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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익혀주세요” 한국인, 고기 맛 알아가나

한국인이 고기 맛을 알아가는 걸까. 대표적 고기 요리인 스테이크를 완전히 바싹 익혀 먹기보다 살짝 덜 익힌 상태로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VIPS)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손님들이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굽기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 집계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기를 바싹 익힌 ‘웰던’이나 살짝 덜 익힌 ‘미디엄웰던’은 줄어든 반면 속에 빨갛게 덜 익은 부분이 절반 정도 남아 있는 ‘미디엄’이나 이보다도 덜 익히는 ‘미디엄레어’로 스테이크를 구워달라는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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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는 빕스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한 전체 손님 중 미디엄웰던을 요구한 손님이 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디엄이 28%, 웰던이 19%였다. 미디엄레어와 레어는 각각 3%와 1%로 극히 적었다. 3년 뒤인 2010년에는 미디엄웰던이 41%로 가장 많았지만, 미디엄이 38%로 불과 3%포인트 차이로 바짝 쫓아왔다. 웰던은 16%로 2007년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미디엄레어는 4%로 증가했다.

 

2011년으로 접어들면서 미디엄과 미디엄웰던의 순위가 뒤바뀐다. 미디엄이 41%로 1위를 차지하고 미디엄웰던이 근소한 차이(1%포인트)로 2위로 밀려났다. 웰던은 11%로 하향 곡선을 뚜렷하게 그렸고, 반대로 미디엄레어는 6%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3년에는 1위 미디엄(41%)과 2위 미디엄웰던(39%)의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미디엄레어는 8%로 2011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고, 웰던은 10%로 하향세를 이어갔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고객의 스테이크 굽기 정도를 2007년부터 집계했기 때문에 이전 자료는 없지만, 빕스가 처음 문 연 1997년에는 웰던으로 주문하는 손님이 80% 이상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면서 “손님들의 취향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기에 대한 한국인의 입맛이 왜 이렇게 바뀐 걸까. 육류 생산·유통업체 ‘다하누’ 최계경 대표는 “이제 고기 맛을 좀 아는 것”이라며 “고기를 바싹 익히면 육즙이 다 빠져서 질기고 퍽퍽하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 이윤화 발행인도 “미디엄으로 익혀 먹는 게 더 맛있다는 걸 느끼고 음미하는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스테이크가 진한 소스로 뒤덮였지만, 요즘은 소금만 찍어 먹으며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아린씨는 조금 다른 의견이다. 김씨는 “한국 사람은 오래전부터 고기 구워 먹기를 즐겼고 고기구이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민족”이라며 “고기 맛이 아니라 스테이크 맛을 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연한 고기를 좋아하고 퍽퍽한 고기를 싫어한다”는 그는 “익숙하지 않았던 외국 음식 스테이크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스테이크는 살짝 구워야 퍽퍽하지 않고 연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웰던 주문이 줄고 미디엄~미디엄레어가 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국내 유통되는 소고기 전반의 품질이 향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음식평론가 강지영씨는 “바싹 구우면 질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과거에 비해 소고기 품질이나 등급 체계가 훨씬 체계적으로 정립되면서 좋은 고기를 제대로 먹을 기회가 증가했고, 맛있는 고기를 살짝 익혀서 맛을 즐기는 데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엄~레어로 스테이크를 즐기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미디엄웰던~웰던이 줄어드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2월 문화면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변화지요? 하하.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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