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만든 ‘人造 소고기’ 현실화
인구 증가·소득 향상으로 육류 수요 폭발
곤충, 기아 해결할 새 식량원으로 부각
거부감·선입견 의외로 빨리 사라질 수도
‘암소 수호자’ 힌두 브라만, 고대엔 肉食 즐겨
마트 시식대에 인조 소고기·곤충 곧 오를지도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인조(人造) 소고기’ 시식 행사가 영국 런던에서 지난 5일 열렸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 마크 포스트 교수 연구팀이 만들었다. 연구팀은 다 자란 어른 소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접시에 키워 근육세포를 만들었다. 이 근육세포에 식물성 단백질과 영양소를 주입해 고깃덩어리를 만들었다. 이걸로 영국의 유명 요리사가 햄버거 패티를 만들었고, 미국과 호주 음식 평론가가 시식했다. 전반적인 평가는 ‘소고기 같지만 맛은 없다’였다. 씹을 때 식감은 고기와 비슷하지만, 풍미와 기름기가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인조 소고기 개발이 큰 관심을 끈 건 육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30년 육류 소비가 1999년 대비 72%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人口) 대국들의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고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기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가격도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조 고기는 육류 생산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 대한 대안으로도 여겨진다. 고기를 생산하려면 콩이나 옥수수 따위 곡물을 가축에게 먹여야 한다. 이 곡물을 가축 대신 기아로 허덕이는 지역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편이 훨씬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육류 생산은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오염·파괴 문제도 있다. 소나 돼지가 하루에 분출하는 방귀와 트림의 양은 의외로 많다. 가축의 방귀나 트림에 섞인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15~24%나 된다고 한다. 마크 포스트 교수 연구팀이 인조 쇠고기 개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소 사육을 줄이고 싶어하는 개인 독지가의 지원으로 시작됐다.
육류의 대안으로 곤충을 주목하기도 한다. 유엔은 지난 5월 곤충을 새로운 식량원으로 추천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보고서에서 “곤충은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함량이 높은 훌륭한 식량”이라며 “곤충 섭취는 특히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 음식으로서 곤충은 영양이 매우 우수하다. 메뚜기 100g에는 단백질 20.6g, 철분 5㎎이 들었다. 같은 양의 소고기가 단백질 27.4g, 철분 3.5㎎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치이다. 애벌레는 100g당 단백질 28.2g, 철분 35.5㎎로 쇠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오히려 높다. 게다가 곤충은 소나 돼지를 사육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암모니아 배출량이 훨씬 적어 친환경적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서식 가능하고 번식도 빠르다.
문제는 곤충 식용에 대한 선입견과 거부감이다. FAO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20억명이 곤충을 먹고 있지만 서구 소비자들이 혐오감을 가져 곤충 식용의 장벽이 되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레스토랑 메뉴에 곤충을 포함하고 곤충을 이용한 요리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인조 소고기도 떨어지는 맛과 거부감이 대중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맛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가격도 대량생산이 이뤄진다면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간의 선호도나 입맛이라는 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도다.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이다. 힌두교에서는 소를 신성시하고 도살 금지를 주장한다. 소 숭배와 보호가 힌두교의 중심을 이룬다고까지 말한다. 힌두교에서는 악마로부터 소에 이르려면 86번의 윤회를 거쳐야 하고, 여기서 한 번 더 윤회를 거치면 인간이 된다고 한다. 암소를 죽이면 그 사람의 영혼이 가장 낮은 단계로 되돌아가 모든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힌두교 고대 경전(經典)인 베다(Veda)를 보면 암소를 보호하지도 않고 소고기 식용을 배척하지도 않는다. 카스트 제도에서 최고 계급인 브라만은 원래 희생(犧牲)에 필요한 소를 도살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이었다. 인도대륙을 석권한 아리안족은 원래 반유목민들이었다. 이들이 정착해 초지를 경작하게 되자 숲이 줄어들고 소 떼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낮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은 더 이상 소고기를 먹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는 브라만은 육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고기를 포식했다.
불평등은 사회 갈등으로 나타났다. 불교와 자이나교처럼 살생을 금지하는 신흥 종교가 득세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브라만 계급이 마침내 육식을 포기했다. 심지어 자신들을 ‘소의 보호자’로 자처하기 시작했다. 소는 신성시됐고, 인도는 대표적인 채식 사회가 됐다.
그러니 인조 소고기·곤충 식용도 어쩌면 쉽게 현실이 될 수 있다. 대형마트 소고기 진열대에 ‘한우’ ‘미국산’ ‘호주산’ 옆에 ‘인조’라고 적힌 라벨이 놓이고, 시식대에 잘 볶아 바삭한 메뚜기가 오르는 날이 곧 올지 모른다.
/8월8일자 오피니언면에 실린 제 월간 칼럼 글입니다.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