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최초 마스터 소믈리에, 윤 하(Yoon Ha)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으려면 음식은 물론 와인 서비스까지 완벽해야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베누(Benu)’가 개업한 지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별 3개를 획득한 데는 이곳 수석 소믈리에 윤 하(한국명 하윤석·46)씨의 탁월한 와인 서비스가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베누는 총주방장 코리 리(Corey Lee)씨는 물론 수석 소믈리에 하씨까지 한국계로 특히 주목 받은 식당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3스타 레스토랑 '베누'의 수석 소믈리에 윤 하씨. /사진=이진한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3스타 레스토랑 ‘베누’의 수석 소믈리에 윤 하씨. /사진=이진한 기자

하씨는 지난 2013년 미국 음식전문지 ‘푸드&와인’으로부터 ‘올해의 소믈리에’로 선정됐고, 이에 앞서 2012년에는 영국에 본부를 둔 ‘마스터소믈리에협회(Court of Master Sommeliers·CMS)’ 회원이 됐다. 한국계로는 유일하다. CMS는 세계 최정상 소믈리에들의 모임으로, 가입하려면 4차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매년 1차례 있는데, 평균적으로 100명이 응시해 10명 이내만 합격한다. 1969년 CMS 창설 이래 현재까지 마스터 소믈리에는 202명에 불과할 정도로 까다롭고 권위를 인정 받는다.

7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하씨는 “집에서 우리말만 사용해야 하는 전형적인 한국 가정에서 자랐다”고 꽤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동네 유일한 아시아계였어요. ‘김치 냄새가 난다’고 놀림 받는 게 부끄러웠고, 그래서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김치통을 우유병 뒤 냉장고 뒤편 깊숙이 숨겼어요. 집에선 와인을 맛본 적이 없었죠.” 와인을 처음 접한 건 마스터 소믈리에 치고는 매우 늦은 대학 때였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처음 와인을 맛봤다”면서 “1978년산 프랑스 부르고뉴 ‘DRC 라 타슈’를 맛보고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윤 하)의 와인페어링(wine pairing·어울리는 와인과 음식 짝 맞추기)은 거장답다(masterful)”며 “그보다 더 와인페어링을 잘 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없다”고 극찬했다. 이에대해 하씨는 “어떤 음식이건 와인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좁건넓건 있게 마련”이라며 “그 문을 찾는 것이 와인페어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 하씨가 서울 종로 '탑클라우드'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진한 기자

윤 하씨가 서울 종로 ‘탑클라우드’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진한 기자

그가 인정 받는 또다른 이유는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일상적인 말로 와인을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와인업계에서는 와인 맛을 표현할 때 ‘밸런스(balance)’란 표현을 흔히 사용하죠. 하지만 와인을 처음 접한 분들은 밸런스라면 뭔지 몰라요. 저는 레몬과 설탕을 예로 들어요. ‘유리잔에 물을 붓고 레몬을 쥐어짜 레몬즙을 섞는다. 설탕을 조금씩 더하면 차츰 달아지면서 신맛이 줄어든다. 그렇게 하다가 시지도 달지도 않은, 균형이 딱 맞는 상태를 밸런스가 좋다고 한다’라는 식이죠.”

많은 와인애호가들이 ‘한식과 와인은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씨는 “한식은 반찬이 여럿 나오고 다양한 식재료가 한 상에서 섞이기 때문에 이를 맞출 와인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화이트와인이 한식과 두루 어울리는 편입니다. 오스트리아산(産) 그뤼너펠트리너(Gruner Veltliner) 품종 화이트와인이 한식과 좋더라고요. 레드와인 중에서는 ‘샤토뇌프뒤파프’ 등 프랑스 남부 론(Rhone) 지역 와인이 불고기·갈비 같은 고기요리와 어울리고요.”

하씨는 손님에게 식사에 곁들일 음료를 추천할 때 와인만 고집하진 않는다. 그는 “더 어울린다면 와인 대신 맥주나 사케(일본 청주)를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굳이 한식에 와인을 마실 필요가 있을까? “여러 음료 중에서 와인만큼 폭이 넓고 프랑스·미국·일본·한국 등 여러 나라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는 없습니다. 맥주가 음식의 맛을 해치진 않는 술도 있어요. 하지만 와인처럼 음식의 맛을 끌어올려주는 음료는 없습니다.”

그는 “소믈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와인 지식이 아닌 ‘피플 스킬’ 즉 손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라고 단언했다. “손님의 성향을 파악할 단서는 테이블에 널려 있지요. 서비스 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모든 단서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씨는 “최악의 손님은 다른 소믈리에들”이라며 “와인에 대해 다 아니까, 아니 다 안다고 착각하니까”라며 웃었다.

 

1월21일자 문화면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와인 지식보다 사람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제일 와닿더군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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