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요리사들은 무엇에 관심이 쏠려 있을까.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시상식을 앞두고 세계적 요리사들이 진행·참석한 포럼과 워크숍이 다양하게 열렸다. 이번 포럼과 워크숍에는 한식재단 후원으로 한국인 요리사 5명이 참관했다. 이들 5명의 요리사가 25일 현지에서 마련된 ‘한식재단 포럼·워크숍 참관·토론회’에서 발표한 전 세계 최첨단 트렌드를 정리했다.
채집·수렵 통해 식재료 수급
호주 멜버른 ‘아티카(Attica)’는 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식당이다. 이 식당의 총주방장인 벤 슈리(Shewry)는 매일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요리사들을 끌고 식당 주변 공원이나 철로변, 바닷가로 간다. 거기 자라는 풀과 해초를 채집하기 위해서다.
호주 멜버른 ‘아티카’ 총주방장 벤 슈리가 워크숍에서 선보인 자신의 요리들. 일본 가이세키요리처럼 매우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고 맛이 농축된 음식입니다. 뉴질랜드 시골 농장에서 보낸 어릴 적 추억을 음식에 잔뜩 담고 있습니다. 그걸 음식을 통해 손님이 맛보고 공감하면서 감동하는거죠. /사진=김성윤
일본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는 ‘나리사와’ 총주방장 나리사와 요시히로는 이시카와현(縣)의 한 시골 마을 주민들이 산과 들에서 채집한 각종 나물을 공급받는다. 덴마크 ‘노마(Noma)’와 스웨덴 ‘프란첸(Frantzen)’ 등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요리사들은 북극 지역에 사는 유목 원주민이 수렵하거나 키우는 순록 따위의 고기로 음식을 만든다.
일본의 시골주민들이 들과 숲에서 채집한 재료로만든 나리사와 셰프의 요리. /사진=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50
‘채집’과 ‘수렵’은 요즘 세계적 요리사들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단어들이다. 요리사들이 채집과 수렵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식당이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요리에 담고, 남들과 차별화된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추억·가족·전통 파고들어
요리사들은 독창적 음식을 창조하기 위해 개인의 추억이나 전통을 더욱 파고들고 있다. 서른여섯 살이던 지난해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스페인 ‘아수르멘디(Azurmendi)’의 에네코 아차(Atxa)가 식사의 마무리로 ‘밤(chestnut)’이라는 후식을 누런 종이봉투에 담아 내놓는다. 봉투를 열면 연기와 함께 군밤 냄새가 퍼져나온다. 속에 담긴 디저트는 겉보기엔 영락없는 군밤이지만, 씹으면 밤 크림이 든 초콜릿이다. 봉투 속 바닥에는 밤 속껍질을 태운 가루를 깔아놓았다. 그는 “어릴 적 초겨울 길에서 맡았던 군밤 향기가 너무 좋았다”면서 “이런 추억을 손님들과 공유하는 한편 손님들이 가진 자신만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기를 바랐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스페인 최연소3스타 셰프인 에네코 아차가 워크숍에서 선보인 요리들은, 그가 추억하는 유년과 여행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세번째 사진 맨왼쪽 한국인은 ‘치맥’을맡았었던 강민구 셰프. 최근 새 식당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오른쪽 두번째가 아차 셰프입니다. /사진=김성윤
올해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태국 방콕의 ‘남(Nahm)’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톰슨(Thompson)은 100여 년 전 한 태국여성이 쓴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를 되살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을 낸다. 톰슨은 “태국 음식의 정통성을 살리면서 나만의 독창성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태국 방콕 ‘남’의 데이비드 톰슨 요리사와 그의 창조물들. 태국 전통이 깃듯 현대적 요리로 올해 아시아 최고 요리사 자리에 올랐습니다. /사진=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50
생산·재배자와 밀접한 관계
프란첸의 오너 셰프인 비요른 프란첸은 다른 스웨덴 요리사 12명과 함께 ‘우수한 식재료(Exceptional Ingredients)’란 시식회를 열고 있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스웨덴 토종 닭·돼지 품종을 찾기 위해서다. 프란첸은 “스웨덴에서는 맛있는 닭·돼지고기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면서 “공장식 대량 사육 체제가 들어서면서 맛보다는 빨리 자라는 품종만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아시아 최고 여성 요리사’로 뽑힌 태국 방콕 ‘보란(Bo.lan)’ 요리사 두앙폰 송비사바(Songvisava)는 “태국 토종 쌀은 수십 가지에 달하지만, 모든 농부들이 가장 인기인 재스민 품종만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려면 다양한 식재료가 필요하다”면서 “재배한 쌀을 모두 구입하기로 약속하는 방식으로 농민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3-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선정 발표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여러가지 많이 보고 배우고 느낀 행사였습니다. 이번에 본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을 차차 들려드리겠습니다. 구름에
Marie
2014년 2월 28일 at 5:10 오후
관심있게 잘 봤습니다. 독특한 재료들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이구
2014년 3월 1일 at 8:40 오전
안녕하세요. 김성윤 기자님! 그동안 잘 계셨어요? 다른 재미난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이 구 올림
구름에
2014년 3월 3일 at 4:03 오후
앞으로는 더 열심히 글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