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뉴욕 여행을 꿈꿔봤을 것이다. 타임스퀘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자유의 여신상. 뉴욕의 상징들은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맛있는 음식 아닐까.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뉴욕을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로 평가하고 있다. 재능 있고 열정이 넘치는 요리사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 요리사인 필자 역시 최근 뉴욕으로 미식여행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찾아간 수많은 맛집 중 유독 추천할만한 네 곳을 소개해본다./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
사진=뉴욕관광청
최고의 브런치-클린턴 스트리트 베이킹 컴퍼니Clinton Street Baking Company
뉴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문화는 브런치(brunch)이다. 아침식사를 뜻하는 ‘브렉퍼스트(breakfast)’와 점심을 뜻하는 ‘런치(lunch)’의 합성어인 이 말은 늦은 아침부터 정오 전까지 먹는 식사를 뜻하는데,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서도 식문화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올데이브런치(all day brunch)’라 하여 시간에 한정 없이 하루 종일 프렌치토스트, 팬케이크 등 브런치 메뉴를 먹는 것으로 확장됐다.
본고장 브런치는 어떨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찾은 곳은 ‘클린턴 스트리트 베이킹 컴퍼니’다. 이름대로 빵공장 같은 이곳은 작은 크기와 달리 뉴욕 최고의 브런치라 평가 받는 올데이브런치 레스토랑이다. 인기가 좋아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건 기본일 정도다. 대표 메뉴는 블루베리를 곁들인 팬케이크. 과일을 넣은 팬케이크를 구워본 사람은 알지만, 굽다보면 과일에서 즙이 나와 팬이 더러워진다. 하여 레스토랑에서는 피하곤 하는 메뉴지만, 이곳은 그런 수고를 감수한다. 팬케이크를 스윽 칼로 베어보면 부드럽게 부서지는 단면에 송송 박혀 있는 블루베리를 확인할 수 있다. 포실포실한 블루베리와 따끈한 메이플 버터, 캐러멜 향이 나는 진득한 시럽의 환상궁합을 맛보다 보면 어느새 접시는 비워져 있을 것이다.
이곳이 유명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메뉴판에 표기된 농장 이름 때문이다. 식자재를 납품 받는 농장을 기재해 손님들에게 한층 더 믿음을 줄 뿐 아니라 농장과 함께 윈윈도 꿈꿀 수 있다. 4 Clinton Street, 646-6026232, 평일 오전 8시~오후 4시·오후 6시부터 11시까지(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4시)
가스트로펍-더 스포티드 피그The Spotted Pig
사진=이유석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외식 트렌드가 ‘가스트로펍(gastropub)’이다. 미식을 의미하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y)’와 대중적 술집 ‘펍(pub)’의 합성어로,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편안한 선술집을 말한다. 가스트로펍의 시작은 영국이었다. 영국인들에게 펍은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가족 또는 친구들과 외식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장소였다. 펍에서 좀더 수준 높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이 가스트로펍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미국으로 전해지면서 새로운 외식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때 지난 2004년 맨해튼에 문 연 미국 최초의 가스트로펍 ‘더 스포티드 피그’의 성공이 한 몫 했다.
미국의 팝 디바 비욘세의 남편이자 유명 프로듀서인 제이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유명한 오너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거창하고 화려한 장소를 예상하겠지만, 정반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넓거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직 레스토랑의 상징인 점박이 돼지들만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렇다고 음식도 소박하다고 추측하는 것은 금물. 메뉴는 단출하지만, 맛은 환상적이다.
대표 메뉴인 ‘차그릴드 버거세트(Chargrilled Burger Set)’는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를 맛으로 알려준다. 두툼한 쇠고기 패티와 꼬릿한 풍미의 로크포로 치즈, 빵이 전부이지만 그 궁합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미디엄레어로 적당히 잘 익힌 패티는 두껍지만 부드러워 퍽퍽하지 않으며, 치즈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하다. 버거에 따라 나오는 감자튀김은 로즈마리 잎과 함께 튀겨내 느끼하지 않다. 314 West 11th Steet, 212-6200393, 월~금요일 정오~새벽 2시·주말 오전 11시~새벽 2시
아메리칸 파인 다이닝-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사진=이유석
현재 뉴욕에서 가장 예약하기 힘든 곳으로 통하는 ‘일레븐 메디슨 파크’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를 받은 고급 레스토랑이다. 뉴욕의 유명 외식사업가인 대니 메이어가 문 열었고, 지금은 스위스 출신 요리사 다니엘 흄이 운영한다. 고급 프랑스식이 아닌 ‘뉴 아메리칸 다이닝’을 표방한다. 코스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예술작품 같은 음식들을 선보인다.
두 달 전에 힘들게 예약해 찾았다. 1930년대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2층까지 시원하게 뚫린 높다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배인의 안내에 따라 지정 받은 자리에 앉자, 3시간에 걸쳐 이어지는 코스가 차례로 나왔다. 최상의 재료에 뉴욕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드는 음식이니만큼 코스마다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은 즉석에서 갈아주는 당근에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섞어 먹는 ‘당근 타르타르(carrot tartare)’. 비빔밥을 연상케 하는 재미있는 메뉴였다. 메인은 허브에 재워 숙성시킨 오리요리였는데, 음식이 나오기 전 종업원이 직접 보여주고 확인시켜줬다.
음식 맛 못지않게 이곳이 인정받는 이유는 탁월한 서비스다. 그 중에서도 손님이 직접 주방을 둘러보게 해주는 주방투어는 놓쳐서는 안될 매력이다. 특별한 날, 특별한 식사를 원한다면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지만, 가격도 요리만큼 특별하다는 건 잊지 말아야 하겠다. 11 Madison Avenue, 212-8890905, 평일 정오~2시·오후 5시30분~10시(토요일 저녁만 운영·일요일 휴무)
매력적인 음식시장-첼시마켓Chelsea Market
사진=뉴욕관광청
전세계 다양한 음식들이 모여 ‘음식백화점’이라 불리는 뉴욕, 식재료는 어디에서 구입할까. 궁금증을 가지고 찾은 곳은 미트패킹 지역에 있는 ‘첼시 마켓’. 신선한 식료품과 다양한 식재료들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는 뉴욕 최고의 시장이다. 이름은 마켓이지만 갤러리로 보일 만큼 고급스럽게 꾸며놓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지나칠 수도 있다.
이곳의 매력은 원래 과자공장이었던 건물의 빈티지 느낌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100년 넘은 붉은 벽돌과 파이프를 볼 수 있는데, 허름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고풍스럽고 세련되 분위기를 연출한다. 1층에는 푸드숍과 레스토랑, 베이커리, 와인샵이 있고, 위층에는 사무실과 푸드채널 등 방송국이 들어서있다. 푸드숍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물론 다양한 육류와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향신료도 있다.
쇼핑객들의 배고픔을 맛있게 달래주기도 한다. 브라우니로 유명한 ‘팻 위치 베이커리(Fat Witch Bakery)’, 맛있는 잼이 있는 ‘사라베스 베이커리(Sarabeth Bakery)’, 진한 커피 맛이 일품인 ‘나인스트리트 에스프레소(Nine Street Espresso)’ 등. 쇼핑과 외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최근 서울 청담동에 생긴 신세계푸드마켓(SSG)나 여의도 IFC몰의 원조라 불리는 곳이니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75 Ninth Avenue, www.chelseamarket.com, 월~토요일 오전 7시~오후 9시(일요일 오전 8시~오후 8시)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해외여행 특집 기사 중 일부입니다. 이유석 셰프가 써줬습니다.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