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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관에 먹으러 간다-김성윤의 맛세상

미술관·박물관 내 음식점·카페 고급화 세계적 추세
뉴욕현대미술관 ‘더 모던’ 미슐랭 1스타·뉴욕타임스 3스타 획득
관람객 오감 자극하는 ‘총체적 관람 체험’ 만족도 높이기 위해서
요리 맛보러 갈 만한 뮤지움, 한국에는 언제쯤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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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더 모던(The Modern)은 뉴욕현대미술관 모마(MoMA)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이 식당을 다시 평가하면서 기존에 줬던 별 2개를 3개로 격상시켰다. 깐깐한 뉴욕타임스 레스토랑 평가에서 3스타(최고 4스타)는 대단히 높은 평점으로, 뉴욕에서 이만한 평가를 받은 식당은 몇 되지 않는다. 더 모던은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으로부터 별 하나를 받기도 했다.

‘뮤지움 레스토랑’, 즉 미술관이나 박물관 부속 식당의 고급화가 세계적인 트렌드다. 빳빳하게 다린 하얀 리넨 테이블보가 깔린 자리에 앉아 창 너머 미술품을 눈으로 즐기면서 입으로는 도자기 접시에 담겨 나오는 최첨단 요리를 맛보는 세련된 레스토랑이 늘었다. 마른 목과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최소한의 음료와 음식을 내던 간소한 카페나 카페테리아는 그 자체가 박물관에 소장돼야 할 유물이 되고 있다. ‘뮤지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 위해 간다’는 관람객도 있고, 뮤지움 레스토랑의 수준이 그 미술관과 박물관의 수준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트렌드는 뉴욕이 이끌고 있다. 뉴욕 아트디자인미술관(MAD)은 스카이라인 전망이 탁월한 로버트(Robert), 구겐하임미술관은 미술관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이름에서 따온 더 라이트(The Wright)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뿐 아니다.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스타 셰프인 호세안 알리하를 영입해 네루아(Nerua)라는 레스토랑을 만들더니 6개월 만에 미슐랭으로부터 1스타를 획득했다. 일본 국립신미술관은 지난 2007년 도쿄 롯폰기에 개관하면서 프랑스의 전설적인 요리사 폴 포퀴즈를 초청해 브라세리 폴 보퀴즈(Brasserie Paul Bocuse)를 열어 전통 프랑스 요리를 내고 있다.

뮤지움 레스토랑의 고급화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이유는 물론 수익이다. 뮤지움을 운영하려면 입장료와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운 작품을 사들여 컬렉션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화제가 되는 야심 찬 전시를 기획하려면 더욱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동안 세계의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은 기업이나 개인 기부에 상당히 의지했다. 하지만 2008년 뉴욕에서 퍼져 나간 경기 불황으로 기부 금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수익원을 식당 고급화에서 찾았다.

또 다른 이유는 더 나은 관람 경험 제공이다. 작품 관람이라는 시각적 자극은 물론 청각·후각·촉각·미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관람객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 소장한 작품, 나아가 뮤지움 전체의 수준에 맞는 음식을 관람객이 맛보게 함으로써 더 큰 만족을 얻도록 뮤지움 레스토랑의 맛과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마 더 모던에서 나오는 요리는 그 자체가 작품이다. 오렌지와 양겨자로 만든 진한 주황색 소스를 흰 아귀살 주위에 두르고 선명한 초록색 라임오렌지 가루를 붓자국처럼 길게 뿌려 나오는 접시는 모마에 전시된 어떤 현대미술품 못잖게 아름답다. 구겐하임 빌바오의 네루아는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신토불이 식재료를 이용하되 전에 보지 못했던 창조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해 낸다. 전시실에서 눈으로 느꼈던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입에서 다시 느끼도록 했다.

뮤지움 레스토랑은 대개 외부 외식업체가 위탁 운영한다. 외식업체가 뮤지움 레스토랑 운영에 나서는 건 음식을 팔아 돈을 버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외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행사가 자주 열리는데, 뮤지움 레스토랑 운영과 함께 이런 행사에 나가는 음식과 음료를 독점적으로 케이터링 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널리 알려진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함께 언급되면 회사 이미지가 격상된다는 이점도 있다.

미슐랭이 한국에 들어온다면 별을 받을 만한 뮤지움 레스토랑이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 그래도 서울역사박물관에 있는 ‘콩두’ 정도가 꼽을 만하다. 보리굴비나 간장게장 같은 전통 한국 음식도 있지만, 한식을 새롭게 해석해 내놓는 이른바 ‘모던 코리안 레스토랑’이다. 경희궁을 올려다보는 전망이나 각종 도자기로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꾸민 실내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한국을 찾는 외국 문화 인사들에게 한식을 소개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 식당이 4월 말까지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영업하고 새로운 장소로 이전한다. 박물관 측에 문의하니 “박물관 직원 교육·연수실을 만들기 위해 나가달라고 했다”며 “새 식당과 카페가 박물관 내 다른 장소에 다시 들어설 예정이나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직원 연수실 만들 공간이 필요하다니 어쩌겠느냐만, 그나마 먹을 만했던 뮤지움 레스토랑이 사라진다니 아쉽다.

/매달 오피니언면에 쓰고 있는 제 칼럼 4월 글입니다. 구름에

2 Comments

  1. 지나

    2013년 5월 7일 at 11:31 오전

    모마는 [더 모던] 만 맛있는게 아니고

    카페테리아랑 윗층의 레스토랑도 맛있어요

       

  2. 구름에

    2013년 5월 8일 at 2:48 오후

    지나님, 말씀하신대로 모마는 카페테리아와 윗층도 맛있죠.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먹으러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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