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닭.장어는 명함도 못 내밀던 ‘양반 보양식’ 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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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데친 껍질이 붙은 민어뱃살회. 부드럽고 담백한 감칠맛이 일품인 민어회에 껍질의 고소한 기름기가 더해져

별미입니다. 남해일식에서 유창우 기자가 찍었습니다.

여름 보양식이라고 하면 닭·개·장어 따위가 자웅을 겨루고 있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이들이 명함도 내밀지 못하던 생선이 있다. 민어(民魚)다. 과거에는 회어(魚+回 魚·‘동의보감’), 면어(魚+免 魚·‘습유기’)라 부르기도 했다. 보신탕이나 삼계탕은 평민들이 먹었고, 사대부들은 민어탕을 즐겼다.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다.

당당한 풍채…버릴 게 없다

사대부들이 민어를 선호한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일단 풍채가 당당하다. 몸길이가 적어도 70㎝, 크게는 1가 넘기도 한다. 몸무게가 10㎏은 나가야 제대로 맛이 난다고 한다. 30㎏ 가까이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선이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가시가 적고 살이 많아 먹기 편하다. 그래서 전(煎) 감으론 민어를 최고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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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킬로그램짜리 민어. 이것도 큰데, 10킬로그램 이상 나가야 제 맛이 난다고 하죠. 대가리는 구렁이를 닮은 것이

좀 징그럽긴 합니다. 신안 증도 수협공판장에서 찍었습니다. 사진=유창우 기자

민어는 한반도 근해 깊이 15~100 진흙 질 연안에 산다. 가을이면 제주도 근해로 이동해 겨울을 나고, 여름이면 서해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국내산은 몸의 폭이 좁은 반면, 수입산은 폭이 넓다. 또 국내산은 등이 짙은 청회색에 배가 연한 회색이나, 외국산은 등의 청회색이 국내산보다 옅고 배도 흰색이다.
민어가 여름 보양식이 된 건 이때(7~8월)가 제철이기 때문이다. 민어는 8월 산란기를 앞두고 몸집도 커지고 기름도 가장 오른다. 민어요리로 이름난 서울 용산구 ‘남해일식’ 박태식 주방장은 “6월 중순부터 7월 말 알 배기 직전까지는 암컷이 맛있고, 8월 초 암컷이 알을 배기 시작한 후부터는 수컷이 더 낫다”고 했다. 알 밴 암컷은 알에 영양이 쏠리기 때문에 살에서 기름기가 빠져 퍽퍽하다.
민어회는 떡처럼 도톰하게 썰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 보면 ‘이렇게 두꺼운 회를 어찌 씹어 먹나’ 싶지만 부드럽고 차지기가 인절미 같다. 씹을수록 살에서 단맛이 배 나와 입안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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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탕. 남해일식 주방장박태식 부장은 "민어 대가리와 뼈를 5시간 이상 푹 고아서 만든다"고 했습니다.이렇게

끓이는 건 장점과 단점이 있죠. 장점이라면 국물이 기가 막히게 진한 진국이란거죠.대신 살이 모두 뭉그러져

폼은 나지 않습니다. 언뜻 봐선 추어탕과 별 구분이 안가더라구요. 박 부장은 또 "민어탕은 애호박과 고사리를 꼭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라도 스타일인 듯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서울 토박이인데, 애호박은 넣지만 고사리는

넣지 않거든요. 사진=유창우 기자

민어는 비늘과 쓸개 빼고는 버리는 부위가 없달 정도로 알뜰한 생선이다. 포를 떠서 회와 전으로 먹고 남은 살과 머리, 뼈로는 매운탕을 끓인다. 과거 양반들은 쇠고기와 무로 끓인 국물과 쌀뜨물에 민어와 파, 미나리를 넣고 끓인 고급 탕국 ‘민어감정’도 즐겼다. 부레와 껍질은 살짝 데쳐서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 별미다. 민어알은 으뜸 어란 재료로 꼽힌다. 아가미에 붙어 있는 부레는 값비싼 한약재이기도 하다. 부레를 잘게 잘라 볶으면 진주 같은 구슬 모양이 된다. ‘아교구(阿膠球)’라고 한다. 허약 체질 개선과 피로 회복에, 토혈·코피·설사를 다스리는 데 한약재로 쓴다.

조기와 사촌…신안이 주생산지

민어는 조기와 같이 경골어류 농어목 민어과에 속한다. 영어 이름도 민어는 ‘크로커(croaker)’, 조기는 ‘옐로크로커(yellow croaker)’이다. 영양성분도 서로 비슷하다.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준다’고 해서 ‘조기(助氣)’라지만 분석해보면 다른 생선에 비해 영양소가 특출하지 않은 것처럼, 민어도 과학적으론 영양성분이 다른 생선보다 대단하지는 않다.
전남 신안군에 속한 작은 섬 재원도에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민어 파시(波市)가 열렸다. 재원도 토박이들은 “여름 산란기가 되면 알을 낳으러 몰려든 민어가 ‘꺽꺽’ 우는소리에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남획으로 지금은 민어잡이가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재원도 일대는 여전히 민어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다. 하지만 잡은 민어는 재원도가 아니라 같은 신안군에 속한 증도면 지도읍 송도 수협 어판장에 모인다. 재원도 바로 옆에 있다. 재원도와 마찬가지로 섬이지만, 다리로 뭍과 연결돼 민어를 비롯해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모든 해산물이 여기에 모여 거래되고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송도수협공판장 중개인이자 ‘유달수산’ 주인인 주영자씨는 “요즘 민어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5㎏ 이하짜리는 1㎏당 3만원, 5㎏ 이상은 1㎏당 3만5000~4만원, 10㎏ 이상이면 1㎏당 4만~5만원쯤 한다”고 했다. 여기에 민어를 잡아서 먹기 알맞게 떠주는 비용이 1㎏당 1500원 추가된다. 주씨는 “7월 중순 이후부터는 물량도 늘어나고 가격도 조금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7월1일자 신문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민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좀 비쌉니다. 저희 집에서는 7월 중순쯤 맛보려고 합니다. 구름에

3 Comments

  1. 문복록

    2011년 7월 4일 at 10:31 오전

    해물 음식 말고도 골고루 호남 음식은 누가 무슨소리해도 여러해 여름철 반년을 돌면서 제일이다 하고싶고 사는 인심도 아직은 한국의 최고라 할것이다..문복록 경험적으로 제일 망서리는 곳이 경주다..   

  2. FM

    2011년 7월 4일 at 6:56 오후

    김기자님…괜찮은 민어집좀 소개좀 해주세요…
    아니면 직접 조각좀 해주세요…
    먹고싶은데 같이갈 사람이 없으니…   

  3. 金漢德

    2011년 7월 5일 at 11:25 오후

    호남 음식 맛 있는건 다 아는 사실이고
    경상도 특히 경주 음식 맛 없는건 알지만 굳이
    경주라고 여기에 밝히는 심사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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