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빵명인이 말하는 천연발효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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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이자르씨가 프랑스에서 가져온 자신의 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롯데호텔 제빵사들과 맛보며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이날 빵 참 맛있었습니다./사진=허재성 기자

오븐에서 갓 나온 바게트 빵을 미셸 이자르(Izard·49)씨가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가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자신의 발효종을 가져다 서울에서 직접 구운 바게트이다. 코를 가져다 대더니 냄새를 킁킁 맡아본다. 두 손으로 바게트를 반으로 자른다. 미(mie·빵의 속살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색깔을 살핀다. 크러스트(crust·껍질)와 미를 한꺼번에 떼더니 입에 넣고 우물우물거린다. “잘 됐네요!”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이자르씨는 프랑스에서 빵 명장(名匠)으로 꼽히는 이다. 자신의 빵집 ‘메종 뒤 불랑제(Maison du Boulanger)’ 4개를 운영하는 동시에 파리 투르 다르장(Tour d’Argent),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 등 프랑스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 최고급 레스토랑에 제빵기술을 컨설팅해주고 있다. 이자르씨가 최근 서울을 방문했다.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점이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제빵사들에게 자신의 빵 굽는 비법을 전수하는 자리에 가봤다.

이자르씨는 천연 발효를 이용한 빵 만드는 법이야말로 “제빵의 영혼”이라고 강조한다. 천연 발효 빵이란 과일이나 곡물, 채소 등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효모를 사용해 만드는 빵을 말한다. 우리나라 빵집은 대부분 베이킹소다나 이스트 등을 사용해 빵을 만들어왔으나, 지난해부터 천연 발효 빵을 내는 소형 빵집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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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르씨가 만든 다양한 빵들. 오른쪽 아래부터 바게트, 카카오를 넣은 카카오빵, 그리고 중간은 좀 애매하고 왼쪽 위 큼직한 빵은 ‘시골빵’이라는 의미의 뺑 캄파뉴입니다. /사진=허재성 기자

이자르씨는 “원래 모든 빵은 천연 발효 빵이었다”고 했다. “근대화 이후 제빵이 대형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천연 발효 대신 이스트를 주로 사용하게 됐죠. 이스트는 발효력이 센 효모균을 골라 폐당밀(설탕을 뽑아낸 찌꺼기)과 화학품으로 인공적으로 기른 발효균입니다. 사용하기 편하고 빨리 반죽이 부풀어오르죠. 대신 깊은 맛이나 풍미가 덜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유통기간이 짧고 소화가 덜 된다는 사람들도 있죠.”

제빵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는 천연 발효가 새로운 트렌드처럼 인식되지만, 본래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천연 발효가 오히려 전통적인 제빵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자르씨는 “프랑스도, 특히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는 천연 발효 빵이 대량생산체제에 밀려 찾아보기 쉽지 않아졌다”면서 “최근에는 천연 발효를 이용해 옛날 빵맛을 내려는 빵집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한국과 프랑스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빵 만드는 법과 맛을 선보인 이자르씨는 서울의 여러 빵집에서 사온 빵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대형 체인형 빵집의 바게트를 반으로 잘라 단면을 살펴본 이자르씨는 “표백한 밀가루를 사용한데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빵이라 바게트다운 향이 나지 않는다”면서 아예 맛보지도 않았다. 또 다른 대형 체인빵집의 크루아상은 “건과일을 많이 넣고 표면이 반짝거리도록 설탕물까지 발라 매일 식사로 먹기에는 너무 달다”고 했다. “한국에서 빵은 늘 먹는 식사라기보다는 간식이나 별식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강하다”고 하자, 이자르씨는 “스낵이나 디저트로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몇 년 전 한국에 들어온 프랑스 빵집의 바게트를 본 이자르씨는 “속살이 너무 희고 풍미를 맡을 수 없다”면서 “그 집 빵이 맞느냐”고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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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효모로잘 만든 빵은 구멍이 고루퍼져있지만

크기가 불규칙합니다. /사진=허재성 기자

빵을 먹어보지도 않고 맛을 평가하는 이자르씨에게 “제대로 잘 만든 빵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판별하는가”를 물었다. 그는 “와인처럼 오감(五感)을 활용하라”고 했다. “일단 껍질 색깔을 보세요. 잘 구워진 빵은 한눈에도 먹음직스럽죠. 누르스름 짙은 황금빛을 띱니다. 이제 냄새를 맡아보세요. 구수한 풍미가 올라올 거예요. 이제 손으로 느껴볼 차례예요. 두 손으로 빵을 갈라보세요. 껍질이 두툼합니다. 빵의 냄새가 더 강하게 올라오죠? 천연 발효 빵은 미생물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발효물질이 생성돼 향이 특히 깊어요. 약간 시큼한 듯한 냄새도 납니다. 빵 속은 희지만 약간 노르스름한 빛을 띱니다. 가스가 빠지면서 생기는 구멍이 고루 퍼져 있지만 크기가 균일하지는 않지요. 너무 하얗다면 표백한 밀가루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맛을 보세요. 밀 특유의 구수한 맛, 천연 효모에서 비롯된 시큼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깊이를 더합니다. 껍질은 두툼하면서 바삭해야 하고, 속은 쫄깃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드는 한국의 떡 같지는 않지요. 이제 제대로 된 빵입니다.”

/9월22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글입니다. 천연발효빵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취재였습니다. 그가 곧 다시 서울에 온다니, 기대가 됩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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