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윌리엄-캐서린 결혼만찬 맡은 요리사 앤톤 모시먼

약 1년 전인 지난해 4월 29일 영국 왕세손 부부 윌리엄과 캐서린의 결혼식이 거행됐다. 이 ‘세기의 결혼식’에서 캐서린이 입은 웨딩드레스 다음으로 큰 관심은 버킹엄궁에서 열린 결혼 만찬이었다. 이 만찬을 맡은 요리사는 런던에 있는 ‘모시먼스’(Mosimann’s)의 주인 겸 총주방장 앤톤 모시먼(Anton Mosimann·65)씨다. 모시먼스는 가입비 2500파운드(약 460만원), 연회비 600파운드(약 110만원)에 식사비는 별도인 고급 회원제 레스토랑.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모시먼씨를 지난 1일 대전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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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톤 모시먼씨는 일년 365일 매일 다른 나비넥타이를 착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 식당에서 처음 일할 때 어머니가 나비넥타이를 매준 이후로 계속 매고 있다”며 웃었다. /사진=신현종 기자

어떻게 ‘세기의 결혼 만찬’을 맡게 됐나.
“혼주(婚主)인 찰스 왕세자가 나를 선택했다. 찰스 왕세자도 그렇지만, 윌리엄 왕세손도 어릴 때 어머니 다이애나빈의 손을 붙들고 우리 식당을 드나든 오랜 단골이다. 왕실 전체가 단골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50주년 축하연,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70·80세 생일 연찬, 찰스 왕세자 50세 생일 식사도 맡았다.”

만찬 메뉴는 어떻게 정했나.
“혼주와 결혼하는 커플의 식성과 취향, 좋아하는 음식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결혼 몇 달 전 메뉴를 짜서 제안했다. 찰스 왕세자가 관심 많은 유기농 식재료를 대부분 사용했고, 여왕의 별궁(別宮)이 있는 스코틀랜드 하이그로브(Highgrove) 지역 양고기를 메인요리에 사용했다. 결혼 한 달 전 캐서린이 레스토랑에 찾아와 시식하는 등 여러 차례 조율을 거쳐 메뉴가 확정됐다. 다른 연회보다 특별히 더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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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캐서린 결혼 만찬 메뉴-전채

웨일스산(産) 게요리와 미니 게살무스, 가재, 새우

Dressed Crab from Wales with Mini Crab Mousse Timbale, Crayfish and Prawn

/사진 출처=인터넷 블로그 스크럼프딜리셔스(scrumpdillyicious)


‘버킹엄궁 요리사들이 만찬을 외부 요리사에게 빼앗겨 화났다’ ‘왕실 수석요리사와 모시먼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는 루머가 있다.

“낭설이다. 왕실 수석요리사와는 친한 친구 사이다. 그는 여왕이 주관한 결혼 오찬을, 나는 만찬을 사이좋게 나눠 맡은 셈이다. 만찬 전 그와 웃으며 악수까지 했다.”

만찬 뒤 여왕이 감사의 표시로 ‘대런던 부대리인’(deputy lieutenant of Greater London)이란 직함을 수여했다고 보도됐다.
“명예직이고 당연히 큰 영광이다. 병원 개원 등 왕실에서 주관하는 자선행사에 참석하는 등의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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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캐서린 결혼 만찬 메뉴-메인요리

세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메이성(여왕의 스코틀랜드 별궁(別宮))산 양고기요리

Lamb Fillet from Castle of Mey Done in Three Ways
/사진 출처=인터넷 블로그 스크럼프딜리셔스(scrumpdillyicious)

몇 해 전에는 대영제국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OBE)을 받았고, 찰스 왕세자로부터 왕실조달허가증(Royal Warrant)을 받기도 했다.
“OBE는 영국 외식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은 것이다. 왕실조달허가증은 왕실에 특정 서비스를 5년 이상 끓기지 않고 제공하는 장인이나 기업이 획득 자격을 얻는다. 케이터링 분야에서 왕실조달허가증을 받은 곳은 나와 리츠(Ritz) 호텔 두 곳 뿐이다.”

영국 왕실뿐 아니라 유명인사 단골이 무수히 많다. 어떻게 관리하나. 특별 대접을 해주나.
“역대 영국 총리들과 미국 대통령,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요르단 라니아 왕비, 축구스타 펠레 등이 단골이다. 지난 주에는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존 메이저 전 영국총리가 우리 식당에서 식사했다. 10 다우닝 스트리트(총리관저)에서 열리는 국빈만찬도 수차례 담당했다. 유명한 단골이 워낙 많아 누구를 특별 대접할 수 없다. 오랜 세월 겪어보니, 유명할수록 덜 까다로운 것 같다. 특별한 대접보다는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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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캐서린 결혼 만찬 메뉴-디저트

초콜릿 트라이플과 초콜릿 퐁당, 브랜드와 설탕으로 만든 바삭한 바구니에 담긴 아이스크림

Chocolate Trifle with Chocolate Fondant and Homemade Ice Cream in Brandy Snap Basket

/사진 출처=인터넷 블로그 스크럼프딜리셔스(scrumpdillyicious)

결혼 만찬에서 서빙된 와인:뫼르소(Meursault) 화이트와인,포므롤(Pomerol) 레드와인

결혼 만찬 메뉴 및 음식에 대하여: 인터넷에는 영국 윌리엄·캐서린 왕세손 부부 결혼 만찬에서 서빙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메뉴와 음식 사진이 무수히 돌고 있습니다. 앤톤 모시먼씨는 “메뉴나 만찬 사진은 외부 공개나 공식 확인이 금지됐다”면서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은 메뉴와 음식 사진을 보여주자“그날 만찬에서 낸 음식과 거의 같다”면서 ‘인정’해줬습니다. 메뉴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에서 찾은 것들을 모았고, 음식 사진은블로그 스크럼프딜리셔스(scrumpdillyicious)에서 얻은 것입니다. /구름에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연회가 있나.
“미국에서 개인 파티를 맡았던 적이 있다. 나중에 보니 손님 중 셋이 전직 대통령이었다. 한 분이 지미 카터였다. 식사가 끝난 후 카터 전 대통령이 ‘브레드 & 버터 푸딩이 진짜 맛있는데 싸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흔쾌히 비닐봉지에 담아드렸다.”

일본에서 1년 일하기도 했고, 매년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데.
“내 요리 창작 영감의 원천이다. 일본에서 일하며 맛본 요리와 요리법에서 나의 요리철학인 ‘퀴진 나추렐(Cuisine Naturelle·자연스런 요리)’을 고안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버터와 크림을 듬뿍 사용하는 과거 서양요리에서 벗어나, 생(生)으로 먹거나 찌는 등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추구한다.”

당신의 요리철학은.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추구한다. 버터와 크림, 소스가 재료 자체의 맛을 덮어버려서는 안 된다. ‘닭고기는 닭고기 맛이, 생선은 생선 맛이 나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유기농 재료를 최대한 사용하기도 한다.”

25살 때 런던 최고급 호텔 도체스터의 총주방장을 맡았고, 호텔 레스토랑으로서는 프랑스 바깥에서는 처음으로 미슐랭 별 2개를 받았다. 성공 비결은.
“단순한 요리사(cook)와 위대한 주방장(chef)의 차이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주방 요리사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의욕을 고취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부모님으로부터 위대한 주방장이 될 자질을 물려받았고 스스로 잘 계발한 것 같다.”

한국음식을 맛본 적 있나.
“일본에서 일할 때 그리고 런던에 있는 한식당에서 맛봤다. 불고기, 갈비, 김치가 맛있었다. 일본음식처럼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건강한 요리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데, 가능한 한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 어떤 음식을 맛보게 될 지 기대된다.”

/5월4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의 원본입니다. 엄청 유명하고 돈 많이 벌고 성공한 요리사인데, 의외로 소탈하고 편했습니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했고, 그래서 멋지더군요. 구름에

3 Comments

  1. 딱따구리

    2012년 5월 4일 at 4:43 오후

    저 위 전채요리가..
    게살을 다 발라서..
    그리고 새우는 꼬리까지 싹 껍질 없이..
    바삭한 바구니의 아이스크림..저 바구니가 맛있을텐데..
    귀족들이 바삭바삭 드셨을런지가 궁금하네요..   

  2. 구름에

    2012년 5월 7일 at 9:46 오전

    참석자 하나가 "exquisitely delicious"라고 감탄했다는군요.^   

  3. Lisa♡

    2012년 5월 14일 at 10:17 오후

    맛있어 보여요.

    요리사나 요리가 기품있어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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