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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란vs이탈리아 보타르가vs일본 카라스미

어란(魚卵)의 사전적 정의는 ‘물고기의 알’이다. 하지만 한국 전통음식으로서 어란은 소금과 간장에 절이고 말린 숭어알을 뜻한다. 지난달 24일 서울 ‘북촌민예관’에서 열린 ‘푸드 아티잔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이 어란이었다. 푸드 아티잔 프로젝트는 한국 전통음식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매달 열리는 시식·강연회. 이날은 전남 영암에서 만든 ‘영암어란’과 일본 나가사키에서 역시 숭어알로 만든 ‘카라스미(唐墨)’,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참치알로 만든 ‘보타르가(bottarga)’가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져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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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저민 한국의 영암어란과 일본 카라스미, 이탈리아 보타르가.(왼쪽부터) /사진=이경호 기자

카라스미와 보타르가 설명은 서울 이태원 이탈리아 음식점 ‘인스턴트 펑크’ 주방장 박찬일씨가 맡았다. “보타르가는 참치알이나 숭어알로 만듭니다. 오늘 나온 보타르가는 참치알과 소금을 거의 1대2 비율로 염장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짜죠. 얇게 썰어서 스파게티나 샐러드에 뿌려 먹습니다. 참치알은 알이 굵어서 숭어알로 만든 어란처럼 얇게 썰리지 않고 부서집니다.” 참석자들이 보타르가를 맛봤다. 고소한 감칠맛이 나긴 나지만 짠맛에 묻힌 듯했다. 참치알이 꺼끌꺼끌하게 혀끝에 느껴졌다.

박찬일씨는 이어 카라스미에 대해 설명했다. “카라스미는 규슈 나가사키가 생산·유통 중심지입니다. 한자를 보면 아시겠지만 ‘카라’는 ‘당(唐)’ 즉 중국도 의미하지만 ‘좋은’ ‘비싼’이란 뜻도 있어요. ‘스미’는 먹이란 뜻인데, 완성된 카라스미가 먹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국 어란처럼 간장과 소금으로 절이지 않고 소금으로만 절이고, 위·아래로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지 않고 평평한 판에 놓고 말리고, 참기름을 바르지 않는단 점도 다릅니다.” 카라스미를 혀에 올리자 숭어알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경질치즈와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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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썬 보타르가. 영암어란이나 카라스미와 달리 투명하지 않죠.

알이 굵어서 얇게 썰리지 않고 흩어지기도 하구요. /사진=이경호 기자

영암어란은 박승옥(62)·이옥란(56) 부부가 나섰다. 1999년 해양수산부가 전통식품명인1호로 지정한 어란 명인 김광자(89)씨의 대를 이은 아들과 며느리이다. “영암어란은 4월~5월 중순 산란하러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온 참숭어 암컷이 품은 알로 만듭니다. 참숭어와 개숭어가 헷갈린단 분들이 계신데, 참숭어는 마스카라 화장을 한 것마냥 눈 주위가 노랗고 개숭어는 까매요. 암숭어 1마리가 숫숭어 4~5마리와 교미해야 알을 밸 수 있답니다. 암숭어를 산란 직전 생포해 알을 채취합니다. 그래서 카라스미와 비교하면 알이 씹히는 맛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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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썬 카라스미. 소금으로만 절여 한국 어란보다옅은

갈색이죠. 거의 노란색이라고 할 정도로. /사진=이경호 기자

박씨는 “어란을 만드는 기간에는 하루 서너 시간밖에 잠을 못 잔다”고 했다. “4월초부터 5월 중순 약 45일 동안 약 1000편을 만들어요(암숭어 한 마리 뱃속에 들어있는 알 2쪽이 1편이다). 생(生) 숭어알을 이때만 구할 수 있으니까요. 냉동해뒀다 일년 내내 만들면 안되냐구요? 냉동 숭어알로 어란을 만들면 이 붉으스름한 빛깔이 나지 않고 검거나 퍼런색이 되서 쓸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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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어란. 소금과간장으로 절여 맛과 색이 훨씬 짙죠.

이걸 좋아하는 분도 있고, 어란 자체의 맛을 가린다고 하여

카라스미만 못하다고 평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사진=이경호 기자

영암어란은 소금만을 사용하는 카라스미나 보타르가와 달리, 소금과 간장을 둘 다 사용한다. 박승옥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60~80년 된 조선간장과 5년 동안 간수를 뺀 소금을 섞어 염수를 만든다. 여기에 숭어알을 24시간쯤 담가 간이 속까지 잘 배도록 뒀다가 납작한 판에 건져놓는다. 오전과 오후에 5번씩, 하루 10번 뒤집어준다. 박씨는 “누운 해 그러니까 오전 뜨는 해와 오후 지는 해만 보게 하고 그늘로 옮겨 말린다”고 했다. 어란이 70% 정도 말랐을 때 10개씩 평평한 판으로 10번 정도 눌러 모양을 잡는다. 그렇게 50일을 정성 들여야 비로소 어란이 완성된다. 이씨는 “400~450번 뒤집어줘야 어란 1개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했다.

박씨는 “참기름을 많이 바른다고 잘못 아는 분들도 있지만, 요즘은 딱 세 번 바른다”고 했다. “참기름을 많이 발라서 ‘기름 쩐내’가 나지 않느냐는 분들이 계세요. 과거에는 어란에 곰팡이가 피거나 산패할 수 있어 참기름을 많이 발랐어요. 요즘은 냉장·진공기술이 발달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영암어란은 소금과 함께 간장으로 간을 해 보타르가나 카라스미보다 깊고 복합적인 맛이다. 참기름 향이 더해져 더욱 고소하다. 하지만 어란 자체의 풍미를 가리는 듯하기도 했다. 숭어알이 쫀득하면서도 오돌오돌 씹혔다. 박씨는 “간혹 어란이 이 사이 끼기도 하는데, 술 한 모금만 마시면 자연스럽게 녹아버린다”고 했다.

박찬일 요리사가 브루스케타(빵에 각종 음식을 얹은 전채)와 라비올리(만두처럼 속을 채운 파스타의 일종) 등 영암어란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내왔다. 참가자들은 영암어란의 변신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국 전통음식이 이렇게 현대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새롭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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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가 영암어란으로 만든 라비올리.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신선하기도 했지만, 그 비싸고 귀한 어란을

그냥 먹기도 힘든데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더군요. 그러니까 ‘시도를 위한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말입니다./사진=이경호 기자

/11월7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세계 각국 어란을 비교 테이스팅해보니 아주 흥미롭더군요. ‘북촌민예관’에서는 한국 전통음식을 가지고 이렇게 흥미로운 시도를 매달 합니다. 구름에

2 Comments

  1. 정순성

    2013년 11월 13일 at 12:05 오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가라스미"라고 할 때의 "가라’는 중국의 당나라가 아닙니다. 원래 "가라"는 고대 한국의 신라 또는 가야를 의미하고 지금도 신라의 "신"자를 한자로 써놓고 "가라"라고 읽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후 한일 관계가 틀어지면서 일본 사람들이 "신"자 대신에 "당"자를 쓰기 시작해서 지금은 마치 "가라"가 중국을 의미하는 것처럼 잘못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일 관계 고대사를 다룬 많은 역사책에 상식처럼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2. 구름에

    2013년 11월 13일 at 9:59 오후

    그런가요? 저도 확인해봐야겠네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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