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세미원에지어진 ‘세미정’. 8월 1일 정식 개관합니다. /사진=이신영 기자
천하의 추사 김정희도 제주로 유배되자 찾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래도 제자 이상적은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중국에서 구해온 서적을 매년 추사에게 보냈다. 감동한 추사가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 저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이 세한도가 현실로 구현됐다. 세미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세한도를 정원으로 만든 ‘세한정(歲寒庭)’이 오는 8월 1일 정식으로 공개된다. 이훈석 세미원 상임이사는 “학생과 교사, 부모와 자녀, 남자와 여자 등 모든 사람이 찾아와 변치 않는 인간관계를 다짐하고 약속하는 장소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벽돌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 안에는 세한도와 똑같이 조성됐다. 맞배지붕에 둥근 창문을 가진 벽돌건물 옆 키가 훤칠한 잣나무는 세상 풍조에 굴하지 않고 지조있게 행동한 이상적을 상징한다고 한다. 집 앞 부러지고 휜 소나무는 늙고 힘없는 추사 자신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훈석 상임이사는 “그림과 똑같은 나무들을 찾느라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집 옆과 앞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있으니 당호(堂號)는 당연히 송백헌(松栢軒)이다. 세한도와 관련된 작은 미술관으로 운영된다. 세한도를 가로 4.3m, 세로 1m 송판에 서각(書刻)해 전시한다. 일본으로 건너간 세한도를 서예가 손재형이 끈질긴 노력 끝에 되찾아온 과정도 정리해 전시될 예정이다.
/7월18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입니다.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