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에스프레소는 아름답다” 이탈리아 ‘일리카페’ 회장 인터뷰

안드레아 일리(illy·50)는 커피를 말하다 난데없이 ‘에우데모니아(Eudemonia)’를 이야기했다.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에우데모니아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행복’ ‘복리’를 뜻하는 철학 용어로 행복주의(Eudemonism)의 어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덕(德)을 좇는 영혼의 탁월한 활동’이라고 말했어요. 커피는 영혼이 탁월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 인간이 행복해지도록 하는 음료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카페(illycafe)의 회장이다. 철학을 논하는 ‘커피업자’에게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했다. “커피가 지닌 수백 가지 맛과 향은 마시는 이에게 미각적·후각적 쾌락을 선사하는 동시에 영육(靈肉)의 긴장을 풀어주고 창조적 영감을 일깨웁니다. 카페인은 이러한 효과를 더욱 길게 지속시키지요.”

 

일리카페 회장 안드레아 일리가 자사의 가정용 커피머신 '프란시스' 최신 모델에 팔을 두르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일리카페코리아 제공

일리카페 회장 안드레아 일리가 자사의 가정용 커피머신 ‘프란시스’ 최신 모델에 팔을 두르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일리카페코리아 제공

일리는 본래 과학·공학도 집안이다. 일리카페의 창업자이자 안드레아의 할아버지인 프란체스코 일리는 1934년 최초의 근대화된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명했다. 그의 아들 에르네스토 일리는 ‘에스프레소 선교사’로 불린다. 화학자로서 에스프레소의 성분을 분석한 논문과 책을 여러 권 썼다. 안드레아 일리 회장 역시 화학을 전공했으며 전 세계에서 교재로 사용되는 커피 저서를 여럿 출간했다.

일리 회장이 정의한 ‘완벽한 에스프레소’는 다음과 같다. “커피 원두 50개를 분쇄해 얻어지는 6~7의 커피 가루에 섭씨 90도 이상의 물을 9기압의 압력을 가해 25~30초 동안 추출한 30㎤ 분량의 커피입니다. 에스프레소란 당질, 유기산, 단백질, 카페인 등이 녹아 있는 추출액 위에 미세한 기름방울이 유화 상태로 거품층을 이루고 있는 음료죠. 양은 적으면서 맛과 향, 바디(입안에서 느껴지는 존재감)는 강렬해야 합니다.”

그는 “선(善)과 미(美)는 곧 하나”라며 “훌륭한 에스프레소는 마셔보기 전 눈으로 보기에도 아름답다”고 했다. “붉은색과 갈색의 중간쯤 되는 두툼한 크레마(거품층)로 에스프레소 표면이 완벽하게 덮여 있어야 합니다. 크레마의 색이 옅으면 추출이 덜 된 것이고, 짙거나 중간에 구멍이 나 있으면 커피 입자가 너무 곱거나 입자의 양이 너무 많았다는 증거죠. 크레마에 흰 거품이 있다면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한 물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고요. 에스프레소야말로 커피의 풍미를 가장 완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추출 방식입니다. 마셨을 때 입에선 쓴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완벽한 에스프레소는 커피 자체의 단맛이 우러나 굳이 설탕을 추가할 필요가 없지요.”

‘에스프레소 커피보다 드립커피(뜨거운 물을 커피가루에 부어 추출하는 커피)가 더 낫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커피에는 1000가지 풍미가 들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풍미가 다 좋은 건 아닙니다. 드립커피는 비등점에 가까운 물을 사용하는데, 95도 이상의 물을 사용하면 불유쾌한 풍미가 우러납니다.”

일리카페는 국제커피협회(ICO) 의뢰를 받아 내년 열리는 ‘밀라노 엑스포’에서 커피관을 기획·운영한다. 일리 회장은 “커피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보여준다. 음식 분야에서 커피가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12월3일자 문화면에 나간 인터뷰 기사 원본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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