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와인의 조건-샤토 오브리옹 오너 로버트 룩셈부르크 왕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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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오브리옹을 소유한 ‘도멘 클라랑스 딜롱’ 사장인 로버트 룩셈부르크 왕자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오브리옹 열성 팬들을 많이 만났다는군요. 영국 사립학교에서 밴 상류층 영어가 무척 왕자답더군요. 사진은 허영한 기자가 찍었습니다.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은 역사적으로 많은 유명인사들이 사랑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초대 프랑스대사를 지내며 오브리옹에 반해 미국으로 수입하기까지 했고, 나폴레옹 몰락 이후 열린 빈회담의 주역으로 유명한 프랑스 외무상 탈레랑(Talleyrand)은 오브리옹을 사들여 자신이 주최한 만찬에 내기도 했다. 다섯 곳에 불과한 보르도 1등급 와인 중 하나로, 국내 소비자가격이 병당 210만~220만원이나 하는 최고급 와인이다.

오브리옹을 소유한 ‘도멘 클라랑스 딜롱(Clarence Dillon)’의 사장인 룩셈부르크 로버트 왕자(44)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로버트 왕자는 1935년 오브리옹을 사들인 미국 은행가 클레런스 딜런(Dillon)의 외증손으로, 어머니가 딜런의 손녀인 조안 딜런, 아버지는 룩셈부르크 찰스 왕자이다.

오브리옹이 뛰어난 건 소위 ‘테루아(terroir·프랑스어로 땅을 뜻함)’라고 불리는 포도원의 자연조건 덕분 아닌가.
“포도를 재배했다는 15세기 기록이 있고 16세기부터 와인이 뛰어나다고 소문 났으니 테루아가 훌륭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땅이 가진 잠재력을 발현시키는 건 인간의 몫이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 그것이 우리 가문에 부여된 의무(mandate)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다는건가.
“오브리옹은 보르도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동시에 가장 혁신적인 포도원이기도 하다. 보르도에서 처음으로 100% 새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시키는 시도를 했다. 지금은 다 그렇게 하지만 포도원에서 와인을 직접 병에 담고 라벨을 붙여 판매를 시작한 것도 우리다. 4년 전부터는 최첨단 사진분류(photo-sorting) 기술을 활용해 포도알을 골라내고 있다.”

오브리옹을 포함해 위대한 와인의 특징은 무엇일까.
“맛과 향이 풍성하지만 과도하지 않으면서 우아함을 지녀야 한다. 토양과 포도가 가진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야 한다.”

한국이나 아시아 와인 소비자들의 취향이 어떻다고 보나.
“옛부터 차(茶)를 마셔와서인지 타닌(tannin·와인과 차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에 민감한 듯하다. 다른 보르도 1등급 와인보다는 중국에서 덜 알려진 편이다. 한국 와인시장이 중국보다는 훨씬 성숙한 것 같다.”

한국음식을 맛본 적 있는가. 있다면 오브리옹과 궁합은 어떤가.
“김치를 좋아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미국 캘리포니아로 여행 갔다가 한식을 알게 됐다. 아쉽게도 와인의 타닌은 고추 매운맛과 상극이라, 오브리옹과 김치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클라랑델(Clarendelle·도멘 클라랑스 딜롱의 대중적 와인) 시리즈 중 로제와인(rose·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중간쯤 되는 맛을 가진 와인)은 오브리옹보다 타닌이 적고 단맛이 더 많아 김치와 썩 어울린다.”

/11월8일자 신문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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