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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다 데쓰야-영어 배우러 식당에서 일하다가 세계최고 요리사된 운좋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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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최고 레스토랑 ‘데쓰야’ 오너셰프 와쿠다 데쓰야가 오는 11월 ‘서울고메 2012’ 기간 자신의 요리를 선보일 W호텔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사진은 이신영 기자가 찍었습니다.

와쿠다 데쓰야(和久田哲也·53)만큼 운이 좋은 요리사도 드물 것이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그의 식당 ‘데쓰야(Tetsuya’s)’는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의해 2008년 호주 최고의 식당을 뜻하는 ‘올해의 레스토랑’으로 2008년 선정됐다. 영국 외식전문지 레스토랑이 전세계 음식전문가들에게 설문해 선정하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에선 2005·2006·2007년 연속으로 톱5 안에 들어갔다.

호주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요리사로 꼽히는 와쿠다. 하지만 그는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면서 “요리사가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말한다. 오는 10월 30일~11월 3일 열리는 ‘서울고메 2012’ 행사 참가를 앞두고 한국 식재료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방한한 와쿠다를 최근 만나 그의 요리와 인생에 대해 들었다.

와쿠다는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외국에 나가 살고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호주를 소개하는 TV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시청했다. 호주의 광활한 자연에 반했다. 23살이 되던 1982년 호주로 무작정 떠났다. “호주에 대해 아는 건 캥거루와 코알라가 많다는 정도? 1년 정도 지내면서 영어나 배울 생각이었어요.”

시드니에서 세들어 살던 집주인에게 “영어학원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집주인은 “차에 타라”더니 대뜸 한 식당으로 그를 데려갔다. “집주인은 ‘뭣하러 돈 내고 영어를 배워? 식당에서 일하면 말해야 하니 영어는 당연히 늘고, 끼니 해결하고, 돈도 벌 수 있는데’라더군요. 일본사람은 보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영어하면서 일만 하니 정말 영어가 쑥쑥 늘더라구요.”

영어와 함께 요리실력도 쑥쑥 늘었다. 그때까지 “요리는커녕 집에서 라면도 끓여본 적이 없었다”는 와쿠다는 자신이 요리에 꽤 실력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식당 주인 겸 주방장 대니 화이트에게 프랑스요리의 기본기를 배웠다. 1년 뒤 스시 요리사를 찾던 ‘킨슬라(Kinsela’s)’로 옮긴다. “그 식당에서 초밥 만들 요리사를 찾고 있었어요. 물론 초밥도 만들어본 적 없었죠. 하지만 먹어본 게 있으니 아무래도 호주사람보단 맛이 나았겠죠.”

와쿠다는 1989년 독립해 데쓰야를 열었다.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바뀐다. 그는 “내 요리가 재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늘 가장 좋은 재료가 무엇인지 먼저 봅니다. 요리법은 그 재료를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게 손님이 즐기도록 할까에 따라 변하지요.”

Confit of Petuna ocean trout w konbu, daikon + fennel.jpg

데쓰야의 시그니처 디시 ‘바다송어 콩피’.섭씨 60도 올리브오일에 오랫동안 천천히 익히면 생선토막 전체가 미디엄레어 정도로 익습니다.위에 까만 건 다진 다시마입니다.

와쿠다의 대표 요리인 ‘바다송어 콩피(Confit of Ocean Trout)’도 그렇게 탄생했다. “생선 스테이크를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그냥 구우면 바깥쪽은 너무 익어 퍽퍽하지만 중심부는 맛있잖아요. 따뜻하지만 약간 덜 익은 듯 촉촉하고 부드러운. ‘어떻게 하면 생선토막 전체가 가운데 같은 맛을 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생선을 섭씨 60도로 가열한 올리브오일에 넣고 천천히 오랫동안 익히면 생선살이 전부가 중심부처럼 되더라구요. 정확한 요리 온도와 시간을 찾기 위해서 수백 수천 번 실험했지요.”

이렇게 익힌 바다송어에 곱게 다진 다시마를 얹어 낸다. 이런 와쿠다의 요리를 서양 언론들은 “프랑스의 요리테크닉과 일본의 맛이 조화된 창의적인 퓨전요리”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무슨 요리라고 해도 상관 없어요. 손님이 기쁘게 즐기기만 한다면요.” 그는 “요리보다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음식이 평범해도 웨이터 등의 서비스가 훌륭하면 손님은 다시 그 식당을 찾습니다. 하지만 음식이 훌륭해도 서비스가 형편없으면 다시 오지 않지요.”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와쿠다는 노량진수산시장과 가락시장, 하나로마트, SSG마켓 등 전통시장부터 대형마트까지 두루 섭렵했다. 그는 “오징어, 문어, 각종 생선이 살아 꿈틀대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호주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죠. 서울 고메 2012 행사 기간 제가 준비할 만찬에 (한국 수산물을) 어떤 형태로건 사용될 겁니다. 아, 제가 사랑하는 고추장도 활용할 계획이고요.”

와쿠다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한식을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식의 매력이요? 맛있잖아요. 평범하고 소박한 서민음식을 좋아해요. 특히 양·대창을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대창 잘 하는 집에는 꼭 가볼 계획입니다. 아쉽다면 한국에서 음식을 먹어보면 양념이 너무 강하다는 거예요. 원재료의 맛을 가리거든요.”

그는 “한식이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외국에 알려졌다”고 말했다. “한식이 더 보편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사랑 받으려면 외국 요리사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 재료, 요리기법을 조금씩 사용하면서 외국인들이 한식에 차츰 익숙해지도록 하는 거지요.”

/10월3일자 조선일보 문화면에 실린 인터뷰 기사의 원본입니다. 항상 상황을 즐기고, 긍정하는 자세가 성공의 비결인가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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