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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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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적인 맛, 초콜릿의 모든 것

14일은 밸런타인데이(Saint Valentine’s Day)였다. 로마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전쟁에 나서는 병사를 결혼시켜주고 순교한 성(聖) 발렌티노(Valentino)를 기리는 날에서 비롯됐다. 서양에서는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이들과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다. 한국에선 초콜릿업계 최고의 대목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릿을 선물하도록 부추기는제과업체들의상술이라는 비난도 있다. 어쨌건 연간 초콜릿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2월 14일을 앞뒤로 한 한달 남짓한 기간에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통설. 이 엄청나게 많은 초콜릿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 입안에서 녹아내리게 됐을까.

초콜릿의 고향, 중앙아메리카

초콜릿은 카카오나무의 열매로 만든다. 키가 7미터까지 자라며 섬유질이 많은 타원형 열매가 나무줄기에 주렁주렁 맺힌다. 열매는 길이가 15~25cm이며 지름이 7.5~10cm쯤이다. 각 열매에는 20~40개의 씨가 들었다. 길이 약 2.5cm인 이 씨가 바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원두다. 카카오나무의 원산지는 남미 적도 부근 계곡지대로 추정된다. 오늘날은 전세계 생산량의 70% 가량이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있는 자신들의 식민지에 옮겨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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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열매.

상록수로 북위 20도에서 남위 20도 사이 강수량이 많은 열대지대에서 잘 자란다. 열대라고 해도 너무 뜨겁거나 건조하면 안된다. 평균기온은 섭씨 18도에서 32도 사이여야 하는데, 꽃과 열매가 맺히는 이상적인 기온은 21도에서 25도 사이다. 이런 생장조건을 갖추려면 고도가 높아야 한다. 또 성장에 꼭 필요한 수분을 보존할 수 있도록 큰 나무 그늘 아래서 자란다.

카카오나무는 20여 가지가 있지만 이중 크리올로(Criollo)와 포라스테로(Forastero), 트리니타리오(Trinitario) 세 가지가 초콜릿 생산에 사용된다. 크리올로는 맛과 향이 풍부하면서도 섬세해 최고급 초콜릿 원료로 치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수확이 적다. 포라스테로는 풍미가 떨어지나 강건하고 생산량이 많아 전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트리니타리오는 크리올로와 포레스테로의 교배종으로 양쪽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나무를 처음 재배한 건 3000여년 전 중앙아메리카 연안에 살던 올멕(Olmec)족으로 알려졌다. 올멕족은 카카오를 마야(Maya)족에게 전해줬고, 마야족은 아스텍(Aztec)족과 교역했다. 카카오는 비쌌고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스텍족은 카카오열매의 씨 즉 카카오원두(cacao bean)를 볶아서 물에 섞어서 마셨다. 원통형 용기에 담아 높이 들고 바닥에 놓은 더 큰 용기에 따라 붓거나, 뚜껑이 달린 용기에 담고 막대로 저어 거품을 잔뜩 냈다. 카카오향이 풍부한 거품이 가장 맛있고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다. 고추나 바닐라, 꿀, 꽃 따위를 가미하기도 했다. 신에게 바치거나, 아스텍인들이 신으로 여겼던 황제 또는 신분 높은 귀족만 마실 수 있는 귀한 음료였다. 카카오에 ‘신들의 음식’이라는 뜻의 테오브로마(Theobroma)라는 학명이 붙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카카오(cacao) 그리고 코코아(cocoa)라는 이름은 올멕어(語) ‘카카와(kakawa)’에서 왔다고 추정된다. 초콜릿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아스텍어로 초콜릿 음료를 뜻하는 ‘카카후아틀(cacahuatl)’이 변형됐다는 설이 있다. ‘뜨거운’이란 뜻을 가진 마야어 ‘초콜(chocol)’에 아스텍어로 ‘물’을 의미하는 ‘아틀(atl)’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아스텍 사람들은 초콜릿 음료를 차갑게 마셨는데, 스페인 정복자들은 마야인들처럼 뜨겁게 마시는 편을 선호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초콜릿의 확산, 인기, 발전

카카오열매를 처음 본 유럽인은 콜럼부스의 항해선단원들로 추정된다. 1502년 제4차 항해에 나섰다 돌아온 이들이 카카오열매를 최초로 스페인으로 가져왔다. 1519년 아스텍 황제 몬테주마의 궁전에 들어간 코르테스의 부하는 “거품이 잔뜩 일어난 초콜릿으로 가득한 항아리 50개가 몬테주마 앞에 놓였고, 그는 이를 황금잔에 따라 마셨다”고 기록했다. 초콜릿에 대한 유럽인의 상세한 기록은 이탈리아 탐험가 지롤라모 벤조니가 남겼다. 벤조니는 1564년 발간된 ‘신세계의 역사’라는 책에서 초콜릿 음료에 대해 “쓰지만 중독성 없이 몸을 만족시키고 상쾌하게 한다”며 “인디언(중남미 원주민)들은 이 음료를 그 무엇보다 높게 친다”고 기록했다.

유럽에 소개된 초콜릿은 이국적이고 귀하고 값비싼 음료로 상류층에서 유행했다. 하지만 음료일뿐 요즘처럼 달콤한 과자 형태로 먹지는 않았다. 설탕이나 계피, 클로브, 팔각, 아몬트, 바닐라, 오렌지꽃 향수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가미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만드는 방법은 아스텍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콜릿이 과자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세기 초반 네덜란드에서 마련됐다. 초콜릿업자 콘라드 반 후텐은 초콜릿에서 기름을 분리해내는 스크류형 압착기를 개발했다. 초콜릿 음료가 너무 느끼해서 마시면 속이 거북하다는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가 발명한 압착기는 카카오원두에서 ‘코코아 버터’라 불리는 기름과 고형질을 거의 완전하게 분리해냈다. 이 고형질을 갈아서 만든 ‘코코아 파우더’는 훨씬 가벼우면서도 맛과 향은 거의 그대로인 새로운 음료를 만들 수 있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애초 제거의 대상이던 코코아 버터가 초콜릿을 과자로 만드는 길을 열었다. 코코아 가루에 코코아 버터를 더하면 초콜릿을 덩어리를 만들었을 때 덜 질척하면서 혀에서 기분 좋고 매끄럽게 녹아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최초의 ‘먹는 초콜릿’은 1847년 영국 프라이(Fry and Sons)에서 내놓았고, 곧 유럽과 미국에서 이를 따라한 초콜릿 과자가 등장했다.

초콜릿의 대중화와 상업화는 스위스에서 더욱 속도가 붙게된다. 1876년 스위스 제과업자 다니엘 피터는 당시 새롭게 개발된 분말우유를 첨가해 고체 초콜릿을 만들었다. 분유는 역시 스위스사람인 앙리 네슬레가 개발했다. 분유는 초콜릿과 잘 섞일뿐 아니라 초콜릿의 강한 풍미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1878년 스위스 초콜릿업자 루돌프 린트는 카카오원두와 설탕, 분유 등을 천천히 오랫동안 으깨면서 갈아내는 ‘콘칭(conching)’이라는 과정을 위한 기계를 개발했다. 콘칭을 거치면 카카오원두 입자가 훨씬 곱고 균일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개발된 밀크 초콜릿은 시장을 휩쓸었다. 오늘날 초콜릿의 압도적 대부분은 밀크 초콜릿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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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칭.

초콜릿 제조과정

초콜릿 제조과정은 복잡하지만, 크게는 건조와 발효, 로스팅(roasting), 분쇄와 정제, 템퍼링(tempering)이라는 단계를 거친다. 녹색이던 카카오열매가 노란색이나 주황색, 붉은색으로 변하면 익었다는 신호다. 익었다고는 해도 이 단계의 카카오열매는 쓰고 떫을뿐, 우리가 기대하는 맛과 향은 나지 않는다. 발효를 통해서 화학적,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초콜릿 특유의 풍미가 슬슬 발생하기 시작한다. 수확한 열매를 갈라서 카카오원두를 꺼내 과육과 함께 여러 날에 걸쳐서 발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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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원두 건조과정.

발효를 통해 생겨나기 시작한 초콜릿 특유의 풍미는 로스팅을 거치면서 제대로 자신을 드러낸다. 로스팅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원도를 통째로 볶을 경우 섭씨 120~160도에서 30~60분쯤 걸린다. 로스팅한 카카오원두는 고운 가루로 빻는다. 이 과정에서 코코아 가루와 코코아 버터가 분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탕이나 분말우유를 섞고 곱게 으깨고 균일하게 만드는 콘칭은 이때 이뤄진다. 코코아버터도 이때 더해진다.

집에서 초콜릿을 만들어봤다면 잘 알겠지만, 가게에서 파는 제품처럼 매끈한 광택이 나면서 상쾌하게 톡 부러지는 초콜릿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사온 초콜릿도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 맛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보기에는 광택을 잃고 훨씬 덜 먹음직하다. 초콜릿을 맛있어 보이도록 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 템퍼링이다. 초콜릿은 온도에 따라서 6가지 결정체로 굳는다. 이중 2개만이 안정적이고 나머지 4개는 불안정하다. 템퍼링의 목적은 초콜릿을 안정적인 결정체로 굳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섭씨 50도까지 초콜릿 온도를 높여 초콜릿 안의 모든 결정체를 녹인다. 40도로 내려 천천히 젓는다. 안정적인 결정체는 32~34도에서 형성되고, 불안정한 결정체는 15~28도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녹인 초콜릿이 32~34도에서 굳도록 해야 보기 좋고 맛있는 초콜릿이 만들어진다. 온도가 맞더라도 너무 빨리 굳으면 결정이 커져 입안에서 촉감이 떨어지니, 천천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템퍼링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 불로 직접 가열하기보다 뜨거운 물에 그릇을 얹고 그 안에 초콜릿을 녹이는 중탕 방식으로 템퍼링한다. 입에서 쉽게 녹아내리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아이러니다.

초콜릿, 중독성이 있다?

“초콜릿을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심지어 “초콜릿에 중독됐다”고까지 말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초콜릿에는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란 물질이 들어 있다. 대마초에도 있는 항정신성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인체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량에 불과하다.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페닐에틸라민(phenylethylamine)도 있다. 하지만 페닐에틸라민은 소시지 등 여러 식품에도 들었다. 카페인이 소량 들어 있지만 커피의 3분의 1 정도.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도 있다.

과학자들은 초콜릿을 먹었을 때의 안정감 혹은 쾌감은 심리적인 효과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했다. 초콜릿과 똑같이 생겼지만 초콜릿 성분을 전혀 함유하지 않은 가짜를 먹도록 했다. 초콜릿을 먹었을 때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다시 초콜릿 성분이 들었지만 전혀 초콜릿처럼 생기지 않은 과자를 먹게 댔다. 이번에는 전혀 초콜릿을 먹었을 때의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초콜릿에는 항산화물질인 페놀이 풍부하다. 코코아 버터는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이지만 체내에서 곧 이로운 불포화지방으로 바뀐다. 따라서 초콜릿 자체는 해롭다고 보기 어렵다. 초콜릿에 다량 함유된 설탕은 해로울 수 있다. 건강에 민감하다면 초콜릿을 포기할 게 아니라 카카오 함량을 확인할 일이다.

/2월15일자 신문에 쓴 초콜릿 기사의 원본입니다. 지면이 좁아 원고량을 3분의 1가량 줄이다보니 애매해진 내용도 많고 아깝게 잘라내야 하는 내용도 많았는데, 여기서라도 한풀이 하네요. 쌉쌉하면서도 서늘하게 혀 위에서 녹는 다크 초콜릿 한 쪽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구름에

1 Comment

  1. 유머와 여행

    2012년 2월 25일 at 5:51 오후

    흐아… 쵸콜릿의 역사로군요. 이제사 궁금증이 해결되네요.
    쵸콜렛 볼 때마다 어떻게 만든 것일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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