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톱 셰프’에서 최종 3인 오른 한국계요리사 피에르 상 보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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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성공한 한국계 입양아 요리사 피에르 상 보이에. 한국계 입양아라는 말이 참 쓰기 싫지만, 어떻게 더 쉽고 간단하게 표현할 다른표현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사진은 성형주 기자가 찍었습니다.

“일곱 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후 17년만인 스물네 살 때 처음 한국에 돌아왔어요. 분명히 처음 본 한국음식인데 맛과 향이 너무 익숙해서 놀랐어요. 된장찌개나 고기·생선요리도 좋았지만 식혜, 미숫가루, 호떡, 약과 따위 단 음식들이 특히 맛있었어요. 아마 어릴 때 좋아했던 간식이었나봅니다.”

피에르 상 보이에(Boyer·32)는 한국계 입양아 요리사이다. 세계적 요리사 서바이벌 프로그램 ‘톱셰프(Top Chef)’ 프랑스 시즌2에서 최종 3인에 올라 화제가 됐다. 지난 6월에는 파리에 문 연 그의 식당 ‘피에르 상 인 오베르캄프(Pierre Sang in Oberkampf)’는 1시간씩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16~18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방한한 보이에를 15일 만났다.

보이에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를 입양한 양부모 가족 덕분이다.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요리하길 좋아하세요. 양어머니 집안에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분도 있고요. 지금도 집에 가면 할아버지와 산에 가서 버섯을 채집하고 송어 낚시도 가요. 제가 가장 즐기는 취미입니다.” 16살 때부터 프랑스와 영국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며 경력을 쌓았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톱 셰프’에는 친구 덕분에 우연히 출연하게 됐다. “어느날 프로그램 제작진이 본선 진출자로 뽑혔다고 전화해왔어요. 알고보니 입양돼 온 첫날 만난 제롬이란 옆집 동갑내기 친구가 제게 알리지도 않고 신청했더라구요. 당황했지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아 참가하기로 결정했죠.”

톱셰프에서 그는 뛰어난 요리실력과 유일한 동양계 요리사라는 점으로 화제를 모으며 프랑스에서 유명인이 됐다. 그는 “지금도 길 가다가 ‘톱 셰프에 나온 요리사’라고 환호하며 달려들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웃었다. “유명해진 덕분인지 식당을 열 때 은행으로부터 큰 어려움 없이 대출받을 수 있었으니 행운이죠.”

그의 중간 이름 ‘상’은 그의 한국 이름인 ‘김상만’에서 따왔다. 그는 “양부모님이 제 한국이름을 지켜주고 싶어서 등록하셨는데 담당 공무원 실수로 ‘상만’이 ‘상’이 됐다”며 “여러 번 변경 신청을 하셨지만 불가능했다고 한다”고 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 늘 궁금했던 그는 2004년 한국에 왔다. 서울의 한 프랑스 식당에서 잠시 일하던 그는 지금의 한국인 아내를 만나 2005년 결혼했고, 2007년에는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가 됐다. 매년 한국 처가집에 올 때마다 다양한 한국음식을 맛보는 보이에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식재료는 오미자이다. “다섯 가지 맛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요. 오미자로 소스를 만들어 치즈에 곁들이거나 디저트에 뿌려 내기도 합니다.”

그는 “한식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 번만 맛본 사람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프랑스에선 아직 한식이 인지도가 높지 않아요.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들에게 한식을 경험하게 하고 그들의 요리에 한식을 접목시키는 것도 한식 세계화에 한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프랑스 셰프들을 초청해 일본에서 프랑스 요리가 발전하도록 했고, 동시에 이 셰프들이 프랑스에 돌아가 자신들이 경험한 일식 재료와 조리법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죠.”

그의 식당에서는 모든 음식을 손님이 보는 앞에서 만든다. 식당 한가운데 가스레인지, 오븐 등 주방시설이 있고, 거기서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어 바로 손님에게 낸다. 그는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자기 요리가 만들어지는 걸 지켜보다가 ‘소금을 더 넣어달라’고 말하는 등 요리사와 손님 사이에 활발한 의견교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식당와 함께 오베르캄프(Oberkampf) 거리에 있는 채소가게, 푸줏간, 생선가게, 식료품점, 빵집에서 그날그날 재료를 받는다. 재료에 따라 메뉴는 매일 바뀐다. 그는 “신선한 재료로 요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지역 상인들도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음식은 조금씩 다양하고 저렴하게 낸다. 6코스로 구성된 저녁식사 1인분 가격이 35유로(약 5만원)으로, 파리의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 정도이다. 보이에는 “새로운 젊은 세대 손님들과 접점(contact)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돈이 별로 없잖아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음식을 즐길 수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되면 손님층이 점점 노령화되고, 새로운 손님층이 형성되지 않지요. 큰 부담 없이 맛있고 질 좋은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저처럼 젊은 요리사들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예약은 받지 않는다. 40석에 불과한 작은 식당이라 아예 처음부터 예약을 받을 계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는 순서대로 자리가 나면 앉아 식사한다. 유명세와 합리적인 가격, 음식 맛 덕분에 매일 만석이다. 줄서서 기다리는 문화가 없는 프랑스지만, 그의 식당만은 1시간씩 기다리는 손님들이 매일 길게 줄을 선다. 앞으로 자신의 음식을 한국사람들에게도 맛보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언젠간 ‘피에르 상 인 가로수길’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17일자 조선일보 사람들면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신문에는 지면이 좁아 그의 식당에 대한 부분이들어가지 못했죠. 식당 한복판에 있는 주방, 손님들과의 활발한 인터액션을 통한 요리, 저렴한 가격 등 여러 면에서 새롭더군요.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 전에 그의 음식을 우선 맛보고 어떤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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