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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마법처럼 시원한 맛, 대구탕 - 김성윤의 맛
마법처럼 시원한 맛, 대구탕

대구탕 끓이는 과정을 보지 않았다면 외포항 일대 식당 주인들이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다고 의심했을 지 모르겠다. 재료라고는 대구와 납작하게 썬 무, 소금, 파, 물이 전부다. 끓여 내온 대구탕 국물은 투명하게 맑다. 그런데 한 수저 떠보면 깜짝 놀란다.

맑게 끓이는 경남식 대구탕. 이리가 터지며 고소함을 더한다. /사진=한준호 기자

맑게 끓이는 경남식 대구탕. 이리가 터지며 고소함을 더한다. /사진=한준호 기자

가벼우면서도 깊은, 공존하기 힘든 대조적인 두 종류의 감칠맛이 입안에 퍼진다. 눈처럼 흰 대구살은 씹을 틈도 없이 포슬포슬 부드럽게 녹는다. 식당 주인들은 “진해만에서 잡은 생대구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좋은 식재료의 힘은 마법처럼 강하다.

대구탕에는 살과 함께 이리(생선의 정액 덩어리)가 가득 들어있다. 꾸불꾸불 내장처럼 생긴 흰 덩어리다. 대구탕 속에 들어있는 이리가 터질 때가 어쩌면 대구탕 맛이 정점에 오르는 때일지 모른다. 이리가 터지면서 속에 있던 뽀얀 흰색 액체가 대구탕 전체로 퍼진다. 맑고 투명하던 국물에 진하지만 텁텁하지 않은 고소한 맛이 섞여든다. 생크림을 섞어도 이만큼 고소하진 않을 듯하다. 이 이리 덕분에 대구는 수컷이 암컷보다 비싼 흔찮은 식재료다. 특히 진해만을 끼고 있는 경남 해안지역에서는 수컷 대구를 넣고 끓인 떡국을 별미로 친다.

대구탕을 먹으러 인파가 몰려드는 인파로 경남 거제 외포항은 주말마다 북적댄다. 대구가 인기를 끌자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외에도 대구회와 대구찜도 신 메뉴로 내놓기 시작했다.

꾸둑꾸둑하게 말린 대구를 옛날식으로 양념없이 쪘다. 양념에 가려졌던 대구 자체의 감칠맛이 도드라진다. /사진=한준호 기자

꾸둑꾸둑하게 말린 대구를 옛날식으로 양념없이 쪘다. 양념에 가려졌던 대구 자체의 감칠맛이 도드라진다. /사진=한준호 기자

아쉽게도 회와 찜을 맛보고 나면 대구는 탕을 위해 최적화된 생선이란 생각이 든다.

대구는 회로 먹기에는 살이 퍽퍽하다. 광어나 도다리 같은 차진 식감을 기대한다면 무척 실망한다. 흰살생선 특유의 단맛 내지는 감칠맛도 부족하다. 그래서 일부 식당에선 대구를 며칠 숙성시킨 다음 회로 내기도 한다. 숙성과정을 통해서 감칠맛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칠맛이 증가하는만큼 한국인이 선호하는 차지고 쫄깃한 식감은 사라진다.

아귀찜처럼 맵게 만드는 대구찜은 회보다는 낫지만, 다른 생선으로 요리한 찜보다 훨씬 낫다고 하기는 힘들다.

외포항에는 식당이 열 곳 정도 있다. 식당마다 대구탕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다들 상향평준화돼 별 차이는 없다. 대구탕 1만5000원, 대구떡국 1만원, 대구회·찜은 6만·8만·10만원짜리와 더 큰 것도 있다. 일행 전체가 대구탕을 시키기보다는 역시 겨울이 제철인 물메기로 끓인 물메기탕(1만원)을 하나 시켜서 맛봐도 좋다. 시원한 국물은 어쩌면 대구탕을 능가하면서도, 흐물흐물 젤리 같은 식감이 대구살과는 완전히 다르다.

거제 외포항 수협 경매에 나온 생대구. 비싼 수컷과 싼 암컷이 쌍으로 경매된다. 암수 구분이 힘들어서 수컷 표시를 따로 해놓기도 한다. 배를 눌러봐서 배꼽으로 알이 삐져나오면 암컷, 이리면 수컷이다.

거제 외포항 수협 경매에 나온 생대구. 비싼 수컷과 싼 암컷이 쌍으로 경매된다. 암수 구분이 힘들어서 수컷 표시를 따로 해놓기도 한다. 배를 눌러봐서 배꼽으로 알이 삐져나오면 암컷, 이리면 수컷이다.

이리가 든 수컷만 찾는 바람에 대구 암컷은 훨씬 싸지만 사려는 이가 별로 없다. 그래서 외포항 상인들은 대개 수컷과 암컷을 쌍으로 판매한다. 60㎝ 이상인 중(中)자 대구 암수 한 쌍이 6만8000원, 70㎝ 이상 대(大)자는 한 쌍이 8만8000원이다. 45㎝ 이하 소(小)자는 3마리에 6만8000원이다. 대구 가격은 그날그날의 경매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드럽고 수분이 많은 생대구는 집에서 손질하거나 요리하기가 힘들 수 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건대구가 어쩌면 요리도 손쉽고 집에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아무 양념 없이 살짝 쪄서 초고추장이나 간장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가격도 생대구보다 저렴하다. 소자 2만8000원, 중자는 3만8000원, 대자 4만8000원이다.

서울 등지에서 먹는 대구탕은 대개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다. 거제, 마산, 진해 등 대구의 ‘본산지’인 경남 진해만 일대 지역에서는 대구탕을 맑고 시원하게 끓인다. 이리(생선의 정액 덩어리)에서 뽀얀 국물이 우러나기에 대구 수컷이 암컷보다 더 비싸다.

 

경남식 맑은 대구탕 끓이는 법

재료: 대구 1/2마리(중간 크기 기준), 무 1토막, 대파 1/2대, 소금(또는 조선간장) 약간(3~4인분 기준)

1. 대구를 먹을만한 크기로 토막낸다. 이리를 따로 둔다. 대파는 어슷썰기 한다.
2. 냄비에 물을 넉넉하게 붓는다. 납작 썬 무를 더해 끓인다.
3. 물이 끓으면 대구와 이리를 넣는다.
4. 대구살이 하얗게 익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국그릇에 담고 소금으로 간 한다. 대파를 얹어 낸다.
* 무와 함께 다시마를 넣으면 국물이 더 시원하다. 콩나물을 넣고 국 끓이는 지방이나 집안도 있다.

 

1월29일자 주말매거진 섹션에 쓴 기사입니다. 맑으면서도 진한 감칠맛이 시원하게 퍼지는 대구탕 국물이 생각만해도 몹시 그립습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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