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 오너셰프 르네 레드제피 인터뷰

세계 1등 식당의 비결…토종 식재료만으로, 딴 곳엔 없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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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의 르네 레드제피와 19일 롯데호텔 소공점 31층 클럽 라운지에서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사진=안웅철 사진작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부둣가에는 낡은 창고를 개조한 노마(Noma)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테이블이 11개에 불과한 작은 식당이지만, 세계 미식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덴마크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핵폭탄급이다. 세계 요리업계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세계 50대 식당’에서 2010~2012년과 2014년 1위로 선정됐다. 예약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매년 100만 명이 예약을 시도하며,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취소된 자리를 기다리는 이들이 하루 1500명을 넘는다.

노마로 인해 코펜하겐 관광산업이 11% 성장했으며, ‘노르딕(북유럽)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요리철학 덕분에 덴마크 농업·어업·낙농업까지 부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식당 오너셰프(주방장 겸 주인) 르네 레드제피(Redzepi·37)는 201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북유럽에서 나는 채소와 과일, 허브로만 만든 '노마'의 전채요리. 사진=Ditte Isager

북유럽에서 나는 채소와 과일, 허브로 만든 ‘노마’의 전채요리. 사진=Ditte Isager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TV조선 주최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해 ‘한식: 세계 3대 셰프에게 음식의 길을 묻다’ 세션에서 강의하기 위해 방한한 레드제피를 19일 만났다. 레드제피는 “다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을 선보인 것이 성공 비결 같다”고 말했다. “11년 전 노마를 오픈하기 전까지 코펜하겐의 최고급 식당은 정통 프랑스요리를 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맛볼 수 있는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 똑같은 음식을 맛보기 위해 뭣하러 춥고 우울한 덴마크까지 오겠어요?”

그가 요리사가 된 건 ‘우연’과 ‘친구’ 덕분이다. “부모님은 발칸반도 마케도니아 출신의 농부였죠. 15살 되던 해 제일 친한 친구가 요리학교에 간다길래 따라갔다가 요리가 저의 천직임을 깨닫게 됐답니다(웃음).”

코펜하겐의 여러 식당에서 일하던 레드제피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요리를 하고 싶어” 2003년 노마를 열었다. 노마만의 독특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식당 주변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만을 사용한다는 요리원칙을 세웠다. 서양요리에 필수인 올리브오일도 노마에는 없다. 북유럽에서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코펜하겐 주변 산과 들, 바다와 강에 자생하는 동식물을 수렵·채집해 요리로 만든다. 레드제피는 “단지 독특한 맛을 위해서만이 아니다”며 “비행기로 3일 걸려 날아온 냉동 고기와 30분 전 도축한 순록고기, 어떤 것이 더 신선하고 맛있겠나”라고 말했다.

식용 개미를 얹은 '노마'의 육회 요리. 사진=Ditte Isager

식용 개미를 얹은 육회. 사진=Ditte Isager

타임지가 레드제피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한 건 그가 맛은 물론 식재료의 지평을 넓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샐러드에 말린 개미를 뿌려 내거나 메뚜기를 애피타이저로 내기도 한다. “북유럽에는 레몬이 나지 않아요. 대체품을 찾다 우연히 개미를 먹어봤어요. 아삭하면서 톡 터지는 새콤한 맛이더군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했죠. 개미를 먹는 것이 이상할 지 모르나, 오랫동안 여러 문화권에서 중요한 단백질원이었지요. 개미와 새우가 비슷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새우는 되고 왜 개미는 안될까요? 따지고 보면 꿀은 벌이 꽃의 수분을 먹고서 게워낸 토사물입니다. 어려서부터 먹어서 익숙할 뿐이죠.”

수렵과 채집에 이어 레드제피가 세계 정상급 요리사들 사이에 유행시킨 전통 요리법은 발효이다. 레드제피는 주방 안에 ‘발효연구실(Fermentation Lab)’을 만들고 다양한 발효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빵, 초콜릿, 와인, 맥주, 커피 등 우리가 평소 인식 못하지만 인류가 먹고있는 수많은 음식이 발효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발효는 버려질 수밖에 없는 식재료를 맛있는 음식으로 변신시킵니다.”

'노마' 주방. 사진=Ditte Isager

‘노마’ 주방. 사진=Ditte Isager

발효에 대한 관심은 레드제피를 한식으로 이끌었다. 그는 “김치는 매우 훌륭하고 흥미로운 발효음식”이라며 “유럽에도 양배추를 발효한 ‘사우어크라우트’가 있지만, 백김치·통김치·무김치 등 수백 가지 김치를 개발한 한국만큼 다양하지 않다”고 말했다. “된장, 간장 등 발효음식을 중심으로 한식을 주방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 메주를 들여와 요리에 활용하는 법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청국장을 먹어봤는데, 일본 낫토는 그리 즐기지 않았지만 청국장은 좋네요. 매콤하게 무친 작은 뻘게(양념게장)도 맛봤는데, 아삭아삭 씹는 맛이 기막히더군요.”

'노마' 주방 뒤편에 있는 발효연구소(Fermentation Lab). 사진=Ditte Isager

‘노마’ 주방 뒤에 있는 발효연구소(Fermentation Lab). 사진=Ditte Isager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 최대 화제는 ‘노마 도쿄 이주’였다. 레드제피는 내년 1~2월 모든 요리·서비스 인력을 끌고 도쿄로 이동, ‘노마 도쿄’를 2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레드제피는 “코펜하겐에서 했던 것처럼, 도쿄에서는 일본에서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음식을 창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것일뿐 아시아 식문화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 도쿄는 첫 시도입니다. 앞으로 다른 대륙·도시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노마'의 메뚜기로 만든 요리. 사진=Ditte Isager

‘노마’의 메뚜기로 만든 요리. 사진=Ditte Isager

한식 세계화에 대해 묻자, 레드제피는 노마로 인해 덴마크가 큰 변화를 맞게 된 자신의 경험을 인용하며 “당신 주변에 있는 것들을 포용한다면 엄청난 가능성과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지루하고 평범해 보이겠지만, 곧 놀라게 될 겁니다. 단 무엇을 하건, 완전히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유행을 좇거나 그래야만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직관을 무시하는 것만큼 실망스런 일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하찮아 보이는 평범한 한국의 음식과 재료를 자신만의 요리로 재창조한다면 세계 미식가들에게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11월19일자 조선일보 종합 2면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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