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요리사가 말하는 ‘왕족들의 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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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왕세자·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 부부 등 영국 왕실 가족의 음식을 13년 동안 담당한 요리사 캐롤린 로브씨가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선보일 영국 전통 애프터눈 티 세트와 케이크류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명원 기자

비록 TV중계를 통해서였지만 요리사 캐롤린 로브(Carolyn Robb·46)씨는 지난 2011년 거행된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왕세손빈의 결혼식을 누구보다 감격스럽게 지켜봤다. 찰스 왕세자·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 부부의 전속 요리사로서 어린 윌리엄에게 매일 식사를 차려주던 그로써는 당연했을 것이다. 로브씨는 “작은 소년이던 윌리엄이 장성해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놀랍고도 흥분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윌리엄이 결혼 후 열린 피로연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신랑의 케이크(groom’s cake)‘로 ‘초콜릿 비스킷 케이크’를 선택했으니, 로브씨의 기쁨은 더욱 컸다. “일반적으로 영국 결혼 피로연에서 신랑의 케이크는 과일을 올린 흰 케이크가 전통이에요. 초콜릿 비스킷 케이크는 윌리엄이 어렸을 때 제가 자주 만들어주던 간식입니다. 그걸 윌리엄이 무척 좋아했거든요.” 로브씨는 일곱 살 때부터 봤던 윌리엄을 ‘왕자’나 ‘세손’ 같은 존칭을 붙이지 않고 친근하게 불렀다. 그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 초콜릿 비스킷 케이크와 애프터눈 티 등 영국 왕실에서 즐기는 음식을 10월 6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로브씨는 남아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대학은 영국에서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손에 수저를 쥘 수 있을 때부터 좋아했다”는 요리로 진로를 결정한다. 영국 왕실과 인연을 맺게 된 건 1987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촌인 글로스터(Gloucester) 공작부부가 전속 요리사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리학교 코르동블루에 부탁했다. 로브씨를 포함한 학생 셋이 면접을 보았고, 이중 그가 최종 선택됐다.

2년 뒤인 1989년 로브씨는 찰스·다이애나 왕세자 부부 전속 요리사로 자리를 옮긴다. “찰스·다이애나 부부가 글로스터 공작부부 관저에서 식사를 하셨어요. 그러더니 ‘우리 집에 와서 저녁 한 끼 준비해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메인요리는 생선이었고 후식은 패션푸르트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는 것밖에 기억 나지 않네요. 그날 제 요리가 입에 맞으셨나봅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면접을 거쳐 왕세자 부부 전속 요리사가 됐다.

이후 로브씨는 찰스·다이애나 부부와 윌리엄·해리 왕자, 왕궁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했다. 1992년 왕세자 부부가 별거한 뒤에는 찰스 왕세자의 전속 요리사 겸 왕세자가 설립한 유기농식품 브랜드 ‘두치 오리지널스’의 제품 개발 셰프로 일했다.

그는 “왕실 전속 요리사였다고 하면 다들 ‘왕족들은 랍스터(바닷가재), 캐비아(철갑상어알), 푸아그라(거위간) 같은 고급 음식만 먹느냐’고 묻는다”며 웃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런 건 외부 행사 때 드시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 두 분 모두 입맛이 소박했어요. 평범한 영국 가정식을 즐기셨죠. 소시지와 매시포테이토, 셰퍼드 파이, 소고기 스튜, 수란을 올린 으깬 감자, 스파게티, 피자 같은 거요.”

왕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일반 영국 국민들과 다를 바 없지만,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건 달랐다. “찰스 왕세자는 유기농에 관심이 많아 왕궁에 아주 훌륭한 채소밭을 가지고 계시죠. 식탁에 올리는 음식은 가능한 여기서 재배하는 채소로 만들었어요. 고기 따위 나머지 재료도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죠. 찰스 왕세자나 다이애나 왕세자빈 두 분 다 제철 채소를 많이 먹는 건강한 식생활을 했고, 두 아들에게도 그렇게 먹도록 했어요. 윌리엄·해리 왕자는 뭐든 잘 먹었어요. ”

13년 동안 왕실 요리사로 일한 로브씨는 2000년 왕세자 곁을 떠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떠날 때가 됐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왕실 요리사로 일한 13년은 어린 소녀 시절 ‘여왕님께 요리해드리고 싶다’는 꿈의 실현이었던거죠.”

/9월30일자에 쓴 기사 원본입니다.왕족이건 평민이건, 역시 집에서 먹고 싶은 건 소박한 집밥인가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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