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집집마다 “비타민을 섭취하겠다”며 귤 한 상자씩 사다가 다용도실에 놓아두게 마련이다. 올겨울 귤 풍작이라 선물로도 꽤 들어온다. 문제는 상자의 절반을 채 비우기도 전에 문드러지거나 썩어서 버리는 귤이 더 많다는 점. 귤은 껍질이 얇고 여린데다 수분이 많아 특히 쉽게 상하는 과일이다. 겨울이라고 과일이 귀한 시절도 아니라 버려지는 귤이 더욱 늘어나는 상황. 아까운 귤, 버리지 않고 상자 바닥까지 알뜰하게 먹어 치우는 방법은 없을까.
‘싱싱한 아이들’ ‘빨리 먹을 아이들’로 우선 분류
‘과일요리’란 요리책을 냈던 요리연구가 방영아씨는 “귤뿐 아니라 과일을 사다 놓으면 가장 먼저 ‘분류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귤 상자가 도착하면 뜯어서 전부 꺼내 ‘싱싱한 아이들’과 ‘빨리 먹을 아이들’로 구분하셔야되요. 싱싱하고 상태가 좋은 귤은 깨끗이 씻고 물기를 최대한 말리세요. 물기가 있을수록 상하기 쉬우니까요. 그런 다음 냉장보관해놓고 드시면 되요.”
스무디·소스…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귤 조림
상했거나 무르기 직전인 귤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음료로 만든다. 상태 안 좋은 귤이 상자 아래쪽에 있으면 썩으면서 다른 귤도 더 빨리 상하게 하니 반드시 솎아낸다. 귤을 활용한 음식으로는 잼이나 조림 등이, 음료로는 감귤차·오렌지감귤주 따위가 있다. 방영아씨는 “잼보다 조림이 더 활용도 높다”고 말했다. 과일 조림은 설탕을 넣고 조린다는 점은 잼과 같지만 설탕이 덜 들어가고 덜 조린다. 수분이 더 많고 신선한 맛이지만 잼보다는 보존기간이 짧다.
방영아씨는 “과일과 설탕을 무게 기준 2 대 1로 넣는다고 기억하면 쉽다”고 말했다. “설탕은 흑설탕보다는 흰설탕이 조림이나 잼 만들 땐 더 좋아요. 흰설탕이 더 정제돼 건강에 덜 좋다고 하지만, 그만큼 더 순수한 당(糖)이기 때문에 저장성은 더 좋아요.”
과일 조림은 냉장고에서 6개월 정도 보관 가능하다. 귤 조림을 달지 않은 플레인요거트와 섞어서 믹서기에 갈면 ‘귤 요거트 스무디’가 된다. 고기를 굽다가 나온 기름과 육즙에 곱게 간 귤 조림을 더해 살짝 끓이면 훌륭한 소스가 된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닭고기나 돼지고기, 생선요리와 특히 어울린다. 튀김요리와도 궁합이 좋다.
귤병조림
귤 과육 400g, 설탕 200g, 화이트와인 2컵, 레몬 슬라이스 1쪽, 계피 1조각
1. 두꺼운 냄비에 화이트와인과 설탕, 계피를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끓인다. 귤 과육과 레몬 슬라이스를 더해 약한불에서 10~15분 조린다.
2. 귤이 말갛게 조려지면 불에서 내리고 레몬 슬라이스와 계피를 건져낸다.
3. 한김 식으면 유리병에 담아 냉장보관한다.
* 화이트와이은 청주로 대체할 수 있다.
귤요거트스무디
귤병조림 200g, 사과 1/2개, 플레인요거트 6큰술, 코코넛오일 2큰술, 레몬즙 2큰술, 물 1컵
1. 믹서기에 귤과육과 사과, 플레인 요거트, 코코넛오일, 레몬즙, 물을 넣고 곱게 간다.
2. 컵에 담아 낸다.
* 사과, 코코넛오일, 레몬즙, 물은 입맛에 따라 양을 조절하거나 빼도 된다.
귤소스 닭가슴살구이
닭가슴살 3장, 화이트와인 2큰술, 귤병조림 1컵, 청·홍피망 1/6개씩, 꿀 2작은술, 다진 파슬리 1큰술, 밀가루 3큰술, 로즈마리 1/8작은술, 타임 1/8작은술, 마늘가루 1/3작은술, 버터·올리브오일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1. 닭가슴살을 화이트와인과 소금, 후춧가루에 20분 정도 재운 뒤 5㎜ 두께로 저민다.
2. 귤병조림 1/2컵을 물 1/2컵과 함께 믹서기에 간다.
3. 청·홍피망은 씨를 빼고 가늘게 채 썬다.
4. 밀가루에 로즈마리, 타임, 마늘가루, 소금, 후춧가루를 섞어 1의 닭가슴살에 고루 묻힌다.
5. 프라이팬에 버터와 올리브유오일을 두르고 닭가슴살을 3~4분 익힌다. 남겨둔 귤 과육 1/2컵과 2의 귤즙을 더해 3~4분 더 익힌 뒤 접시에 담는다.
6. 프라이팬에 꿀과 3의 청·홍피망을 넣고 살짝 끓이다 소금으로 간 한다.
8. 닭가슴살에 6의 소스를 끼얹어 완성한다.
오렌지 감귤주
오렌지 4개, 귤 6개, 소주(담금주) 2L, 설탕 1컵, 베이킹소다·굵은 소금 약간씩
1. 오렌지와 귤을 깨끗이 씻어 베이킹소다 푼 물에 30분 담갔다가 굵은 소금으로 문지른 다음 깨끗한 물에 씻는다.
2. 손질한 오렌지와 귤은 껍질째 얇게 썬다. 설탕을 넣고 고루 버무린다.
3. 소독한 유리병에 2를 담고 소주를 부어 밀봉한다. 햇빛이 없는 서늘한 곳에서 한 달 정도 숙성시킨다. 체에 걸러 액체만 병에 보관한다.
감귤차
귤 10개, 설탕 150g, 물 적당량, 잣·굵은 소금 약간씩
1. 귤은 껍질째 깨끗이 씻어 굵은 소금으로 문지르고 다시 흐르는 물에 씻어 과육과 껍질로 나눈다.
2. 귤 껍질은 가늘게 채썰어 서늘한 곳에서 말린 뒤 지퍼백에 밀봉해 냉장보관한다.
3. 귤 과육은 하나씩 떼어 유리병에 담고 설탕을 켜켜이 뿌려 재운다. 설탕이 녹으면 냉장보관한다.
4. 냄비에 2의 껍질과 3의 과육을 담고 물을 부어 약한불에 끓인다.
5. 따뜻하게 끓인 감귤차를 컵에 담고 잣을 띄워 마신다.
출처=병 속의 사계절(수퍼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