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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스테이크 vs. 로스트비프 vs. 바비큐-맛 비교 - 김성윤의 맛
스테이크 vs. 로스트비프 vs. 바비큐-맛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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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프라임립 전문점 ‘로리스’가서울 강남역에문 열었습니다. 제대로 익힌 로스트비피, 한국에서 드물게 맛봤습니다. /사진=이경민 기자

고기 요리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두 부류로 정리된다. 하나는 건조한 열(dry heat)로 익히는 요리법들이고, 다른 하나는 습한 열(wet heat)로 익히는 요리법들이다. 습한 열로 익힌 고기 요리는 한국인에게 익숙하다. 수육이나 찜, 탕 따위가 습한 열에 의한 고기 요리들이다.

반면 건조한 열로 익히는 고기 요리는 한국인에게 낯설다. 직화(直火) 즉 불이 직접 닿게 해서 굽는 스테이크, 오븐에 넣어 뜨거운 공기로 익히는 로스트비프(roast beef), 장작을 태워 나오는 뜨거운 열과 연기로 훈연(燻煙·smoking)하는 바비큐(barbecue)가 대표적이다. 로스트비프·스테이크·바비큐를 각각 전문으로 하는 식당 세 곳이 최근 문 열었다. 각 요리법의 특징과 장단점을 맛보며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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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덩어리를 저온에서 천천히 익혀 육즙이 그대로 남아있는 ‘로리스’ 프라임립을 자르는 장면. 보기만 해도 그때

생각이 나서 군침이 돋네요. /사진=이경민 기자

로스트(roast)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익히는 요리 방식이다. 온도가 낮기 때문에 육즙이 상대적으로 덜 빠지고, 오래 익히는 과정에서 고기 풍미가 더 풍부해진다. 하지만 불에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풍미는 상대적으로 적다. 큼직한 고기가 어울리는 요리법이다.

로리스 더 프라임 립(Lawry’s The Prime Rib)은 1938년 미국 비벌리힐스에 문 연 로스트비프 명가(名家)다. 작년 11월 강남역 GT타워 3층에 서울점을 오픈했다. 미국산 최고급 프라임 립만 사용한다. 프라임 립은 소 갈빗살 중에서도 5번부터 13번 갈빗대 사이에 있는 최고급 부위를 말한다. 이곳 총괄 셰프 조희철씨는 “평균 20파운드(약 9㎏)짜리 고깃덩어리를 섭씨 100도 약간 밑에서 3시간 굽고, 이어 2시간 정도 60도에서 익힌다”고 말했다.

이렇게 익힌 프라임 립은 ‘우주선’이라고도 불리는 은빛 알루미늄 카트에 실려 손님상으로 나온다. 요리사가 손님이 주문하는 두께대로 잘라준다. 이경진 총지배인은 “한국 손님들이 ‘캘리포니아 컷’(170g)을 주로 주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로리 컷’(280)이나 ‘짐 브레이디 컷’(450g)도 많이 시키신다”고 했다. ‘잉글리시 컷’은 영국에서 로스트비프를 먹는 전통적 방식대로 얇게 3장으로 저미는데, 총량은 로리컷과 비슷한 180g이다.

뜨거운 접시에 담겨 나온 로스트비프는 테두리만 갈색이고 중앙은 핑크빛이다. 익지 않아서가 아니라, 고기를 천천히 낮은 온도에서 익히면 이런 색이 난다. 입안이 흥건할 정도로 육즙이 풍부하고, 노인이 먹기에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부드럽다. 스테이크 속에 수육을 채운 듯한 맛이다. 로스트비프와 함께 나오는 매시포테이토와 요크셔푸딩도 제대로다.

캘리포니아 컷 5만8000원, 잉글리시 컷 6만8000원, 로리 컷 8만2000원, 짐 브레이디 컷 12만8000원. (02)590-2800, www.lawry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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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T의 뉴욕 채끝등심 스테이크. 제가 처음 갔을 때는 약간 오버쿠킹 됐더군요.두 번째 확인하러 갔을 때는 다행히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만, 한국 손님들 취향에 맞추다가너무 굽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진=이경민 기자

열을 가하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고 뜨거워지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난다. 탄소가 질소, 산소와 결합하면서 생겨나는 화학적 결합물질들이 풀, 양파, 향신료, 꽃 등의 향을 발산한다. 스테이크는 로스트비프나 바비큐보다 마이야르 반응이 더 많이 일어난다. 덕분에 풍미가 좋다. 하지만 더 뜨거운 온도에서 굽는 과정에서 육즙이 빠져 퍽퍽할 수 있다.

지난 4일 문 연 JW메리어트동대문서울 호텔 2층에 자리 잡은 BLT스테이크는 ‘뉴욕 3대 스테이크 하우스’로 종종 꼽힌다. 서울점 개장을 위해 본사에서 파견된 요리사 클리포드 크룩스(Crooks)씨가 스테이크 굽는 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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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본사에서 오프닝을 위해 파견된클리포드 크룩스 셰프. 건장하고단단한 체격이 스테이크 요리사에 대해 가진

스테레오타입에 딱 들어맞더군요. 실제 보면 훨씬 멋집니다. 게다가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여성들이

설레하더군요. /사진=이경민 기자

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으로 끌어올린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그런 다음 브로일러(broiler)에 넣는다. BLT에서 스테이크 굽는 방식은 브로일(broil)이다. 불길을 고기 위에 내리쪼여서 익히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집에서는 불길이 아래에서 올라오는 그릴(grill) 방식으로 굽는다. 크룩스씨는 “그릴보다 브로일이 마이야르 반응을 더 크게 일으킨다”고 했다.

화씨 1500~1700도(섭씨 815~927도)로 굽다가 1000~1100도(538~592도)로 낮춘다. 원하는 굽기가 되면 꺼낸다. 바로 내지 않고 주방 카운터에 잠시 둔다. 이를 ‘레스팅(resting)’이라고 한다. 고기를 구우면서 표면으로 몰렸던 육즙이 고기 전체로 균일하게 다시 퍼져 퍽퍽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버터를 가열한 브라운드버터(browned butter)를 발라준다.

군데군데 까맣게 탈 정도로 겉은 확실하게 굽지만, 잘라보면 빨간 속살이 드러난다. 한국 사람들은 잘 익은(또는 너무 구운) 고기를 선호했기 때문에 원래의 굽기보다 많이 익히는 편이나, BLT는 기준에 충실한 편이다. 고기 맛이 놀랍도록 풍부하다. ‘불맛’이 강렬하게 식욕을 살린다. 로스트비프보다 풍미가 훨씬 강하지만, 육즙은 아무래도 덜하다.

미국산 소고기 안심 6온스 5만8000원·10온스 9만2000원, 미국산 프라임 뉴욕 채끝등심 14온스 9만8000원, 미국산 꽃등심 12온스 9만8000원. 한우와 호주산 소고기 스테이크도 있다. (02)2276-3330, jwmarriottddm.com

바비큐-빌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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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빌스트리트’의 스페어립. 제대로 훈연해 만든 바비큐는 잘라보면 고기 안쪽 테두리가 빨갛답니다. 고기에

든 피 속 헤모글로빈이 거기로 몰리기 때문이라네요. /사진=이경민 기자

바비큐는 장작을 태워 발생하는 연기와 열기로 익히는 요리다. 로스트비프와 비슷하지만, ‘스모크(smoke)’라고 하는 훈연향이 더해지면서 독특한 맛과 향을 갖게 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연기와 열기로만 익혀야 바비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난해 서울 홍대 앞에 문 연 ‘빌스트리트(Beale Street)’는 서울의 유일한 바비큐 식당이다. 이 식당 주인 최석준씨가 미국에서 직접 바비큐 그릴을 사가지고 들여왔다. 빌스트리트는 미국 테네시 멤피스의 유명 거리. 멤피스는 컨트리음악과 블루스만큼이나 바비큐로도 명성이 높은 도시다.

오후 3시, 매장에 들어서자 장작 태우는 기분 좋은 냄새가 가득했다. 점심과 저녁 영업 사이 쉬는 시간에 바비큐를 만들고 있었다. 이 식당 셰프 장지수씨가 바비큐 그릴에 장작을 채우고 불을 붙여 놓은 상태였다. 바비큐 그릴은 커다란 직사각형 드럼통 2개가 엇갈리게 붙은 모양으로, 아래쪽 드럼통에 장작을 태우면 열기와 연기가 위쪽 드럼통을 통과해 빠지도록 설계됐다. 장지수씨는 “연기의 양과 훈연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작은 참나무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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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스트리트’ 요리사 장지수씨가 점심과 저녁 중간 문 닫는 시간에 스페어립 등 바비큐를만드는 장면. /사진=이경민 기자

빌스트리트에서는 돼지·소·닭 등 여러 육류로 바비큐를 만들지만 스페어립(spare rib)이라고 하는 돼지갈비가 제일 잘 나간다. 가장 부드러운 스페어립은 화씨 270도(섭씨 약 130도)에서 150분 훈연한 다음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 130분 정도 촉촉하게 익힌다. 장지수씨는 “이렇게 훈연한 다음 1시간 정도 레스팅(resting)시켰을 때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스페어립 2만3000원(절반)·4만3000원, 비프 브리스켓(소 가슴살) 3만원, 치킨 바비큐 2만2000원. 돼지 껍데기를 바삭하게 튀기고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치차론(chicharron·4000원)은 강냉이처럼 구수하다. 맥주 안주로 바비큐만큼이나 어울린다. 수제·수입·생맥주와 칵테일을 다양하게 갖췄다. (02)322-0755

/2월20일자 주말매거진 섹션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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