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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 다인 – 폭스바겐 더 비틀 & 집밥식당
사진=김종연 기자

매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 집밥식당 ‘쌀가게 by 홍신애’에서 나오는 한상 차림을 폭스바겐 더 비틀을 배경으로 찍었습니다. /사진=김종연 기자

아무리 맛있어도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질리게 마련이다. 유명 요리사가 최고급 재료를 최첨단 테크닉으로 다룬 화려한 요리는 한두 번이면 족하다. 결국 되돌아가는 건 집밥이다. 그래서일까, 집밥을 표방하는 식당이 속속 문 열고 있다. 입맛을 확 잡아끄는 인공조미료(MSG)나 자극적인 양념은 가능한 배제한 소박한 밥상이 환영 받고 있다. 외식에 질린 이들이 다시 찾고 있는 집밥 스타일의 음식, 폭스바겐 더 비틀(The Beetle)은 나에게 그런 자동차다.

비틀은 ‘국민차’, 그러니까 음식으로 치면 집밥을 목표로 탄생한 자동차다. 1933년 독일 총통 자리에 오른 아돌프 히틀러는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비싸지 않고 튼튼한 가족용 승용차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훗날 포르쉐를 세운 천재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히틀러의 요구에 부합하는 차를 디자인했다. 1938년 첫 양산모델이 공개됐지만 2차대전이 터지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비틀이 본격적으로 양산된 건 1945년 전쟁이 끝나면서부터다. 값싸고 튼튼하고 연비•유지비 적게 드는 비틀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78년 독일 생산을 끝냈다.(멕시코공장에서는 2003년까지 생산) 하지만 많은 이들이 비틀을 그리워했다. 결국 폭스바겐은 1998년 비틀을 부활시킨다. 그리고 ‘뉴 비틀(New Beetle)’이라고 이름 붙였다.

뉴 비틀은 현재 현대차 디자인 담당 사장인 피터 슈라이어가 설계했다. 원조 비틀은 위아래로 약간 눌린 반원 3개가 포개진 모양인데, 슈라이어는 차체를 키우면서 반원을 더 동그랗게 만들었다. 그래서 뉴 비틀은 마치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은 듯 빵빵하다. 좋게 보자면 오리지널 비틀보다 귀엽다. 뉴 비틀이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높았던 건 이 귀여운 디자인이 한몫 했다. 하지만 안 좋게 보면 어딘지 둔탁하다. 조미료와 기름을 쳐서 맛을 냈달까, 개인적으론 한두 입 먹을 만하지만 쉬 물리는 식당 음식 같았다.

[폭스바겐] 더 비틀_이미지컷_반측면1

더 비틀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더 비틀의 암팡진 뒤태.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폭스바겐] 더 비틀 익스클루시브_측면

더 비틀 측면.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2011년 처음 출시된 더 비틀은 식당밥에서 집밥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동그란 윗부분을 살짝 도려내 오리지널 비틀에 더 비슷해졌다. 높이가 12㎜ 낮아지면서 차체가 200㎜ 길어져 뉴 비틀보다 날렵하고 단단해 보인다. 실제 몰아보니 움직임도 훨씬 빠릿빠릿하다. 폭스바겐이 골프, 티구안 등에 선보여온 직렬 4기통 2.0ℓ 디젤 터보엔진을 채용해 뉴 비틀보다 출력도 연비도 더 낫다. 하지만 가격이 골프보다 400만원 이상 비싼데다 4도어가 아닌 2도어라 자녀가 있는 가족에겐 덜 어울린다. 국민차의 자리는 골프에게 넘겨준 듯하다.

시승용 더 비틀을 몰다보니 ‘쌀가게 바이(by) 홍신애’가 생각나 그리로 차를 몰았다. 집밥 스타일 식당 붐을 일으킨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식당이다.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지난해 말 서울 신사동 신구초등학교 근처에 문 열었다. 메뉴는 밥과 국, 반찬 3가지로 구성된 ‘정식(定食•9900원)’ 하나밖에 없다. 집밥이란 원래 엄마가 그날 차린 음식을 먹는 것 아니던가.

사진=김종연 기자

‘쌀가게 by 홍신애’의 한상 차림. 매일 100인분의 쌀만 도정해 밥을 짓고, 그 밥이 떨어지면 장사도 끝납니다. 반찬은 매일 바뀝니다. 하지만 재료가 남으면 다음날 다시 나오기도 하더군요. 집에서 그러듯이 말이죠. /사진=김종연 기자

밥은 100인분의 쌀을 매일 도정해 짓는다. 언제 가도 햅쌀밥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쌀 도정기를 아예 가게에 갖다놨다. 쌀은 쌀겨를 벗겨내는 도정 과정 직후부터 산폐하기 시작해 15일이면 맛과 영양, 수분이 크게 줄어든다. 현미를 약간만 도정한 ‘오분도미’를 쓴다. 현미보다는 먹기 좋지만 백미보다는 영양이 높다. 100인분이 팔리면 그날 영업은 끝이다. 밥맛이 대체로 일반 식당보다 훨씬 낫다. 단 물 조절에 간혹 실패하는지, 밥이 질 때가 더러 있었다.

반찬은 매일 약간씩 바뀐다. 15일은 오분도미 쌀밥과 우족국, 돼지불고기, 시금치무침, 깍두기, 채소쌈•두부쌈장이 나왔고, 16일은 오분도미 쌀밥과 미역국, 소불고기, 마늘버섯볶음, 깍두기, 채소쌈•두부쌈장이 나왔다. 첫입에 확 당기지는 않지만 먹고 나서 입안에 잡미가 남지 않고 깨끗하다. 마치 엄마가 해준 집밥을 먹은 기분이다.

더 비틀이 오리지널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듯, 아무리 집밥을 표방하지만 집밥과 똑같지는 않다. 집에서는 찌개나 반찬을 식구들이 나눠 먹지만, 이 식당에선 네모난 나무 쟁반에 밥과 국, 반찬이 1인분씩 담겨 나온다. 혼자건 여럿이건 마찬가지다. 일본식 상차림에 영향 받은 듯하나, 원래 한국에서도 궁중연회 등에서는 작은 상에 각종 요리를 1인분씩 따로 올려서 냈었다. 같은 냄비에 여럿이 숟가락을 담그는 걸 께림칙해하는 분들이라면 오히려 반길 듯하다. 쌀가게 바이 홍신애 (02)517-5999
 지난 6월 자동차 섹션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더 비틀’은 집밥은 집밥이나, 진짜 집에서 먹는 밥이 아닌 식당에서 집밥을 표방해 파는 음식 같더군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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