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로만 알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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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1일 출시된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사진=허재성 기자

한약 재료로만 알던 오미자(五味子)가 스파클링와인(sparkling wine)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스파클링와인이란 발효 과정에서 이스트를 넣어 당분을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리시켜 기포를 낸 와인.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하는 샴페인(Champagne)이 대표적인 스파클링와인이다.

오미자 스파클링와인을 만들어낸 사람은 이종기 JL크래프트와인(JL Craft Wine) 대표. 1980년 동양맥주에 입사, 1982년 동양맥주와 캐나다 주류업체 시그램이 합작해 만든 오비시그램에서 국내 최초로 위스키 원액을 생산했으며 지금은 한경대에서 양조학을 가르치고 있는 양조전문가다.

이 소장이 오미자 스파클링와인을 만들게 된 계기는 1990년 스코틀랜드 헤리옷와트대학원에서 양조학을 공부할 때였다. “어느날 세계 각국에서 온 동급생들과 파티를 열었어요. 주임교수 제안으로 자기 나라 대표 술을 가져와 시음했죠. 저는 인삼주를 가져갔지요. 주임교수가 다른나라 술은 다 칭찬하더니, 제 인삼주에 대해서는 ‘이 술은 인공감미료 맛이 지배적인 것 같군’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더군요. 인삼주를 담근 소주에 인공조미료가 들어가잖아요. 다들 웃으며 넘어갔지만, 저는 자존심이 상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명주(名酒)를 만들어야겟다고 결심했지요.”

이날 파티에서 이종기씨는 스파클링와인에 대해서도 알게됐다. 프랑스 동급생이 샴페인 그것도 분홍빛이 나는 로제(rose) 샴페인을 가져왔던 것. “진짜 환상적이었죠. 맛 색 향 모두 너무 좋았어요. 이런 술을 한국에서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개인연구소를 만들었다. 술 담그는 방식은 첨단으로 하되 재료는 토종으로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구할 수 있는 모든 재료로 술을 담가봤다. “구기자, 산수유, 사과, 복분자, 포도, 머루, 다래. 한국에서 나는 재료로는 다 해봤을겁니다.”

그러다 2006년 경북 문경에 있는 오미자농장을 방문했다. 이거다 싶었다. 명주가 되려면 맛·향·색 등 관능적 매력이 뛰어나야하는데, 오미자가 최적의 재료라고 확신했다. 일단 알코올의 원료가 되는 당도가 높았다. “복분자가 단 것 같아도 당도가 실제론 7~8%밖에 되지 않아요. 오미자는 당도가 10~15%로 훨씬 높지요. 또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라면 한국 재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오미자는 한반도가 원산지입니다. 우리 민족과 수천 년 같이 살아온 것이죠.” 게다가 동양에선 음식의 맛이 신맛·단맛·쓴맛·매운맛·짠맛 다섯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모든 맛을 빼놓지 않고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도 오미자는 매력적인 재료였다.

과거 한국에도 소위 ‘복숭아 샴페인’이라 부르던 술이 있었다. 인공조미료로 맛을 내고 탄산가스를 인위적으로 집어넣은, 국제적으로는 스파클링와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술이었다. 당연히 명주라고 부를 수 없는 술이었다. 이종기씨가 만든 오미자 스파클링와인은 철저하게 정통 샹파뉴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다. 오미자를 수확해 짠 즙으로 스텐레스 탱크에서 12개월 발효시켜 와인이 되게 한다. 이 와인을 효모와 설탕, 효모 먹이와 함께 병에 담아 다시 12개월 발효시켜 자연스럽게 기포가 생기도록 한다. 발효가 끝나면 병 입구가 아래로 가도록 비스듬하게 기울여 효모 등 남은 찌꺼기가 병목에 모이도록 한 뒤 뚜껑을 열어 제거한다. 남은 술을 시판용 병에 담고 코르크마개로 밀봉하면 스파클링와인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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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로제’를 개발한 이종기 교수. 사진=허재성 기자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제조법으로 특허를 받았지만 실제 생산은 쉽지 않았다. 32년 동안 술을 다루고 가르쳤지만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막힐 때마다 유럽으로 배우러 갔다. 샹파뉴 지방만 7번을 방문했다. 오미자의 신맛과 쓴맛,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방부효과도 있어서 발효가 쉬 일어나지 않았다. 2007년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생산에 처음 성공했고, 2008년부터 일반 판매가 가능한 품질이 나왔다. ‘오미로제(OmyRose)’라고 이름 붙였다.

오미로제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신라·그랜드하얏트·리츠칼튼 등 서울의 특1급호텔에서 총주방장을 역임했고 현재 통인동에서 자신의 레스토랑 ‘가스트로 통’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 롤란드 히니(Hinni)씨는 오미로제를 맛보고 “붉은 장밋빛깔과 과일·바닐라향이 매혹적이며, 잔잔한 신맛과 쓴맛이 입안에 침이 돌게하는 여운을 남긴다”면서 “고기·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와인 칼럼니스트 김혁씨는 “오미로제를 마셔보니 ‘어떻게 버블에서 오미자 향이 날까’ 놀라웠다”면서 “프랑스 최고급 와인들은 포도와 생산지역의 개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항상 강조하는데, 오미로제는 오미자의 맛을 버블을 통해서 우리 입에서 그대로 느끼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최고급 와인과 공통점 있다”고 말했다.

2008년산 오미로제가 다음달 11일 서울 신사동 ‘와인타임’에서 공식적으로 첫 선 보인다. 소매가 1병 10만원. 한국술은 물론 서양 고급 술과 비교해도 싸지 않다. 이 소장은 “친환경·유기농 오미자만 사용하고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사용하는 병에 담고 3년이나 숙성시키다 보니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외국인을 대접하는 자리에서도 체면 세울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우리 농민들에게 고부가가치 농산물 재배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한국술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습니다. 음식이건 술이건 무엇이건 원재료 자체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내야 고급일텐데, 술 원재료인 쌀이나 누룩 따위보다 몸에 좋다는 것들을 부가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새로운 술 개발의 대부분 방향이었지요. 이종기 교수님은 오미자 그 자체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고, 샹파뉴 방식이라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기포를 넣어 부가가치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맛이나 색이나 향 모두 훌륭합니다. 그리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신문에는 나가지 못해 아쉽습니다. 여기서나마 아쉬움 달래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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