살’을 이용해 참게를 잡았다. 참게가 하류로 이동하는 여울목에 대나무로 만든 게살을 설치하고 참게를 얕은 수로로 유인해 잡는 것이다.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들은 게가 갈대를 움켜쥔 그림을 유독 좋아했다. 맛 때문은 아니었다. 갈대는 한자로 ‘로(蘆)’. 중국어 발음이 ‘려(臚)’와 비슷하다. 려는 임금이 과거급제자에게 주는 고기를 말한다. 게는 딱딱한 갑옷을 입고 있으니 ‘갑(甲)’, 즉 1등 ‘장원급제’를 상징했다. 그래서 게가 갈대를 잡은 그림은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움켜쥐다’를 의미했다. 선비들에게 인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국과 한국 옛 그림에 이런 식으로 게가 갈대를 쥔 그림이 있습니다.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그림이지요. 이러한 그림을 연출해 보았습니다. 실제로는 참게가 갈대에 매달려 있지않지요. /사진=유창우 기자
게장 담가야 맛 극대화
참게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매운탕을 끓일 때 작은 참게 한 놈만 넣어도 국물맛이 급격히 달고 구수하고 깊어진다. 과거에는 참게를 통째로 쪄 먹거나, 불에 구워서 먹기도 했다. 하지만 대게나 꽃게와 비교하면 살이 별로 없으니, 요즘처럼 비싸고 귀해진 참게를 굳이 그렇게 요리해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참게매운탕. 자그마한 놈 두 마리 넣었을 뿐인데, 어찌 그리달고 구수해지는지요. /사진=유창우 기자
참게의 핵심은 등딱지에 든 내장이고, 이 내장 특유의 맛을 극대화되는 건 게장을 담갔을 때이다. 장독에 찬물을 붓고 참게를 하룻밤 넣어두면 몸속 이물질을 토해낸다. 물을 따라낸 뒤 끓였다가 식힌 간장을 참게에 붓는다. 이틀이나 사흘쯤 뒀다가 간장을 따라내 다시 끓였다가 식혀 붓는다. 이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하면 참게에 간장이 고루 배면서 맞춤하게 익는다. 등딱지를 열어보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내장이 들어있다. 짜고 비릿하고 고소하고 달큰하다. 따끈한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참게장이야말로 ‘원조 밥도둑’이란 말에 절로 수긍하게 된다.
참게의 대표 격인 임진강 참게는 9월 초부터 11월 하순까지 잡는다. 파주어촌계 박영숙 대표는 “10월 중순이면 등딱지에 내장이 90%쯤 차고, 10월 말쯤 꽉 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참게 어획량은 하루 100㎏ 정도로 평년 수준”이라면서 “1㎏당 3만~3만5000원쯤 한다”고 했다. 참게 한 마리가 100쯤 하니까, 1㎏이면 10마리쯤 된다. 박 대표는 “임진강에서 잡히는참게는 파주 안에서 거의 전량 소비된다”면서 “파주 이외 지역에서 파주임진강 참게라고 파는 건 대개 가짜”라고 했다. 파주어촌계에 문의하면 진짜 임진강 참게를 내는 식당을 안내해준다. 전화로 구매하고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문의 파주어촌계 (031)958-8006~7
/10월19일자 신문에 쓴 기사입니다. 요즘 참게가 맛의 정점에 올랐습니다. 내장과 알이 등딱지 속에 그야말로 터질 듯 가득합니다. 먹기 번거로워 게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만, 그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참게 장과 알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