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라멘의 대세는 ‘면 따로 국물 따로’- 한일 남녀 일본 맛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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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 도쿄 유기농 뷔페식당 ‘홈’에서 점심식사에 앞서 한국의 이승원(왼쪽) 김민정(오른쪽 두번째)씨와 일본의 기무라 아리사(왼쪽 두번째) 고바야시 다스쿠(오른쪽)씨가 포즈를 취했다.말과 문화는 달라도 음식을 즐기는 마음은 같았다. /사진=이신영 기자

“반갑…슴니다?”(고바야시 다스쿠) “퍼펙트(perfect)! 발음 좋은데요.”(김민정) “서울에 매달 가요. 매운 한국음식을 좋아해서요. 한국친구도 많고요.”(기무라 아리사)
도쿄에서 만난 한국의 김민정(30)·이승원(28)씨와 일본의 기무라 아리사(木村亞梨沙·26)·고바야시 다스쿠(小林祐久·26)는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게 금방 친해졌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직장인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는 공통분모가 이들을 손쉽게 허물없는 사이로 만든 듯했다. 기무라·고바야시씨에게 도쿄와 주변 맛집을 안내받았다.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한국과 일본의 음식과 문화를 서로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라멘의 진화된 맛 ‘쓰케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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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씨는 “요즘 도쿄에선 쓰케멘이 인기”라며 서둘러 도쿄역(東京驛) 지하로 안내했다. ‘도쿄역일번가(東京驛一番街·First Avenue Tokyo Station)’라는 쇼핑·식당가 내 ‘도쿄 라멘 스트리트(Tokyo Rame Street)’는 간토(關東)지역의 라멘점 8곳이 모여있다. 모두 유명한 곳들이지만, 쓰케멘(付け麺 또는 つけめん)을 전문으로 하는 ‘로쿠린샤(六厘舍)’가 유난히 대기줄이 길었다. “쓰케멘으로 일본에서 최고로 꼽히는 집이거든요.”(고바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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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케멘은 본래 장국에 면을 찍어 먹는 중국음식이나, 일본에선 새로운 형태의 라멘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30분쯤 기다려 자리에 앉았다. 오리지널 ‘쓰케멘’(850엔)과 삶은달걀·다진 차슈(중국식 돼지고기요리)를 얹은 ‘특제쓰케멘’(1050엔)을 반씩 주문했다.

라멘 국수 특유의 간수 냄새가 나지만 우동처럼 굵은 면이 커다란 사발 가득, 그리고 그 옆에 진한 국물이 조금 작은 사발에 담겨 나왔다. 국수를 국물에 담갔다가 일본사람들처럼 후루룩 호쾌하게 소리내며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걸쭉한 국물은 라멘 국물을 농축시켜 놓은 듯한 맛이다. 얼마나 진한지 면발을 움켜쥐듯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국수가 300g 이나 된다는데,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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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씨가 “육수를 부어달라”고 하자, 종업원이 국물에 맑은 육수를 부어 도로 가져왔다. “츠케멘은 남은 국물에 맑은 육수를 부어 희석시킨 다음 다 마셔야 제대로 먹었다고 해요.”

도쿄역일번가에는 캐릭터상품점을 모은 ‘도쿄 캐릭터 랜드’와 과자·사탕점들을 모은 ‘도쿄 오카시 랜드’가 함께 있다. 라멘도 먹고 기념품 쇼핑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로쿠린샤: 080-3121-9025, www.tokyoeki-1bangai.co.jp/ramenstreet

‘군만두의 도시’ 우쓰노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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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신칸센을 타고 우쓰노미야(宇都宮)로 갔다. “일본에서 1인당 야키교자(군만두) 소비량이 가장 많은 도시예요. 기차역에 군만두 조각상도 세워져 있어요.”(기무라)
50분쯤 지나 우쓰노미야에 도착했다. 군만두상(像)은 기대보단 작았지만, 그래도 높이가 어른 만했다. 만두피가 비너스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데, 미안하지만 군만두 많이 먹어 배부른 여성처럼 보였다. 우쓰노미야가 있는 도치기현(檜木縣)에서 나는 오야이시(大谷石)로 만들었다고 한다. 도쿄 제국호텔을 지을 때도 사용됐다는 석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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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문 열어 올해 55주년을 맞는다는 ‘우쓰노미야 민민(宇都宮みんみん)’으로 갔다. 우쓰노미야에서 가장 오래된 군만두전문점이다. 일본에서 상호는 대개 한자 또는 가타카나로 표기하는데, 이 집은 특이하게 히라카나를 사용한다. 우츠노미야 민민 홍보담당 이토 타로(伊藤太朗)씨는 “민민은 본래 ‘珉珉’으로, ‘서민의 보물’이란 뜻”이라고 했다. “뜻도 좋고 발음하기도 쉬워선지 일본 전역에 민민이란 이름의 군만두점, 중식당이 많아요. 차별화를 위해서 히라카나로 쓰고 앞에다 우쓰노미야를 붙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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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씨에 따르면 우쓰노미야에는 군만두 전문점만 30곳이 있고, 군만두를 파는 중국음식점과 라멘점까지 합치면 80곳이 넘는다고 한다. 왜 이 도시는 군만두를 유난히 사랑하게 됐을까? “다른 집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식당 창업자가 일제시대 중국 베이징에서 철도건설 일을 했어요. 그때 창업자의 아내가 중국사람들에게 만두를 배웠지요. 일본에 돌아와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아내가 군만두를 가게 앞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인기를 얻으면서 아예 군만두집을 냈지요.”

이 집의 창업 이야기는 우쓰노미야의 다른 군만두집들의 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기차역에서 얻은 가이드북에 따르면, 이 도시에 군만두집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군부대 때문이라고 한다. 일제시대 중국 동북부 주둔했던 육군부대가 한때 우쓰노미야에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만두 맛을 알게 된 군인들이 만두를 찾았고, 도시 전체에 군만두 사랑이 기름 냄새처럼 퍼져나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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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 맛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쓰노미야 민민은 돼지고기와 함께 배추 등 채소 함량이 높은 편이라 담백하다. 마늘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넣어 풍미를 살린다. 기무라씨는 “도쿄 등 일본 다른 지역에선 대개 군만두가 돼지고기뿐인데, 여기는 채소가 많아 특이하다”고 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만두를 가지런히 놓고 굽다가 노릇하게 익으면 물을 조금 붓고 뚜껑을 덮는다. 잠시 뒤 뚜껑을 열면 아랫면은 바삭하고 나머지는 촉촉하게 쪄진 군만두가 완성된다. 이게 제대로 구운 군만두다. 한국도 과거에는 이렇게 군만두를 구웠지만, 성미가 급해서인지 요즘은 만두를 기름솥에 던져 넣고 튀겨 내고 있다. 우리가 먹는 군만두는 정확하게는 군만두가 아니라 튀김만두인 셈이다.


우쓰노미야 민민에선 군만두, 튀김만두, 물만두를 판다. 모두 6개 1접시 240엔. 군만두에 최적화된 탓인지 튀기거나 삶았을 때 만두피가 설익은 맛이 나거나 집으면 반으로 부러진다.
240엔짜리 군만두 한 접시 먹자고 비싼 신칸센 타고 우쓰노미야까지 가기엔 돈이 아깝다. 우쓰노미야엔 오야이시 석재로 만든 아름다운 교회 둘을 포함 볼거리가 꽤 있으니 꼭 보고 오자.
우쓰노미야 민민: 090-4246-0246, 宇都宮市 馬場通り4-2-3, www.minmin.co.jp

전국 라멘 명가들이 모였다 ‘시나타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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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씨는 “여러 라멘을 맛보고 싶은 데 갈 시간이 없다면 ‘시나타쓰(品達)’도 괜찮다”고 했다. 시나가와역(品川驛)으로 이어지는 철로 아래 라멘집 8곳이 모여있다. 시나가와(品川)와 ‘라멘의 달인(達人)’에서 한 글자씩 따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시나타츠를 기획·개발한 게이큐(京急)개발주식회사측은 “라멘의 종류가 겹치지 않게, 그리고 유명하지만 분점이 너무 많아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라멘집이 아닌 여덟 곳을 골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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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난쓰테(なんつ亭)’는 돼지뼈를 우린 육수를 사용하는 ‘돈코츠 라멘’ 명가다. 본점은 가나가와현 하다노(秦野)시에 있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필체의 서예작품이 가게 내 여기저기 붙어있고, 로큰롤 음악이 크게 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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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국물은 검은 기름이 표면을 뒤덮고 있다. 점장은 “마늘칩을 튀겨 갈고 볶는 등 7단계를 거쳐 만든 ‘구로마유(黑マ-油·검은 기름)’”이라고 설명했다. 돼지뼈에서 우러나온 깊고 진한 육수에 마늘향이 더해져 야성적이면서도 호탕한 맛이다. 난쓰테 라멘 700엔, 삶은달걀과 김 등이 들어간 특제라멘 1000엔이다.
난쓰테: 090-8469-8354, www.shinatatsu.com/raumen

고구마의 고장에서 맛보는 고구마 코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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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케부쿠로역(池袋驛)에서 도부도조선(東武東上線) 급행전철을 타고 30분을 달려 가와고에(川越)로 갔다. “가와고에시(市)는 고구마로 유명해요. 고구마로 만든 전통요리를 내는 식당도 있어요.”(기무라)


가와고에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5분쯤 가니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인 일본 전통가옥이 나왔다. 고구마 요리를 전문으로 내는 ‘이모젠(いも膳)’이란 식당이다. 2500엔(약 2만9000원·100엔=1170원 기준)짜리 ‘이모점심(いも点心)’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고구마차(茶)에 이어 고구마로 만든 쇼추(일본식 소주), 고구마를 갈아 만든 죽, 고구마·민물장어를 얹은 영양밥부터 고구마 아이스크림까지 차례로 나왔다. 압권은 ‘고구마소바’였다. 메밀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고구마가루와 전분, 흰자로만 만든 국수였지만 맛은 딱 소바(메밀국수)였다.


국수를 먹는 한국 남녀와 일본 남녀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이승원씨와 김민정씨는 조용히 먹는 반면, 기무라씨와 고바야시씨는 “후루룩” 크게 소리 내며 국수를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일본에선 국수 먹을 때 소리 내고 먹어야 ‘맛있다’는 뜻이예요.” “어머 그래요? 한국에선 예의 없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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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고에는 ‘고에도(小江戶)’라는 별명을 가졌다. ‘작은 에도’라는 뜻이다. 에도는 도쿄의 옛 이름. 옛날 도쿄, 일본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색창연한 목조건물이 늘어선 중심가를 걷다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이모젠: 049-243-8551, 川越市 小室15-1, www.kawagoe.com/imozen

고급스럽게 즐기는 유기농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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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고바야시씨가 롯본기(六本木)로 안내했다. “요즘 도쿄에선 유기농 음식·식당이 인기예요.”(기무라) “서울도 그런데!”(김민정)
한적한 뒷골목에 있는 빌딩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로 3층에 올라갔다. 도무지 식당이 있지 않을 법한 거기에 ‘홈(Home)’이란 유기농 레스토랑 겸 카페가 있었다. 고바야시씨는 “농가와 직접 계약해 납품받는 유기농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줬다. 낫도(納豆·일본식 청국장)으로 끓인 국물요리인 낫도지루(800엔)처럼 일본사람들도 흔히 먹기 어려운 음식뿐 아니라 유기농 닭고기 오븐 구이(1400엔), 현미를 곁들인 채소 커리(900엔), 오므라이스(1300엔) 등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도 많다. 음료로는 생강을 넣어 직접 만드는 진저에일(700엔)이나 유기농 맥주(780엔)이 마실 만하다.


김민정씨가 채소를 젓가락으로 집었다가 너무 길자 이승원씨에게 “찢을 수 있도록 젓가락으로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일본문화에 익숙한 이승원씨는 “일본에선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고바야시씨가 “맞다”고 했다. “일본에선 유골(遺骨)을 젓가락에서 젓가락으로 집어서 옮기거든요. 그래서 음식은 절대 그렇게 서로 주고 받지 않아요.”
: 03-6459-1330, 東京都 港區 六本木3-17-2, www.home-roppongi.com

맛있고 저렴한 유기농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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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많이 찾는 도쿄의 관광명소 오모테산도(表參道). 세계 명품 브랜드가 몰려있는 고급 쇼핑거리다. 기무라씨가 “오모테산도 뒷골목에 맛있는 유기농 뷔페식당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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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바(廣場)’는 아동서적·용품 전문점 크레용하우스(Crayon House) 지하에 있다. 아나운서였던 오치아이 게이코(落合惠子)씨가 1976년 당시만해도 드물던 아동전문서점을 열었고, 현재 자리로 옮긴 1990년부터 유기농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점심 1260엔, 저녁 2000엔(아동은 반값)이면 유기농 농수산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오전 11시 식당 문을 열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12시면 실내 100여 석, 실외 30여 석이 가득 찬다.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들도 간간히 보이기는 한다.

“‘팡팡’은 ‘배불러’란 말이예요. 원래 아기들이 하는 말인데, 여자들이 귀여워 보이려고 요새 많이 써요.”(기무라) “한국말로 ‘빵빵’이 배부르다인데. 비슷하네요.”(김민정)
히로바: 03-3406-637, 東京都 港區 北靑山3-8-15 크레용하우스 지하1층, www.crayonhouse.co.jp

/3월7일자 주말매거진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200자 원고지로 28매쯤 하는 원문을 지면에 맞게 15매로 줄이려니 무척 힘들었어요. 참고로 일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지금이 여행 적기입니다. 환율이 100엔=1100원대! 작년과 비교하면 체감 물가는 50% 싸진 듯하더군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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