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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간장 된장 고추장, 왜 여태 알리지 않았나”-싱가포르에서 열린 한국 장류 소개행사 - 김성윤의 맛
“간장 된장 고추장, 왜 여태 알리지 않았나”-싱가포르에서 열린 한국 장류 소개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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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콘래드 센테니얼 호텔에서 열린‘장—한식의 본질’행사에서 외국 요리사들이 서울‘콩두’레스토랑 이환의 요리사의 설명을 들으며 간장·된장·고추장 등 우리나라 전통 장으로 만든 한식을 맛보는 장면입니다. /사진=김성윤

“김치나 비빔밥, 불고기는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醬)입니다.”

14일 오후 4시(현지 시각) 싱가포르 고급 호텔 ‘콘래드 센테니얼’의 오스카스(Oscar’s) 레스토랑. 평소라면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으로 한가했을 이 식당에 요리사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울 모던 한식당 ‘콩두’ 이환의 요리사가 선보이는 한식을 눈이 빠져라 관찰했다.

이 호텔에서는 12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장(醬)-한식의 본질(Jang-the Essence of Korean Taste)’ 제목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호텔 부총지배인 청하이포(張泰寶·46)씨는 “한류가 유행하면서 한식당도 많이 생기고 한식 소개 행사도 많았지만, 한식의 기본인 장류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해외에서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류만을 주제로 한식 행사가 열린 건 드문 일이다.

이날 요리사 대상 한식 요리 수업은 12·13일 싱가포르 현지 언론과 요리사, 음식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시식 오찬에 이어지는 행사였다. 주최 측은 이날 해외에서 흔히 통용되는 소이소스(soy sauce)나 소이빈페이스트(soybean paste)라는 말을 쓰지 않고 ‘간장’ ‘된장’이라는 우리말을 그대로 사용했다. ‘콩두’ 한윤주 사장은 “일본·중국의 장과 한국의 간장·된장을 구별하고 차별화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고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요리사들에게 간장과 된장, 고추장의 제조 방법과 쓰임새 등을 설명한 뒤 각 장별로 전통 방식대로 조리한 것, 분자 요리 기법 등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을 각각 세 세트 함께 내놓고 비교하며 맛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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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 진공 상태에서 익혀 백김치와 된장으로 만든 소스를 입힌 삼겹살(왼쪽 위)과 쌈장을 곁들여 채소에 얹은 삼겹살 구이(왼쪽 아래). 분자 요리 기법으로 만든‘간장 캐비아’를 얹은‘모던 육회’(가운데 위)와 간장·설탕 ·참기름 등에 버무린 전통 육회(가운데 아래). 고추장 크림소스 파스타(오른쪽 위)와 고추장을 올린 전통 비빔밥(오른쪽 아래). /사진=김성윤

먼저 간장·설탕·참기름 등으로 버무린 전통 방식 쇠고기 육회와,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쇠고기에 분자 요리 기법으로 구(球) 형태로 만든 ‘간장 캐비아(caviar)’를 얹은 ‘모던 육회’가 함께 선보였다. 이어 한국인들이 평소 먹는 대로 쌈장을 곁들여 채소에 얹은 삼겹살과 진공 포장해 36시간 동안 저온 숙성한 삼겹살에 백김치와 된장을 섞어 만든 소스로 버무린 돼지고기 요리가 함께 서빙됐다. 마지막으로 고추장을 넣은 전통 비빔밥과 고추장과 크림을 섞은 소스의 파스타 요리를 냈다.

싱가포르 요리사들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알았어도 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싱가포르 최고급 풀러튼 호텔(Fullerton Hotel) 딤섬 전문 요리사 로가포(羅家寶)씨는 “한국과 중국이 가까우면서도 이렇게 음식 맛이 다를 줄 몰랐다”고 했다. 로씨는 “고추장크림 소스 파스타가 특히 맛있다”면서 “새로운 딤섬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데, 고추장을 활용해 딤섬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요리사 앤 샌디에고(San Diego)씨는 “불고기, 김치, 갈비는 알았지만 장은 몰랐다”면서 “오늘 알게 된 한국 장류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콘래드 호텔 총주방장 볼프강 레너(Renner)씨는 “아시아에서 16년을 살았고 한식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장류가 이렇게 맛있고 건강에 좋은 줄 미처 몰랐다”면서 “왜 여태 된장·간장·고추장을 알리지 않았느냐. 한국의 장은 아시아 최고의 숨겨진 비밀(best kept secret)”이라고 격찬했다. 싱가포르 경제지 ‘더 비즈니스 타임스’ 음식·여행 담당 기자 제프리 유(Yu)씨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단순 요리에서 한식의 근간이라 할 장류로 심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콘래드 호텔 부총주방장 윌리엄 림(Lim)씨는 “장을 알게 된 걸 계기로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해외 요리사들의 장류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렸던 ‘서울 고메(Seoul Gourmet)’ 행사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스트랑스(L’Astrance)’ 총주방장 파스칼 바르보는 서울 근교 사찰을 찾아 간장·고추장 등 장류와 장류에 숙성시킨 장아찌 만드는 법을 배운 뒤 “오랫동안 천천히 숙성시킨 한국 장류처럼 맛이 깊고 풍부한 재료는 찾기 어렵다”고 감탄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국의 장류 소개 행사 기사가 4월 16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리게 됐습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단순한 음식에서 장류라는 한식의 기본으로 한식 세계화가 진화, 심화하는 듯합니다. 뿌듯합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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