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정말 쓸데없는 짓인가

두 살 위 아내는 억척스러운 여자다. 여행지에서 어디 한 군데 머무르는 법이 없다. 하나라도 더 들러야 하고 한군데라도 더 돌아봐야 한다. 어렵게 시간 내서 마련한 기회이니 그만큼 본전을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여행지에서만큼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책 제목처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여행은 강행군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더 빡쎈 날들이 이어진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기 위해 떠나온 휴가라고 할 수 없다.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방전을 일으키는 시간이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독일로 9박 10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독일어를 공부 중인 큰 아이에게 독일에 대해 경험을 시켜주고 독일어를 써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사정이 있어 내가 직접 여행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아내에게 맡겼더니 패키지여행보다 더 빡빡하게 일정을 만들어 놓았다. 독일에서는 힘들었지만 그나마 아내가 욕심을 부렸기에 웬만한 독일의 유명 여행지는 다 가볼 수 있었다며 자위해 본다. 물론 자유여행의 장점이 느긋하게 즐기는 데 있다면 그런 장점을 하나도 누리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운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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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내지만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의 기억은 순전히 내 몫이다. 아내보다 기억력이 좋다거나 특별히 영특하기 때문이 아니다. 두 살이나 젊어서도 아니다. 아내는 여행의 기억을 간직하기만 할 뿐이고 나는 그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기억은 짧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아내의 기억은 짧은 반면 내 기록은 생명력이 길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에 대한 기억은 흐려져 가는 데 비해서 그때 남긴 기록은 언제든지 다시 꺼내볼 수 있다. 기록이란 정말 위대하다.

그래도 가끔은 블로그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도 있지’라던 ‘옛사랑’의 노랫말처럼 말이다. 그 많은 사진 중에서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골라야 하고 꾸미고 다듬어야 한다. 이야기도 추가해야 하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터넷에 올려야 한다. 나 좋다고 하는 일이지만 뭐하러 이 짓을 하고 있는지 가끔은 되물어 볼 때도 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되는 일도 아니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내가 좋아서 할 뿐이다. 이 짓을 당장 멈춘다 해도 그만이다.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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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언젠가 잊힐 기억이 억울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다. 오늘 조금 힘들어도 내일이면 잘했다며 흐뭇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오늘 정리하지 않으면 내일은 잊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살아온 날, 내가 지나온 길이 그렇게 허무하게 잊힌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아무리 하찮은 개인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그 개인에게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일기장으로 대신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아니면 개인 컴퓨터에 정리해도 된다. 그럼에도 블로그를 이용하는 것은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정보가 되기를 바라는 이유에서다. 세상의 그 누구도 세상의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는 없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부분은 직접 경험보다는 간접 경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본 곳, 내가 경험한 일, 내가 느낀 감정들은 모두 가치 있는 간접 경험의 대상이다. 내가 다른 이의 경험에서 얻은 만큼 다른 누군가도 내 경험에서 배우게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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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블로그에서 로빈타임즈(blog.chosun.com/unme)로 활동한 지 어언 10여 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누적방문자 수가 2500만 명을 넘어섰다.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나 티스토리(www.tistory.com) 같은 대형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가 아닌 변방 마이너 블로그의 성적치고는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블로거로 살아온 지난 10여 년의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에 대한 증거라 믿고 싶다. 조선닷컴 블로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런 조선블로그가 사라진다면 무척 슬플 것 같다. 한동안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절반이 여기에 남아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남아 있으리라 기대했었으므로. 내 인생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계속되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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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와 조선닷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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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네이버(www.naver.com)를 표현할 때 공룡이라는 말과 함께 골리앗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덩치가 크고 힘도 쎈 존재라는 의미다. 하지만 네이버가 처음부터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은 아니다. 네이버 역시 초창기에는 야후(www.yahoo.com)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에 불과했었다. 골리앗을 무너뜨리고 종내에는 패권을 잡는 위대한 다윗이 아니라 자기 주제도 모르고 거인과 맞서겠다고 나선 애송이 다윗 말이다.

네이버는 검색 포탈을 지향했다. 그러나 명색이 검색 포탈임에도 변변한 한글 자료가 많지 않아 외국 사이트들을 뒤져야만 했으니 절망을 느낄 만도 했다. 그대로는 기존의 경쟁자들과 상대하기에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한글 자료 확충에 나섰고 그 결과 네이버만의 독특한 서비스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름하여 지식인 서비스다. 오늘의 네이버를 만든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로 지식인 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지식인이 불러온 결과는 대단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창대하기 그지없었다. 야후나 라이코스(www.lycos.com), 또는 알타비스타(www.altavista.com) 등 외국의 검색 서비스로 자료를 찾던 사람들이 네이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르거나 난해한 문제가 생기면 ‘지식인에게 물어봐’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지식인은 그렇게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지식인이 시작이었다면 그 뒤를 받쳐준 것은 메일과 블로그-카페였다. 일인자를 따라 하는 전형적인 미투 서비스로 시작한 네이버 메일은 다음(www.daum.net)이라는 공룡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다음에서 실시한 온라인 우표제라는 희대의 막장 정책에 힘입어 네이버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네이버 메일의 성공은 네이버의 저력이라기보다는 헛발질로 네이버를 도와준 다음의 공이 더 큰 셈이었다.

네이버에게 블로그와 카페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식인과 메일이 필요할 때만 가끔씩 들리는 일종의 뜨내기손님을 위한 서비스였다면 블로그와 카페는 수시로 들러서 자리 잡고 앉아 종일토록 노닥거리는 단골손님을 위한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길거리에서 호객해야 손님을 불러들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손님 스스로 알아서 찾아오도록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만큼 네이버는 영악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았고, 설령 정확하지는 않더래도 어떻게든 비슷하게라도 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사람들을 최대한 자신들의 단골로 끌어들였다. 네이버의 지식인, 메일, 블로그, 카페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네이버에게 본받아야 할 점은 공룡이나 골리앗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다. 한때 미소년에 불과했던 다윗이 골리앗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유심히 봐야만 한다. 그리고 네이버가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바로 틈새시장이다.

조선닷컴은 지난 2004년부터 블로그 서비스(blog.chosun.com)를 제공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보면 네이버와 상대가 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알차게 지난 10년을 이어왔다. 네이버와 규모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규모로 따진다면 네이버를 상대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규모보다는 가능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앞에서 말한 틈새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조선닷컴 블로거들은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해외 이용자도 적지 않다. 그들이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네이버가 아닌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조선닷컴에서 활동하는 것은 조선닷컴 나름의 매력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도 글쓰기의 즐거움을 찾았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으며, 하루하루 보람있게 사는 법을 깨달았다.

칠순의 노구를 이끌고 나들이에 다녀온 이는 찍은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낙으로 삼는다. 젊은이들도 귀찮다고 미루는 일을 부지런히 해내는 것이다. 나들이 다녀온 것이 즐겁고, 그 내용을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사는 이야기들을 통해 위로받기도 한다.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웃어 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울어 주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옆집에 사는 이웃인 양 친근한 느낌으로 안부를 묻기도 한다. 멀리 있는 친척도 이웃 사촌만 못하다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게 만든다. 그러니 이들을 블로그 사촌이라 할 만하다.

이들에게 조선닷컴 블로그는 사랑방 같은 존재다. 언제라도 찾아가면 반가운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곳 말이다. 그 사랑방에서 오래도록 머물며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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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비행 그리고 맥주의 왕

대한항공 버드와이저
대한항공 버드와이저

 

天若不愛酒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酒星不在天 :”주성”이 어찌 하늘에 있으리오
地若不愛酒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地應不在酒 :땅은 당연히 술을 두지 않았으리라
天地旣愛酒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거늘
愛酒不愧天 :술을 사랑하는 것이 어찌 하늘에 부끄러울까
己聞淸比聖 :내가 들으니 청주는 성인에 비겼고, 탁주는 현인에 비겼도다.
後道濁如覽 :현과 성을 이미 마셨으니, 하필 신선을 다시 구하리오.
三杯通大道 :석잔의 술은 큰 도를 통하고
一斗合自然 :한 말의 술은 자연과 하나가 되나니
但得酒中趣 :다만 나는 취중의 그 흥취를 즐길 뿐
勿爲醒者傳 :술 못 마시는 속물들을 위해 아예 그 참 맛을 알려줄 생각이 없노라.

– 月下濁酌 – 李白 (이백의 월하독작)

비행기를 타면 의례 맥주부터 주문한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셔야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 고독을 씹으면서 마시는 맥주의 맛도 제법이기 때문이다.

수백명과 함께 하는 공간이지만

월하독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나만의 시간.

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맥주를 마신다.

한국인이 현금을 좋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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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현금을 좋아한다는데…

정확히 말하면 현금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현금 외에는 쓸 줄 모른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한국에서야 어디서든 카드가 통하니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지만

웬만해서는 카드를 받지 않는 해외에서는 현금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다.

여행자 수표를 쓰면 편하다지만

열에 아홉은 쓸 줄 모르니 그냥 맘 편하게 현금으로.

장기 체류가 아니라면

은행 캐시 단말기에서 소액으로 조금씩 현금서비스를 받는 것도 방법.

다녀와서 바로 갚아버리면 이자도 얼마 되지 않더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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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야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요기 베라(Yogi Berra)의 명언이다.

기회는 다시 올 수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처럼

패색이 짙어가던 9회말 조인성의 동점 투런포가 터졌고

연장 10회말 밀어내기로 후반기 첫경기부터 짜릿한 역전승을 따낸 한화.

그래서 한화 야구를 마약같다고 하는 건가.

장거리 여행자를 위해 제공하는 USB 충전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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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자를 위해 제공하는 USB 충전단자.

휴대폰을 꺼놓으면 배터리 소모야 줄겠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글이라도 읽으려면 스마트폰은 필수.

비행기 좌석에 USB 단자 하나가 추가되면서 이제는 부담없이 스마트폰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작은 변화지만 어쨌든 세상은 계속 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