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한장이면 기분 좋게 취하는 막걸리집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라던 천상병 시인, 막걸리 ‘곱빼기’를 들이켜자 ‘찌르르 하고 창자에 퍼지며 화끈하였다’(‘운수 좋은 날’)던 소설가 현진건. 한국인치고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없는 이가 있을까. 쓴 기억과 어울리는 게 소주라면, 아련한 이야기와는 막걸리가 좋다. 지갑에 1만원짜리 딱 한장 있는 날도 부담 없이 친구 한명 불러낼 수 있는 서울 시내 저렴한 막걸리 주점을 막걸리 애호가들이 추천했다.

글=김신영 기자 sky@chosun.com 김나라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 4년

추천=서울탁주제조협회 이봉흠 상무, 류태현(다음 카페 ‘전통주 만들기’ 회원), 우리테마투어 이승원 사장

‘늘푸른식당’

�����몃Ⅸ.jpg

늘푸른식당 모둠전 / 김신영 기자

아현동 시장 골목에서 16년째 장사 중이라는 유미자씨가 가게 앞에서 지지는 고소한 전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2일 오후 3시 월요일인데도 4인용 식탁 8개 중 7개가 ‘한잔’ 하는 사람들로 차 있다. 식탁 위마다 달콤하고 시원한 서울장수막걸리 초록색 병이 놓였다. 이 식당을 추천한 우리테마투어 이승원 사장은 “처음 셋이 와서 모둠전 대(大)를 시켰다가 접시 위에 산처럼 쌓인 전을 보고 경악했다”며 “배가 엄청 고프지 않다면 소(小)자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 6000원짜리 ‘모둠전 소’를 시켰더니 김치전 부추전 부침두부 동그랑땡 산적 호박전 생선전 고추전이 각각 두세 개씩, 접시 가득 나왔다. 막걸리 두병 곁들이면 딱 만원이다. 커다란 사발에 시원한 콩나물국이 기본 안주로 나온다. 비 오는 날이면 가게 앞 길게 뻗은 차양 아래로 떨어지는 ‘비 커튼’이 술 맛을 더한다는 평이다. 낮 12시~오후 11시. 2호선 아현역 3·4번 출구로 나와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 방향으로 걷다 오른쪽에 보이는 아현시장 입구로 들어가 ‘아현종로약국’ 맞은편. 마포구 아현2동 327-2·(02)362-9604

‘지지고 볶고 순대곱창볶음’

吏�吏�怨�蹂띔��.jpg

지지고볶고 순대곱장볶음/ 김신영 기자

네온사인 번쩍이는 신촌 현대백화점 쪽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분위기 완전 다른 시장 골목이 소박하게 뻗어 있다. ‘백악관나이트’ 간판이 크게 붙은 ‘신촌 다주 쇼핑’ 지하 시장 한쪽에 자리잡은 ‘지지고 볶고 순대곱창볶음’은 사장 박춘자씨의 ‘충청도 어머니 인심’으로 입소문이 났다. 영업을 시작한 25년 전만 해도 시장 앞길에 식탁을 놓고 장사를 크게 벌였었는데 ‘노점 장사 금지’ 지침이 내리면서 지금은 10명이 간신히 앉을 만한 ‘초미니 가게’로 맥을 이어오는 중이다. 가게 안쪽 식탁 두개엔 약 6명, 주인 아주머니가 순대를 볶는 좌판 앞에 ‘바(bar)’처럼 앉을 수 있는 동그란 의자 네개가 고작이지만 단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순대와 곱창을 깻잎 양배추 당면 양파 등과 함께 맵지 않게 넉넉히 볶아 고추장 양념에 찍어 후후 불며 먹는다. 지금은 현대식 건물로 모습을 바꿔 지나치게 깔끔해진 신림동 순대촌의 ‘옛 정취’가 그리운 사람들이 반길 듯하다. 바로 옆 일신정육점(02-336-9043)에서 삼겹살(300 5500원)을 사오면 3000원 정도 받고 양파 송송 썰어 넣고 볶아 준다. 서울장수막걸리를 섞다가 자꾸 터뜨려 흘리자 주인 아주머니가 ‘비법’을 가르쳐줬다. “막걸리를 뒤집어서유 막 흔들지 말고 몸통을 비벼서 섞으셔유. 다시 뒤집어서 여기 ‘장수’라고 쓰인 데를 서너 번 꾹 누르는 거유.” 순대·곱창볶음(보통 ‘반반’을 주문한다) 7000원, 막걸리 한병 2000원. 오후 1시~오후 9시30분. 신촌 지하철역 8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왼편 ‘신촌다주쇼핑’ 지하 1층. 마포구 노고산동 49-55·(02)3422-5989·010-3124-5989

망원동 ‘할머니빈대떡’

留����������癒몃��鍮�������.jpg

망원동 ‘할머니빈대떡’/ 김신영 기자

지붕이 없다면 딱 포장마차 분위기다. 동그란 원색 플라스틱 식탁과 의자가 옹기종기 놓였다. 낮부터 한잔 하는 주당(酒黨)들이 아지트 삼아 많이 찾는다. 의자에 앉자마자 기본 안주인 김칫국을 내준다. 녹두빈대떡 3000원, 해물파전·부추전·김치전 3000원, 술국 5000원. 파격적인 가격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노릇노릇 구어 십(十)자 모양으로 사등분해주는, 지름 한뼘 반 정도의 녹두빈대떡이 막걸리 안주론 제일 인기다. 안주가 싼 대신 서울장수막걸리는 한병 3000원을 받는다. 오전 10시~밤 12시.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에 보이는 농협 건물에서 시장 골목 안으로 20 정도 들어가면 왼쪽에 커다란 노란 간판이 보인다. 마포구 망원동 57-287·(02)334-2577

천호동 ‘할매집’

학교(천일중학교)밖에 없을 것 같은 조용한 길, 작은 유리문 뒤로 식탁 서너개가 보인다. ‘자리가 있을까’ 싶어 기웃거리는 순간 ‘안쪽에도 넓고 아늑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손짓을 한다. 고추장 양념해 볶은 얼큰한 ‘돼지껍데기’는 두툼하게 썰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 넣고 쫄깃쫄깃 씹으면 고소한 맛이 계속 배어 나온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따끈한 두부 7조각에 자극적이지 않은 김치볶음이 곁들여 나오는 두부김치도 막걸리와 ‘아삼륙’이다. 탄산이 들어가지 않은 ‘찹쌀로 빚은 옛날 누룩막걸리’ 작은 뚝배기가 3000원. 고소해 입에 딱 붙는 ‘콩탕’(콩비지찌개와 비슷하다) 한 뚝배기가 기본 안주로 나온다. 식당 직원들이 두부와 막걸리를 직접 만든다. 오후 1시~오전 1시. 천호역 3번 출구로 나와 현대백화점 반대 쪽으로 직진하다 횡단보도 건너 천호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쭉 간다. 천일중학교 정문 맞은편.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361-38·(02)473-3753

/2월5일자 주말매거진에 실린 ‘막걸리 특집’ 중 하나입니다. 저와 함께 주말매거진을 만드는 김신영 기자가 썼습니다. 봄이 오려고 비가 내리네요. 막거리 생각나는 날씨입니다. 구름에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