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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肉食을 두려워하나-김성윤의 맛세상

한국인 1인당 일 년 고기 섭취량 약 44㎏
필수아미노산 섭취하려면 육식은 필수
인간 두뇌가 큰 건 육식 때문일 수도
섭취량보다 어떤 부위 어떻게 먹나가 중요
중앙亞 위구르족과 日 오키나와 사람들
육식 즐겨도 장수하는 건 삶아 먹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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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국내 육류소비량 조사 결과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육류소비량은 217만7900t. 이를 우리나라 인구로 나누면 지난 한 해 국민 1인당 평균 고기 섭취량은 43.7㎏이 된다. 실생활에서 정말 이만큼이나 고기를 먹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건 이를 365일로 나눠보니 1일 섭취량이 120g쯤이다.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성인 남성은 70g, 여성은 60g 정도다.

 

한국인 1인당 육류 섭취는 2009년 36.8㎏에서 2010년 38.7㎏, 2011년 40.4㎏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삼겹살로 대표되는 돼지고기로 총 108만1900t이었고, 닭고기가 60만8000t으로 2위, 쇠고기는 48만8000t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식약처 발표가 화제가 된 건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이 생각보다 많은 데다, 건강을 지키려면 고기를 멀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육식이 건강에 해롭다고 보는 것이다. 나이 드신 분 중에서 “건강을 위해 고기는 먹지 않고 채식만 한다”는 분들도 주변에 꽤 있다. 하지만 육식을 병행해야 건강에 이상적이라는 게 대부분 영양학자의 견해이다.

 

인체는 단백질로 구성됐고, 단백질은 다시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인체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아미노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렇게 인체가 합성할 수 없는 10가지를 ‘필수아미노산’이라고 부른다. 필수아미노산은 음식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필수아미노산은 콩이나 콩으로 만든 두부처럼 식물성 단백질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필수아미노산 비율은 사람의 몸이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 비율과 다르다. 인간이 더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은 적고, 덜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은 다량인 경우가 많다. 또 식물성 단백질은 부분적으로 필수아미노산이 1~2가지씩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에서 “곡물과 콩을 배합해 추가로 단백질을 얻으려고 한다면 배가 터질 지경까지 먹어야 될 것”이라며 “이것이 왜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는가’의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인간이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건 고기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인류학자도 있다. 인간의 두뇌는 용량이 1400㏄가 넘는다. 유인원보다 훨씬 크다. 남캘리포니아대학 인지뇌과학센터에서 일하는 신경문화인류학자인 존 앨런은 ‘미각의 지배’에서 “인류의 조상은 다른 경로로 숲에서 나왔고, 훗날 식물성 음식뿐 아니라 동물성 음식도 섭취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매우 큰 두뇌를 가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뇌는 항상 ‘배가 고픈’ 기관이다. 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뇌는 신경세포인 뉴런으로 구성돼 있는데, 뉴런이 서로 소통하려면 에너지를 다량 소모해야 한다. 같은 두개골에 있는 근육보다 16배나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한다. 잎이나 줄기 따위 식물성 음식은 칼로리가 낮다. 또 소화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앨런은 “인류의 조상은 고기를 섭취함으로써 두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일부 조상들은 고칼로리 식물성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랄 수는 없을 것 같다. 중앙아시아 위구르족은 고기를 하루 평균 200g이나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 발병률은 낮다. 오키나와도 일본의 대표적 장수 지역이지만, 일본의 다른 지역보다 고기 섭취량이 2.5배 많다.

 

고기 섭취량보다 어떤 부위를 어떻게 먹느냐가 문제다. 한국 사람이 가장 즐겨 먹는 육류는 돼지고기인데, 특히 삼겹살을 선호한다.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유난해서, 국내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삼겹살을 수입하고 있다. 삼겹살은 기름 즉 지방이 잔뜩 붙은 부위다. 지방은 우리 몸에 특별히 좋을 게 없다.

 

쇠고기는, 섭취량은 3위로 나왔지만 선호도에서는 1위일 것이다. 쇠고기 역시 한국에서는 지방이 고루 끼어 있는 이른바 ‘꽃등심’을 고급 부위로 쳐준다. 쇠고기의 지방 함량이 높다고 좋은 등급을 받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미국·일본 외에는 없다. 유럽 등 대부분 지역에서는 살코기를 선호한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삼겹살이나 쇠고기를 대개 불판이나 숯불에 구워 먹는다. 고기를 구우면 먹음직스럽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나면서 맛과 향이 좋아지지만, 발암 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기는 물에 삶아 먹는 것이 이상적이다. 오키나와식 돼지고기 요리는 약한 불에 여러 번 오래 삶아 만든다. 이렇게 조리하면 지방이 거의 없이 단백질만 남게 된다. 육질도 부드러워지면서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소화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위구르족과 오키나와인들이 고기를 많이 먹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삶아서 먹기 때문이다. 마블링 잘 된 고기를 노릇노릇 구워 먹는 걸 선호하는 입맛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아쉽지만 말이다.

 

/7월4일자 조선일보 오피니언면에 쓴 칼럼 원고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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